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폐궁지’ 관심 돌리고 20억불지원 실익챙길듯 엄동설한에 오리무중이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잠행이 베이징 정상회담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다. 평양을 출발한 지 5일 만에 광둥성 광저우의 호텔에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그의 행적은 가히 홍길동의 신출귀몰에 버금갔다. 중국은 역정보를 통해 모스크바, 상하이 등 다양한 행선지와 열차, 비행기, 승용차 등 온갖 이동수단을 제시함으로써 김 위원장의 동선 추적을 철저히 차단하였다. 언론과의 숨바꼭질은 활동무대가 넓고 기간도 길어 한편의 드라마이자 고급 첩보영화 수준이다. 2
고려 26대 충선왕(忠宣王·1275~ 1325)처럼 중국 각지를 전전했던 임금도 없다. 원(元) 세조의 외손자로 연경(燕京:북경)에 만권당(萬卷堂)을 짓고 고려와 원의 학자들을 교류시켰던 그는 티베트 불교에 심취해 1319년에는 강남 저장(浙江)성의 보타산(普陀山)까지 가서 강향(降香)하기도 했다.하지만 1320년 원나라에 영종(英宗)이 즉위하면서 그의 불운이 시작된다. 고려 출신 환관 백안독고사(伯顔禿古思)에게 무고당해 제국의 오지인 토번(吐蕃:티베트)으로 유배되는 ‘악양의 화’[岳陽之禍]를 겪는 것이다. 이제현(李齊賢)이 원의
한국이 고구려를 자기 역사라고 주장하는 배후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음모가 있다. 이것은 중국을 해체하고 한국이 만주를 삼키게 하려는 음모다.한·중 간의 고구려사 논쟁과 관련, 한국을 비난하는 내용의 괴(怪)문서가 중국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저자가 ‘해외에 사는 보통 중국인(華人)’으로 돼 있는 이 문서의 제목은 ‘중국 해체, 만주 병탄―고구려 논쟁을 통해서 본 한국의 우리나라(중국) 영토에 대한 야심과 미국의 배후 역할’. 긴 논문 형식으로 씌어진 이 문서는 만주를 중국에서 떼어내려는 미국의 계획에 따라 한국 학자와 매체
▲ 이광회 산업부 차장대우 참 멀리도 갔다. 신의주~단둥(丹東) 간 압록강 철교를 건넌 이후 어림잡아 3200 ㎞. 김정일 위원장의 목적지는 결국 광둥성 광저우(廣州)였다. 아무리 중국의 철길 인프라가 북한보다 좋고, 또 호화 열차라도 어디까지나 기차는 기차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흘을 머물렀다.왜 광둥성, 왜 광저우일까? 1978년 12월 중국공산당 ‘11기3중 전회’를 통해 ‘국가 목표를 정치에서 경제로 옮길 것’을 만방에 선포한 ‘개혁·개방’의 결과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까? 뭔가 부족하고 조금 허전하다. ‘상하이(上海)’에서도
참 멀리도 갔다. 신의주~단둥(丹東) 간 압록강 철교를 건넌 이후 어림잡아 3200 ㎞. 김정일 위원장의 목적지는 결국 광둥성 광저우(廣州)였다. 아무리 중국의 철길 인프라가 북한보다 좋고, 또 호화 열차라도 어디까지나 기차는 기차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흘을 머물렀다.왜 광둥성, 왜 광저우일까? 1978년 12월 중국공산당 ‘11기3중 전회’를 통해 ‘국가 목표를 정치에서 경제로 옮길 것’을 만방에 선포한 ‘개혁·개방’의 결과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까? 뭔가 부족하고 조금 허전하다. ‘상하이(上海)’에서도 이 정도 겉모습은 얼마든지
선궈팡(沈國放)이라는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助理·차관보)가 있었다. 그는 얼마 전 세계지식출판사 편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출판사는 외교부 출판물을 주로 찍는 곳이다. 잘나가던 선궈팡 차관보가 갑자기 출판사 편집장으로 밀려난 이유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베이징(北京) 주재 외국 특파원들이 외교부 대변인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친강(秦鋼) 대변인의 대답은 이랬다. “정상적인 공작조동(工作調動·인사이동)이다.” 정상적인 인사이동이라니. 선궈팡 차관보는 친강 대변인의 선배 대변인 출신이다. 중국 외교부에서 대변인이라면 출세의
양영태 전 서울대초빙교수. 치의학박사 주적(主敵)개념을 국방백서에서 삭제해 버려도 저지하지 못하고 침묵으로 일관했던 군(軍) 장교들에 비(比)하면, 금번 경찰모 반납사건의 당사자인 유 경감은 경찰의 간부로써 명예를 스스로 밝혀가는 이 시대의 당당한 공권력이 되었다. 근래 드물게 대한민국 경찰의 명예를 지키려고 홀연히 고독의 길을 향한 훌륭한 자격을 갖춘 경찰간부를 보면서―. 과연 국가를 위하여, 국민을 위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지키기 위하여 존재하는 군(軍)과 경찰의 「명예」가 무엇인가를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경찰대학
