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한 채 돌아온 것은 어이없고 망신스런 일이다. 사전에 김 위원장과의 면담 약속도 없이 김 대통령이 특사를 보냈다면 그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고, 북한이 약속을 깬 것이라면 무례하기 이를 데 없는 노릇이다.이번 특사 파견은 비밀리에 진행된 것도 아니고, 남북 양측의 공식발표와 함께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이루어졌다. 특사는 김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도 가져갔다. 사정이 이런데도 그와의 면담은 고사하고
남북 간 접촉과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의 관리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가 관건으로 등장하게 된다. 엊그제 남북 간에 합의·발효된 ‘동·서해지구 남북관리구역 임시도로 통행의 군사적 보장을 위한 잠정합의서’는 이 문제에 대한 원칙적이고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잠정합의서는 경의선과 동해선의 임시도로 연결공사를 위한 사람과 자재의 군사분계선 통과 문제를 ‘정전협정에 따라 협의·처리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어떤 경우에도 정전협정이 준수돼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실질적으로는
南成旭/고려대 교수ㆍ북한학중국의 홍위병 사태는 미국에서의 중국연구(China Studies)를 촉발했다. 장유유서의 전통사회에서 10대들이 떼지어 다니면서 기득권의 장년층을 혼내고 다니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을 때, 이를 정확하게 설명할 전문가가 미국에 없었다. 마오쩌둥이 뒤에서 조종하는 사건이란 정도로 추측만 난무할 뿐 언제, 어디까지 문제가 확산될지 예측할 수 없었다. 이를 계기로 미국 국무부, 교육부를 비롯한 당국은 각 대학에 중국학 연구소와 관련 강좌를 개설하는 등 중국 연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였다. 학자들에게 거액의 연구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가 이 시점에서 평양을 방문하는 것은 북한 핵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기 위해 거쳐야 할 필요한 과정으로 여겨진다. 지금 절실한 것은 북한 당국의 생각과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한편 북핵 저지를 위한 국제 사회의 단호한 결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는 일이며, 이를 위해서는 특사 파견이 유효한 방법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청와대가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특사는 당연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는 특사 파견이 의미를 가질 수가 없다. 이번 특사 파견이 북핵문제 해결에 긍정적 기여를
金鎭炫최근 반미(反美)문제를 놓고 좀 해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 직접적 대상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과 대사관 직원, 기업인 그리고 미국에 있는 지한(知韓)인사들은 자신들이 당하고 있는 물리적, 심리적 위협 내지 고통과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최근 한미경제협의회(KUSEC)에 KUSEC 동남부협의회 상대역인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 직원의 이메일이 날아왔다. 부친도 한국전에 참전했고 일곱 번이나 방한했던 이 직원은 “현재 미국에 대한 한국(그리고 북한?)의 태도는 대단히 의외이며 실망스럽다. 이 순간 반미시위를 하는 한국민을 위해 판
서울서 열린 제9차 남북장관급회담에 참석한 북측 대표단이 첫 회의에서 보인 언행은 한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이들은 기조연설에서 북핵(北核) 문제와 관련해 남한이 미국과의 공조를 버리고, 북한과 이른바 ‘민족공조’를 이루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더구나 이들은 관례에도 없는 회의 공개를 요구하는가 하면,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기조연설문을 한국의 특정 방송사에 건네 일방적으로 공개해 버리는 무례도 서슴지 않았다. 서울에서 한국 국민을 상대로 반미(反美) 선전선동을 직접 펼쳐보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탈북자 78명이 중국에서 한국과 일본으로 해상 탈출하려다 대부분 중국 당국에 체포당한 사건은 내연(內燃)하고 있는 탈북자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앞으로 어떤 일까지 벌어질 것인지를 시사하는 중요한 사태전개라고 할 수 있다.이번 사건은 중국 내 탈북자들의 한국행 시도 방식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대담해지면서 동시에 국제적 연대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70여명이 한꺼번에 해상탈출을 시도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고, 미국·일본·유럽·한국의 여러 인권단체들이 ‘공동 작전’을 펼친 것도 새로운 양상이다. 국제인권단체들이 예고하듯
