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가 어제 발표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평양 방문 및 일·북 정상회담 개최는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상황 전개다. 지난 7월 이후 일·북관계가 일정한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했지만, 공식 외교관계도 없는 상태에서 일본총리가 평양을 방문한다는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정상회담이 갖는 정치적 상징성과 위험을 감안할 때, 일·북 간에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비밀 협의가 진행되어 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여기서 당연히 제기되는 의문이 일·북간에 오고간 협의 내용이 무엇이며, 그 과정에서 한반도 평화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최초의 전화번호부는 1915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로 13㎝, 세로 19㎝ 크기의 이 전화번호부는 경성·인천·용산의 3개 우편국에 등록된 4000여개의 전화번호를 관공서 관리 등 43개 분야로 나누어 싣고 있다. 전화번호는 한 자리에서 네 자리까지이고, 이완용의 번호는 464였다. 일반인 중에는 극장·양복?ㅐ슬컨?등을 소유한 재력가들과 일본상인들이 많다. 당시의 시대상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아닐 수 없다. ▶지금도 북한에서는 전화번호부가 일반인들은 가질 수 없는 일종의 비밀문건으로 돼 있다.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태극기와 북한 인공기(人共旗)의 사용범위와 위상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앞으로 남북관계의 변화 속에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확립해 나갈 것인가 하는 근본적 문제를 함축하고 있다. 그만큼 깊은 성찰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다. 태극기는 ‘한민족’보다는 ‘대한민국’의 이념과 가치를 담고 있는 최고 상징물이며, 그 어떤 편의적 목적을 위해 간단히 내팽개칠 수 있는 종속물이 아니다. 또한 아시안게임은 민족단위가 아닌 국가단위로 참가하는 행사이며, 더구나 대한민국은 이번 대회의 주최국이다. 이 점에서
한국을 방문중인 존 볼턴 미국 국무부 차관이 전달한 부시 행정부의 메시지는 일관되고 분명하다. 북한은 핵·생물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을 개발·수출하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이고 “미국은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이는 지난 2월 방한한 부시 대통령이 밝혔던 것과 같은 내용이다. 볼턴 차관은 또 “북한을 ‘악의 축(軸)’이라고 규정한 것은 수사학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부시 미국 정부는 현재 외교안보팀의 역량이 총투입돼 있는 이라크 후세인 정권 처리문제가 일단락되면, 어떤 형식으로든 북한의 WM
김창기/국제부장 changkim@chosun.com미국 국무부에서 핵무기와 미사일의 비확산 문제를 담당하는 존 볼턴(Bolton) 국무부 차관이 28일 서울에 왔다. 흔히 강경파로 알려진 그가 29일 한국의 정부 인사, 언론인, 학자, 재계 인사 등 100여명을 상대로 미국의 대북 정책에 관해 연설할 예정이어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주목된다.그는 한국에 오기에 앞서 26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언론인 10명과 대화의 자리를 가졌다. 한 시간 동안 진행된 문답의 3분의 1 가량이 북한 문제에 할애됐다. 볼턴은 요컨대, 북한의 무기 확산
朴勝俊한·중(韓中)수교가 24일로 10주년이 됐다. 우리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10년이면 한 사람의 인생이 변하고, 30년이면 한 나라의 운명이 변한다”고 말한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 살림살이가 중국보다 조금 낫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그 차이는 크게 줄어들었다. 요즘 추세대로라면, 중국사람들의 말대로, 앞으로 20년 뒤 두 나라 살림살이 우열은 뒤바뀌어 있을지도 모른다. 10년 전 베이징(北京)거리에 한국사람들이 나서면 옷차림만으로 중국사람과 금방 구별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탈북자 7명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시위를 벌이며 난민신청서를 공식 제출하기 위해 외교부에 들어가려다 전원 체포당한 것은 자신들의 절박한 처지를 세계에 알리려는 처절한 외침이다.이들의 시위는 중국정부에 탈북자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공관 등을 통한 우회적인 방법이 아니라 정공법으로 당당하게 중국정부가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해 줄 것을 행동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자유를 찾아 북한을 탈출했다고 밝히고, 북한에 송환될 경우 북한 형법 47조에 의해 처벌된다고 호소했다. 