尹平重 한신대교수·철학 한국정부는 1993년과 2000년 ‘비전향장기수’들을 북에 송환했다. 북에서 국가영웅 대접을 받고 있는 이들이 6일 국가인권위원회와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앞으로 거액의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보내왔다. 이에 맞서 북한에 납치됐다 탈출한 납북자들도 9일 두 위원회에 조선노동당과 김정일위원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시켰다. 북송된 비전향장기수들이 남측 법원에 고소장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은 애당초 이들이 법적 판단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실정법의 차원을 넘어서는 정치적 행보인 양
남과 북 뭉치면 과연 죽는는가?南체제로 흡수통일 반대론자에는 친북세력도 있어 최근 남한사회는 통일에 대한 공포감이 있는 것 같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독일의 경험을 분석해온 남한 학자, 정치가들은 흡수통일을 바람직한 시나리오로 생각하지 않고 점진적이며 단계적인 통일을 꿈꾸고 있는 듯하다. 최근 이러한 견해는 더 확대되고 있다. 김규완 교수와 박성조 교수가 쓴 '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는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는 것은 이러한 경향을 입증한다. 통일공포증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독일에서 볼 수 있듯 사회주의의 후유증을 극복하는
북한의 달러 위폐를 둘러싼 불법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워싱턴의 분위기가 매우 강경하고 단호하다. 현재 이 지구상에 국가가 주도하여 달러를 위조하고 있는 나라는 유일하게 북한뿐인 데다 위조지폐 제조 기술 또한 날로 정교해지고 양적으로도 크게 늘어나고 있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최근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는 부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며, 이 조치에 대해서는 국제사회로부터도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조건으로 요구한 금융제재 해제조치를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얘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행태를 보면 북한과 김 위원장이 얼마나 종잡기 힘든 존재인지가 실감된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10일 새벽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역인 단둥(丹東)역을 통과했다는 사실 이외에는 목적지가 어디인지, 거기서 누구를 만나는지 도무지 五里霧中이다. 한 서방언론은 김정일이 이미 중국 방문을 마치고 11일 러시아로 향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는가 하면, 사실은 열차가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중국에 왔다는 보도까지 나올 정도다.국가 지도자의 정상외교 일정 전체가 이렇듯 수수께끼에 묻혀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단 한나라도
통일부가 남북관계 일정을 고려해 오는 3월로 예정된 韓한·美미 연합 독수리훈련과 전시증원훈련의 연기를 추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는 “연초 올해의 훈련일정에 대한 최종 검토과정에서 3월에 계획된 남북 장관급회담이 훈련 기간과 겹치는 점에 대해 관련부처와 협의를 했지만 원래 계획대로 실시키로 결정했다”고 했고 통일부는 “국방부에 훈련 연기가 가능한지 타진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독수리훈련은 주한미군 6000명과 해외주둔 미군 1만1000명이 참가하고, 항공모함, 순양함, 구축함, 核핵추진 잠수함 등 대형 함정 10여척이 투입
이중호·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 日신병요구로 6자회담 걸림돌 떠올라 2000년 북한으로 송환된 비전향 장기수들이 한국에서의 수감생활 도중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10억달러(약 1조원)의 보상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보상 요구를 한 사람들 가운데 ‘신광수’라는 인물이 눈길을 끈다. 그는 이달 개최 예정인 북한과 일본의 수교 협상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인물이다. 