黃炳茂북한의 지속적인 핵 모험으로 한반도에 위기가 도래했는가? 결론적으로 말해 아직 위기는 오직 않았다. 국제정치적으로 위기는 적대행위의 가능성이 현저하게 증가되고 반응시간이 짧은 가운데 중대한 목표와 가치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인식을 정책결정자들의 마음 속에 불러일으킬 때 발생한다. 위기의 특성은 경악, 고도의 불확실성 및 충돌의 확대 가능성으로 나타난다.북한은 핵동결 해제의 수순을 강화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면서까지 국제사회에 긴박감을 조성해 관련 국가들의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지만 위기 상황을 조성하지 못하고
감사원의 대북(對北) 4000억원 비밀지원 의혹에 대한 감사(監査) 결과는, 결국 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선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새삼 입증하고 있다. 이번 감사로 의혹이 규명되기는커녕 오히려 궁금증만 더 키운 꼴이 됐기 때문이다.일단 감사원이 확인한 사실 중 눈에 띄는 것은, 문제의 4000억원 중 2240억원 가량의 거액이 국내에서 사용된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에서 이 돈을 대출받은 현대상선측은 줄곧 ‘운영자금’이라고 밝혀왔다. 만약 정상적인 기업 운영자금이라면 수표의 사
노무현 당선자는 엊그제 TV토론에서 “(한·미) 작전지휘권과 상호방위조약, 주둔군지위협정(소파) 등에 문제를 제기할 만한 많은 문제가 있다”며 “5년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할 정도로 변화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한·미 동맹관계를 어떤 방향으로든 크게 수술하겠다는 중대한 발언인 셈이다.비록 북한위협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국민들이 평화에 대한 안정감을 가질 때 이런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적잖은 문제들을 갖고 있다.우선 한·미관계를 보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 내정자가 15일 대북 4000억원 비밀 지원 의혹과 관련해 “현 정부가 털고 가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집권측의 정치적 속사정은 별개로 하더라도 ‘털고 가야 하는 것’ 자체는 이제 불가피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현 정권이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북한에 4000억원을 주지 않았느냐’는 의혹은 시간이 흘러 흐지부지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검찰, 감사원 등 관련 국가기관 모두가 조사를 미루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가운데 당사자인 정몽헌(鄭夢憲)씨는 남의 얘기하듯 명
金聖翰/외교안보연구원 교수뚜껑을 열 때마다 새로운 인형이 나타나는 러시아의 ‘마트로시카’ 목각인형처럼, 북한은 작년 12월 핵동결 해제를 선언한 이후 폐연료봉 봉인 해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 추방 등 단계적 조치를 단행해 오다, 올해 1월 10일 마침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다음번에 등장할 ‘인형’은 미사일 시험발사 재개일 것이라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북한의 NPT 탈퇴 성명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 단계에서’ 핵활동은 오직 ‘평화적 목적’에 국한된다는 점,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金明燮/한신대 교수·국제정치학16대 대통령 선거 이후 한 쪽에서는 파워이동이 부산하고, 다른 쪽에서는 설익은 신주류선언이 요란하다. 한국의 보수는 왜 패배했는가? 세대교체·인터넷 열풍·내분·신지역주의·병역문제 등이 회자되고 있지만 미흡하다. 보다 큰 틀을 보자.첫째, 밖을 보면 미국에도 책임이 있다. 냉전시대의 미국은 ‘초대받은 제국’이었다. 그러나 냉전 이후 유일 초강대국이 된 미국의 일방주의는 세계 곳곳에서 반미(反美) 정권의 출현을 부추겼다. 미국 중심적 세계화가 20대80의 구도를 빚어내면 낼수록 가진 것 없는 80은 뭉칠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외교 현안을 둘러싸고 여야간에 부적절한 입씨름이 계속돼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이 어제 한나라당 북핵 방미조사단 발표를 비판하면서 언론이 그런 발표를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식으로 언급한 것도 대단히 잘못된 인식이다.지난 13일 한나라당 방미조사단은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한·미간의 이상기류를 포착했다는 나름의 소감을 발표했다. 노 당선자측은 이같은 발표에 대해 ‘당리당략에 따라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는 노 당선자측이 이런 유감을