이 조항은 ‘공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장·전 유엔대사제네바에서 열렸던 유엔 인권소위원회(7.28~8.16)는 「난민의 국제적 보호」라는 의제하에 중국 내 탈북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유엔의 인권기구가 탈북자 문제에 대하여 결의형식으로 작년에 이어 공식입장을 표명했다는 점은 실로 그 의의가 크다. 올해 인권위 토의과정에서 중국과 북한 대표는 중국에는 ‘탈북자’가 없고 오직 ‘경제적 유민’만이 있을 뿐이므로 1951년도 난민협약상의 피난민은 없다는 반론을 제기했고, 특히 북한대표는 탈북자 문제가 한국 정부의 조작이라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어제 5박6일간의 러시아 극동지역 방문을 마치고 귀로에 올랐다고 한다. 우선 의아한 것은 왜 하필이면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경제개혁의 모델을 찾고자 하느냐 하는 점이다. 푸틴 대통령은 23일 김정일과의 정상회담 후 언론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러시아가 한반도 안정에 대해 지속적 관심을 갖는 것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결국 한반도 상황에 ‘러시아 변수’를 적극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 지도부가 진정 북한이 현재의 정?ㅀ姸─ㅏ倂냅?고립에서 벗어나길 희망한다면, 러시아 변수에 의존하기보다는 한·미·
오늘은 한·중(韓·中) 수교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외형상 지표로 나타난 한·중 관계의 발전과 성장은 놀라울 정도다. 냉전(冷戰)구도가 갈라놓았던 반세기의 벽을 뛰어넘어 경제·사회·문화·교육 등 다방면에서 가깝고도 중요한 이웃으로 발전한 것이 지난 10년의 성과다.이제 한·중관계는 외형적인 성장에 걸맞은 질적(質的)인 발전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최근 들어 한·중 관계는 탈북자 처리 문제부터 무역·어업 분야까지 곳곳에서 갈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한·중 간 연간 방문객 수만 200만명을 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갈등
북한이 부산 아시안게임 개회식과 폐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앞세워 동시 입장할 것을 요구해 정부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부가 크게 고민할 일이 아니다. 대회 개최국으로서 태극기를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태극기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 그리고 건국이념과 가치를 상징하는 존재다. 남북화해라는 명분만 앞세우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그런 장식물이 아닌 것이다.2년 전 시드니 올림픽 때 남북한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 입장한 전례가 있지만, 이번은 대한민국이 주최국이라
북한주민 순종식씨 일행 21명의 해상 탈북은 거스를 수 없는 분명한 흐름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북한주민들이 본격적으로 북한체제를 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이번 해상탈북을 주도한 순종식씨의 장남 룡범씨는 지난 2000년 12월 중국에서 만난 남쪽 친지에게 “더이상 희망이 없는 북녘보다는 자식들이라도 자유로운 땅에서 교육받게 하고 싶다”고 절규했다고 한다. 용범씨처럼 최근 탈북한 사람들은 ‘배고픔’ 뿐만 아니라 ‘더이상 희망도 없고 미래도 기대할 수 없게된 북한체제’를 진정한 탈북 이유로 꼽고 있는 것이다.북한체제에서 더이상 미래를 찾
김현호/논설위원 겸 통한문제연구소장월남이 공산화된 지 4년이 지난 1979년, 남지나해에는 수천명의 보트피플이 떠돌고 있었다. 자유를 찾아 조국을 탈출해 나온 그들은 바다에 빠져 죽고 해적들에게 약탈당했다. 그들의 고난은 수년째 계속됐지만 구조의 손길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이때 유럽의 지식인들이 나섰다. 프랑스의 장 폴 사르트르와 레이몽 아롱, 독일의 하인리히 뵐 등 좌우파로 갈려 이념적 대립을 보이던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동참했다. 이들은 모금운동을 벌여 5335t의 대형선박을 임대해 남지나해로 보냈다. 터키 선적의 이 배
‘8·15 민족통일대회’가 열리고 있던 지난 15일 오후, 서울 워커힐호텔 무궁화볼룸 앞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친필 편지 전시 여부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로 사진전 개막이 1시간 이상 지연될 때였다.어디선가 “왜 말을 못하게 막느냐”는 고성(高聲)이 터져나왔다. 소리를 지른 주인공은 한 50대 남자로, 그의 주위로 사람들이 몰렸다. 곧이어 그를 향해 “통일하자고 모인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하나” “훼방놓지 말고 나가달라”는 질책이 쏟아졌다.그는 경남 하동군에서 농민 상대의 주간(週刊)신문을