북한과 일본은 지난 12월 북·일 수교와 관련하여 3개 분야 실무그룹회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는데, 그중 하나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이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田奉根·외교안보연구원 안보통일연구부장 1997년 8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착공식을 개최한 지 8년4개월 만에 KEDO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경수로사업은 조용히 막을 내렸다. 경수로사업 인원들이 8일 금호 현장에서 완전히 철수한 것이다. 1997년부터 경수로사업 초기에 3년 반 동안 KEDO 뉴욕사무국에서 근무한 필자로서는 이번 사태를 보는 감회가 남다르다. 당시에는 남북대화가 거의 없었고, 북한에 대한 정보도 극히 제한되었다. 그러나 경수로사업을 통해 수백명의 남측인원들이 수시로 북측인사들과 접촉하면서 남북대화의 말문을
현역 병사 10명 중 6명이 앞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가능성은 없다고 믿는다는 조사가 보도됐다. 국정원이 민간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버스 터미널 등지에서 휴?ㅏ報?나온 병사들에게 물어본 결과다. 이 조사에서 병사들의 63%는 북한을 적이 아닌 동반자 관계로 봐야 한다고 답했다. 일반인 상대 여론조사에서 미국이 북한보다 우리 안보에 더 위협적이라는 결과가 나와 논란이 된 적이 있지만, 현역 군인들의 이 같은 반응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軍군은 기본적으로 전쟁에 대비해 있는 존재다. 그래서 실체적인 적이 없는 나라일지라도 軍군은
◇백학순·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 실장지난 3년간 노무현 정부의 대외정책의 논란 한가운데에는 남북관계와 한미관계가 있다. 한미관계에 관해 사람들의 평가를 들어보면 대개 두 가지로 나뉘고 있음을 본다.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쪽은 지난 3년간 주한미군 감축 및 이전 문제, 북핵문제 등 복잡한 현안문제들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미국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여 왔으며 한미관계가 매우 안정되어 있고 우리의 안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고, 부정적인 쪽은 우리의 동맹국이고 세계의 초강대국인 미국과의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고 우리의 안보가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국제정치학이종석 선배 축하합니다. 자신의 전공분야를 다루는 정부기관의 최고의 장(長)이 된다는 것은 영광된 일임과 동시에, 평소의 포부를 한껏 펼쳐볼 기회를 부여받은 셈이기도 하니 기분 좋은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통일부는 국가와 민족의 중차대한 과제를 다루는 곳이라 안 그래도 세간의 주목을 받는 기관인데, 현 정부의 실세로 통하는 이 선배가 오신다니 직원들은 부담이 되면서도 나름대로 기대가 클 것입니다. 이 선배가 졸업한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학계 후배로서, 이 선배가 앞으로 통일부 장관으로서 염두에
이해찬 총리는 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번 개헌 논의에선 통일을 대비하는 부분까지 다루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다양한 남북관계를 반영한 다원적인 권력구조를 검토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앞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지난해 10월 “개헌이 논의되면 영토 조항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었다.두 사람 모두 통일을 염두에 둔 개헌을 하자는 얘기다. 정말 이 정권은 이렇도록 每事매사에 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통일을 생각해서라도 남북한을 아우르는 수도인 서울의 행정중심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깔아뭉개고 남북
金泰宇 한국궁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을유(乙酉)년은 핵문제에 있어 실망과 희망이 교차했던 한 해였다. 2005년 2월 북한은 ‘핵보유’ 성명을 발표하여 세계를 긴장시켰고, 세계 언론들이 ‘핵실험 가능성’을 타전하자 한국인들은 버섯구름의 악몽을 떠올려야 했다. 그러다가 9월 19일 제4차 6자회담이 북한의 핵포기 원칙을 담은 공동발표문을 내놓자 성급한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아직 후속타는 없다.아직도 6자회담이 넘어야 할 산은 높고 건너야 할 계곡은 깊다. 구속력과 포괄성을 갖춘 합의문을 협상하는 과정은 지루한 험로가 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