작년 말 석연찮은 이유를 들어 연례 국방백서 발간을 격년제로 바꾸기로 했던 국방부가 끝내 백서발간을 무기한 연기했다. 국방부는 또다시 이런저런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이것이 백서의 「주적(主敵)」 개념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안팎으로 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아야 하는 국방부의 처지도 안쓰럽지만, 이 정부가 언제까지 이렇게 북한 눈치보기와 끌려가기를 계속할 것인지 한심스럽기만 하다. 국방백서는 국제 안보정세와 우리 국방정책, 한국군의 무기체계 등을 담은 일종의 종합보고서로, 이를
23일 낮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서 열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연례총회를 기분 좋게 끝낸 찰스 카트만(Kartman) KEDO 사무총장이 KEDO의 잭 프리처드(Pritchard) 미국 대표(대북교섭담당 대사 겸직)와 한국·일본·EU(유럽연합)의 대표들과 함께 점심 약속 장소로 향했다. 점심 장소는 총회가 열린 아시아 소사이어티 빌딩에서 한 블록 떨어진 이탈리안 레스토랑 2층. 따뜻한 봄 햇살에 걸음걸이도 가벼워 보였다.일행은 약속시각(12시30분)보다 5분 일찍 도착했다. 15분 뒤 박길연 유엔주
이윤상/(사)한국이웃사랑회 기획실장 민간단체(NGO)에서 대북지원 일을 맡아 하면서 북한을 10여 차례 다녀왔다. 북한을 방문하는 까닭은 주로 우리가 지원한 물품이 제대로 쓰여지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하기 위한 것이다.오가다 보니 어느덧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무척 정겹게 느껴진다. 방문기간 중 일요일이면 우리 일행은 평양의 봉수교회를 찾는다. 목사는 오늘 이 자리에 남한에서 누가 새로 참석했는지 알리고 예배를 시작한다. 예배가 끝나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하기도 하고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노래를 부르며 헤어지기도 한다
김경민지금 동중국해에는 작년 말 일본 해상보안청 함정의 포격을 받고 침몰한 괴선박 인양 작업이 한창이다. 해저 450m까지 잠수함 구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이 90여m 해저에 가라 앉아 있는 괴선박을 인양하는 데 기술상 문제는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망망대해에 점 하나와 다름없는 자그마한 정체불명의 선박을 어떻게 탐지하고 추적하게 됐는지 가공스런 일이다. 총체적인 정보획득 능력이 없으면 안보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현실을 절감케 한다. 그 과정은 이렇게 전개됐다. 미국 국방부는 작년 12월 8일 KH-12 군사정찰 위
베이징(北京) 외교가에는 요즘 첸치천(錢其琛) 중국 외교담당 부총리의 탈북자 언급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첸 부총리가 지난 16일 일본의 퇴직 언론인들을 만나 ‘중국은 북한 사람들을 강제로 북한에 돌려 보내지 않고 있다’, ‘북한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자유롭게 살도록 하는 것이 중국의 정책이다’라고 언급한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느냐는 것이다.첸 부총리가 탈북자들을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은 탈북자들과 목격자들 증언에 비춰볼 때 분명 사실이 아니다. 최근 베이징과 선양(瀋陽)의 외국공관에 진입했던 탈북자
탈북자 문제가 국제사회의 쟁점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탈북자 문제의 핵심은 「인권」이며 따라서 탈북자에 대한 각국의 입장은 그 나라 인권수준을 살피는 시금석이다.탈북자 문제만 놓고 볼 때 최악은 일본이다. 목숨걸고 자기네 공관을 찾아든 탈북자들을 외교적으로 인정되는 「치외법권」까지 포기하며 사실상 내쫓은 일본은 인권 후진국의 오명(汚名)을 덮어썼다. 그 다음은 중국이다. “탈북자들을 강제송환하고 있지 않다”는 첸치천(錢其琛) 외교 부총리의 「외교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탈북자 색출과 강제송환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白忠鉉지난 8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탈북자들이 미국 및 일본 총영사관에 진입했거나 진입하려다가 중국 경찰에 체포된 사건의 처리 과정은 국제법과 외교의 갈등이 야기하는 과제를 극명하게 제기해 주고 있다.영토국의 국내법적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공관의 불가침권’은 이미 17세기경부터 국제관습법으로 발달하여 1961년 비엔나협약의 기본권리로 준수되고 있다. 영토국의 공권력이라 할지라도 공관의 사전 허가 없이는 출입이 엄격히 금지되므로, 범죄인이 도피하여도 영토국으로서는 계속 추적해 들어갈 수 없는 피난자 비호(庇護·asylum) 상태