“북핵 위기가 계속된다면 올해 수출목표 달성은 가능할 것인가?”“반미(反美)감정 확산에 따른 외국인 직접 투자(FDI) 감소 대응책은 무엇인가?”1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산업자원부 주최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 산자부 간부 공무원 4명과 블룸버그·로이터·다우존스 등 외국 경제전문 통신사 소속 기자들이 참석한 이날 모임에서 두 시간여 동안 봇물처럼 터져나온 질문 때문에 정부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외국 기자들은 하나같이 “북핵 문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세계경제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한국의 경제환경이 최악의
노무현 당선자가 어제 미국 특사 일행을 만나 북핵(北核) 문제와 한·미관계에 대한 본인의 입장과 구상을 밝혔다. 노 당선자와 미국 정부내 한반도 문제 정책결정자들 사이의 첫 만남인 셈이다.노 당선자는 미국 특사에게 북핵 해결을 위한 3대원칙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거기엔 북핵 문제를 보는 노 당선자의 관점은 들어있지만, 아직 구체적 방안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다는 점이 아쉽다. 아찔할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북핵 위기의 속도를 감안할 때 노 당선자는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안에 북핵 위기에 대한 자신의 구체적인 복안(腹案)을
북한이 엊그제 장거리미사일 발사 실험재개까지 시사한 것은, 결국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볼모로 삼은 ‘대형 벼랑끝 핵게임’의 시작을 뜻한다. 이로써 북한은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로부터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양보를 받아내기 전까지는 도발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입증하듯 북한 관영언론들은 연일 내부 결전(決戰) 태세를 다짐하고 있다.지금 추세라면 결국 ‘북한 대(對) 국제사회’간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직접적 피해자인 우리의 대응이다. 북한이 이런 식의 도발을 계속하는 것만으로도 외국인 투자
북한이 어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것은 한마디로 국제사회에 정면 도전한 것이다. 이번 발표는 지난 일주일여 동안 한·미·일 3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사회가 어렵게 만들어놓은 ‘외교를 통한 북핵(北核) 해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 조롱하는 듯한 인상까지 주기 때문이다.더욱 기가 막힌 것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북한 정권은 상대편이 ‘약세(弱勢)를 보인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정권은 현재 북핵 해법을 둘러싼 한·미간 의견 차이를, NPT 탈퇴라는 초강수를 쓰면서 파고
지금 한·미관계는 50년 동맹관계사(史)에서 최악의 상황을 향해 치닫고 있다. 서로간의 오해와 불신이 끝없이 확대재생산되면서 급기야 한·미관계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사태로까지 발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국내 ‘반한(反韓) 내지는 혐한(嫌韓) 현상’이다. 거의 매일 북핵(北核)문제를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는 미국 언론들은 동시에 한국내 반미(反美) 움직임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에는 반미 분위기가 주요한 원인이었다”며 노 당선자와 부시 대통령의 갈등을 기정사실화 하
尹平重이번 16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적지 않다. 다채로운 독해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의 자칭 보수주의가 전무후무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위기 상황은 자초한 것이다. 보수를 자임하는 정당이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경제는 여전히 대기업 집단에 의해 좌우되며, 보수지를 자처하는 신문들이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점하는 현 상황에서 과연 보수주의의 위기를 운위할 수 있는가? 표면적으로는 이런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적 지표는 한국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