車相哲 /충남대 교수·미국외교사학1950년대의 한·미관계는 대립과 갈등에 이은 궁극적 타협이 반복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승만(李承晩) 전(前) 대통령은 아이젠하워 미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탁월한 외교수완을 발휘했다. 국제정치의 냉혹함은 물론 미국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철저한 ‘지미(知美)주의자’였기 때문이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체결 협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대통령은 때로는 ‘벼랑 ??전략을 구사하는 모험도 불사했다.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반공포로 석방은 상호방위조약의 체결을 재촉하기 위한 비장의
南成旭최근 북한이 남북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결정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북한의 곡물 생산량 부족이다. 북한은 풍·흉년에 관계없이 연간 100만t 이상에 달하는 곡물 부족을 보충해야 하는 구조적인 농업문제를 안고 있다. 북한 당국자들은 모자라는 곡물을 보충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성과는 그리 시원치 않다. 외화부족으로 모자라는 식량을 외국에서 수입하기도 여의치 않고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도 예전 같지 않다. 금년도 북한의 식량 사정은 100만명 이상이 사망하는 대규모 기아로 전환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가을철 수확기를 앞
李翰雨정사(正史)보다 야사(野史)가 재미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야사가 훨씬 폭넓게 읽힌다. 그렇다고 야사만 읽으면 이야깃거리만 남고 정작 ‘역사’는 놓치는 우(愚)를 범하기 쉽다. 1980년대 이후 유행한 ‘새로 쓴’, ‘다시 쓴’, ‘뒤집어 본’ 한국 근·현대사는 ‘현대판 야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이 정말 뒤집어진 탓인지 야사가 정사가 되고 정사는 증발해 버리는 일이 우리 교육현장에서 벌어질 것 같다. 내년부터 사용될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일부에 김일성(金日成)의 보천보전투가 크게 실려 논란이다. 이번
이번 제7차 남북장관급회담은 이산가족 상봉과 경의선 연결공사 재개 등 소기의 목적을 상당부분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결과는 전체적으로 북한측의 의도가 많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것은 대북 지원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게 될 경협추진위원회 회의를 우선적으로 개최키로 한 데서 분명해진다. 앞으로 다른 실무회담들의 진행 추이는 경협(經協) 회담의 결과에 영향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또한 이번 회담에서 서해교전 사태에 대한 북측의 명확한 사과와 재발방지 및 책임자 처벌 약속이 없었던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제7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사실상 마무리하면서 그 성과와 실패를 구체적으로 결산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이번 회담은 정치적 성격을 배제하고 실무문제 해결에 주력해야 한다.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 내는 일은 깨끗이 단념하고, 기존의 합의사항들을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지에 관해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들을 확실하게 북으로부터 보장받아야 한다. 북한당국이 남북 회담을 자신들의 필요와 편의에 따라 열고 닫기를 마음대로 하면서 합의사항마저 제멋대로 내팽개치고, 현 정부가 여기에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는
북한의 부산 아시안게임 참가 결정으로 북한 국기(人共旗)와 국가(북한 ‘애국?? 사용의 허용 여부와 허용할 경우의 범위가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이 문제는 국제체육대회의 일반적 관례, 남북관계의 현실과 미래, 국가보안법 같은 실정법(實定法) 규정, 그리고 대한민국 안에서 인공기가 펄럭이는 모습을 바라보아야 하는 국민정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대단히 미묘한 사안으로 어느 한 측면만을 강조해 결정할 일이 아니다. 현 정부가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를 적극적으로 요구해 왔고, 경비까지 우리가 부담하는 마당에 그들의 국기와 국가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