15일 아침만 해도 일본 언론들은 뜨거웠다. “탈북자가 오면 쫓아내라”라는 요지의 아나미 고레시게(阿南惟茂) 주중(駐中) 일본대사 발언이 각 신문 톱을 장식했다. '일본 신문들은 당시 회의 참석자들을 통해 “탈북자를 받아들여 귀찮은 문제가 생기느니 인도적 문제가 생겨도 안받는 게 낫다”, “인도적 문제가 발생하면 내(아나미 대사)가 책임지겠다”는 사건 당일의 생생한 발언을 쏟아내 놓았다.그러나 15일 석간부터 ‘생생한 목소리’는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16일 아침엔 자취를 감췄다. 대신 “아나미 대사는 당일 ‘일단 (탈북자가) 들어온
중국주재 일본대사가 “탈북자들이 대사관에 들어오면 쫓아내라”고 지시했다는 일본 언론보도는 한국민에게 심한 분노를 느끼게 한다. 일본이 과연 인권이니 인도주의를 운위할 수 있는 세계 일류급 국가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선양(瀋陽) 일본 총영사관에 탈북자들이 들어갔을 때 일본 직원들이 왜 그토록 무기력하게 또는 적극적으로 중국경찰의 영사관 진입을 허용했는지 설명이 필요없게 됐다.일본 외무성은 문제의 아나미 고로시게(阿南惟茂) 대사 발언을 부인했지만, 일본 언론의 구체적 보도 내용을 덮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더구나 그는 96년 같
미국 뉴저지에 사는 교포 남신우(南信祐·61)씨의 목소리는 14일 가라앉아 있었다. 미국 정부가 중국 선양(瀋陽) 주재 일본 총영사관에 진입했다가 붙잡힌 탈북자들인 장길수군 외가친척 일가족 5명의 미국 망명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를 전해들었기 때문이다.이 가족의 친척인 남씨는 전화를 건 기자에게, “이번 망명을 위해 벌써부터 준비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건축설계 회사 ‘NKP’ 대표인 그는 “그들이 미국에 오면 정착을 도와줄 여력이 충분히 있다”고도 했다.그는 지난 8일 디펜스 포럼 재단을 통해 이들 5명을 본인들 의사
박근혜 의원이 평양에서 환대를 받고 돌아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여러 가지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만남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전 주석의 2세간 대면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남북 당국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박 의원이 나름대로 이걸 풀어보려고 노력한 점과 그 ‘성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박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김 위원장과의 면담내용을 보면 남북관계 현안이 폭넓게 망라돼 있다. 그리고 박 의원이 제기한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김 위원장은 흔쾌히 긍정적 답변을 했다. 그
서경석 /서울조선족교회 담임목사 요즘 조선족동포 등 외국인노동자들이 자진신고하느라 법썩이다. 오는 25일까지 30여만명이 신고를 끝내면 1년간 합법체류하게 된다. 그런데 앞으로가 문제다. 지금도 조선족 동포들은 1000만원을 주고 계속 입국하고 있는데 이를 어쩌랴? 그렇다고 다시 옛날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더 이상 불법체류자에게 온갖 불이익과 인권유린을 감수하게 하면 안 된다. 25일 이후에는 누구든 체류기간을 넘기면 가차없이 추방해야 한다. 담배 끊은 후 금단현상을 겪는 것처럼 몇 차례고 일제단속을 해야 한다. 앞으로 모든 불법
중국 선양(瀋陽)에서 발생한 탈북자 망명시도 사건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외교 갈등을 지켜보는 한국민의 심정은 분노어린 착잡함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는 우리 동포 문제로 인해 양국이 마찰을 빚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동시에 양국 간 갈등이 탈북자들의 신병처리에 조금이라도 불리하게 작용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해 둔다.중국 경찰이 일본 총영사관에서 탈북자들을 끌고가는 과정에서 일본 영사의 허락이 있었는지 여부를 놓고 양국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으며, 이것이 국가 자존심 문제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우리는 양국 간
金昌基작년 6월 장길수군 가족 7명이 베이징(北京)의 유엔난민담당관실(UNHCR) 사무소에 들어가 ‘난민(難民)’ 지위 인정과 한국으로의 망명을 요구해 뜻을 이룬 이래, 중국 내 탈북자들의 외국 공관 진입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건에서 중국 당국은 일단 공관 진입에 성공한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제3국 추방 형식으로 한국에 보내주는 데 별로 인색하지 않아, 탈북자들에게 다행스럽고 한국으로서도 고마운 일이었다.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입장을 너무나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 내 각지에서 탈북자들에 대해 대대적 단속을
金榮奉오는 29일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의 학생 30 여명이 금강산으로 졸업여행을 떠난다. 1인당 경비 49만8000원 중 29만9000원은 정부로부터 얻어 간다. 졸업여행이건 수학여행이건 그 본질은 놀러가는 여행인데 국고에서 경비를 지원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었던?? 이들이 보는 것도 철조망으로 가둬놓은 달러벌이 자연공원이지 사람 사는 북한 땅이 아니다. 여행 도중 학생들은 북한인민보다는 아마도 ‘공짜구경’이 추가경비 낸 만큼 즐길 만했던가를 더 생각할 것이다. 국가 돈을 얻어먹는 달콤한 느낌도 얻어올지 모른다. 필자는 내가
한 여인이 땅바닥에 쓰러진 채 사력을 다해 철문을 움켜잡고 있다. 경찰들은 그녀를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이다. 이 여인에게 철문의 안쪽은 자유와 생명이며, 바깥은 죽음이다. 자유를 부여잡은 나약한 손은 뒷덜미를 당기는 거대한 공권력에 힘없이 풀어진다.중국 선양(瀋陽)의 일본 총영사관 입구와 구내에서 중국공안에 끌려간 탈북자들의 신병처리가 한ㆍ중ㆍ일의 외교문제로 등장했다. 탈북자 문제가 본격적인 국제문제화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외국공관 진입에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가 탈북자들의 운명을 가르는 절대기준이 돼서는 결코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 중심부인 싼리툰(三里屯) 외교단지에 지난 3일부터 일제히 철조망이 쳐졌다. 단지 외부는 물론, 단지 내부 외국 공관들도 일일이 3~4겹의 철조망으로 둘러싸였다. 공관 외벽 둘레와 약 2m 높이의 담장 위에 흉측한 이빨을 드러낸 이 철조망들은 탈북자들 진입을 막기 위한 것이다.지난달 탈북자가 진입했던 독일대사관은 무장경찰들이 들이닥쳐 철조망을 설치하려 하자 대사관 간부가 저지하고 나섰다. 하지만 ‘탈북자들이 다시 몰려올 가능성이 있어 보안상 철조망을 가설해야 한다’는 주장에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북한당국이 남북경협 회담을 하루 전에 돌연 일방적으로 거부해버린 것은 우리 국민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그 이유라는 것이 더욱 가관이다. 한 미국 신문이 최성홍 외교부장관의 워싱턴 발언이라고 보도한 내용에 대해 한국정부가 사죄하고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회담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북한당국의 의도는 한국정부 요인들의 발언까지 직접적으로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재작년에는 장충식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작년에는 홍순영 통일부장관이 북한당국의 비위를 거스르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북한측의 집요한 공격을
남북한은 만사 제쳐 두고라도 붕괴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는 북한 금강산댐의 안전관리 문제부터 화급하게 논의해야 한다. 정부는 북측에 공동조사를 제의하고 거부당하면 우리쪽 화천댐을 비워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지만 이런 소극적인 대응으로는 안된다. 북한이 남북공동 대처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보지만, 만약 외면한다면 정부는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내야 한다.그러나 현정부가 이 문제를 놓고 북한당국에 얼마나 단호한 자세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떨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정부행태가 그
金源一/소설가한국전쟁 당시 북으로 간 아버지의 별세 기일을 알아내고 그쪽에서 결혼한 가족을 만날까 하고 방문단 일원에 끼어 2박3일 일정으로 금강산에 다녀왔다. 봄 가뭄을 달래며 내내 비가 내렸다. 그 단비가 왠지 내게는 이산가족 만남의 기쁜 눈물이 아니라 전쟁 전후 헤어진 채 50년 넘게 만나지 못하고 있는 1000만 이산가족의 눈물과 이승에서 상봉하지 못한 채 무주고혼이 된 영혼들의 맺힌 한이 눈물이 되어 마른 땅을 적시고 있다는 느낌이었다.4월 30일 오전 11시, 마지막 작별의 만남이 끝나고 가랑비 속에 버스에 오른 남측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