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昌基/changkim@chosun.com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임기 중 현대그룹을 통해 이뤄진 수천억원의 대북 송금에 대해 지금 여권(與圈) 인사들은 ‘어려운 북한 돕기’였다거나 ‘평화를 사기 위해 지불한 돈’이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토록 당당한 대의명분이 있었다면 왜 진작부터 내놓고 하지 못하고 하늘이라도 무너질 듯이 비밀에 부쳐 왔는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햇볕정책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흔히 ‘퍼주기’라고 비판해 온 것은 특히, 명분이 약하거나 일방적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4000억원(또는
李鍾遠/정치부 차장 jwlee@chosun.com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5일 ‘대북송금 전모 공개 반대’입장을 표명하면서 “서독도 통일과정에서 동독에 500억 달러 이상의 돈을 주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의 말대로 서독이 동독에 돈을 준 것은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서독도 동독과 비밀거래를 했었다. 1963년부터 통일 때까지 3만3756명의 동독 정치범들을 서독으로 데려오기 위해 몰래 동독과 거래를 한 것이 거의 유일한 비밀 거래 사례이다.그러나 서독의 비밀거래는 우리 정부의 ‘대북 뒷거??姑?뚜렷하게 다른 점이 있다. 서독정부는
오정인/소설가거두절미하고 노무현 당선자에게 묻고 싶다. 무엇이 벌써 노 당선자의 발목을 잡고 있는가? 그야말로 국익을 위해 우리는 이 문제부터 해결하고 가야 할 것 같다. 현대상선 2235억원에 대해 진실을 밝히지 않을 재간이 없다며 결연한 수사 의지를 말한 게 불과 며칠 전이다. 그 말이 노 당선자의 진심이었을 것이다.새 시대를 열어 갈 대통령 당선자의 진실된 의지를 며칠 사이에 흔들어 용두사미로 만들고, 취임도 하기 전에 속된 말로 스타일 다 구기게 해서 국민들에게 냉소와 불신감을 심어 주며 당선자와 이간질시키는 요소가 도대체
지난 3~4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노무현 당선자 특사단이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특사단이 당초 기대했던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물론 부시 대통령 면담 여부가 특사단 활동 평가의 유일한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달 방한한 미국 특사단이 노 당선자를 면담했고, 북한 핵 위기와 심상치 않은 한·미관계 등 전후 상황을 감안할 때 부시 대통령 면담 불발은 모양새가 썩 좋지는 않다.그리고 세간의 시선이 이같은 점에 쏠리는 까닭은 자업자득의 측면이 강하다. 노 당선자가 늘 ‘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당선자 진영이 대북 비밀송금사건을 김 대통령의 해명과 사과로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처사다. 김 대통령의 의중을 대변하는 입장에 있는 한화갑 민주당대표가 “퇴임하는 대통령이 이 문제를 매듭지었으면 좋겠다”고 밝히자, 노 당선자의 문희상 비서실장 내정자가 “가능만 하다면 좋은 일”이라고 호응한 데서 여권의 이런 기류를 읽을 수 있다.결론부터 말하자면 김 대통령의 해명과 대(對)국민 사과는 이번 문제를 풀어가는 출발점이나 ‘하나의 과정’은 될지언정 결코 종착점이 될 수는
姜孝祥/경제부장현대상선의 대북 비밀송금사건은 경제계로선 재앙(災殃)에 가까운 사건이다. IMF 외환위기의 원인이 무엇이었던가. 바로 한국 기업들의 불투명성이었다. 한보와 기아가 쓰러지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회계장부를 불신하게 된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서둘러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한 것이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촉발 계기였다. 외국인들은 투자를 할 때 투자대상 기업의 실적이 나쁜 점보다도 ‘도대체 실적을 알 수가 없는 점(불투명성)’을 가장 싫어한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7년 말 기자가 미국에서 만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렌스 클라인
대북 비밀 송금 의혹은 검찰이 수사를 사실상 포기한 이상 이제는 특검(特檢)이 진상을 규명하는 수 밖에 없게 됐다. 검찰은 ‘국익’을 위해 수사를 유보했다지만 진짜 국익은 진실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다.지금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앞으로 남측의 모든 대북 포용전략은 항상 정치적 음모설·공작설의 부담을 지고 시달릴 수밖에 없다. 또 남북관계의 잘못된 부분을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북측의 남한에 대한 오판과 뒤틀린 전략은 완전히 고질화될 것이다.밝혀야 할 진상은 누가, 무슨 목적으로, 얼마의 뒷돈을, 어떻게 북에 보냈느냐 하는 것이다.
대북(對北) 뒷거래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유보 결정은 검찰과 정치권이 맺어온 불유쾌한 관계가 향후 5년간 다시 되풀이될 것이라는 예고인 것 같아 개운치 못하다.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새로운 5년이 시작되는 도입부에서 또다시 이런 구태의 반복을 목격하면서 국민은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끼게 된다.검찰은 “현재 정치권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므로”라고 수사 유보의 이유를 달았는데, 과연 정치권의 어느 구석에서 진상규명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은 “꼬치꼬치 밝힌다고 하다?┷逑
최근 미국을 다녀온 함승희 민주당 의원은 엊그제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서 주한미군 철수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는데 우리 정부의 인식은 매우 안이하고 아전인수격”이라고 말했다. 여권 인사로부터는 좀처럼 듣기 힘든 함 의원의 발언은 미국 현지 분위기를 직접 체험하고 목격한 데서 나온 솔직한 위기 의식의 토로(吐露)이자 지금껏 한·미관계에 관한 안팎의 경보음을 애써 무시해온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신랄한 질책이라고 볼 수 있다.한국 내 반미(反美) 시위와 미국 내 반한(反韓) 분위기 등이 맞물리면서 한·미관계는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洪準浩/정치부장 jhhong@chosun.com우여곡절끝에 특별검사의 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지만, 최소 2억 달러의 대북 비밀 송금 사건에 대해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보여온 태도는 사람들을 헷갈리게 했다.검찰 수사를 당연시하던 발언이 국회에서 판단해달라는 쪽으로 바뀌고, 진상규명만큼은 정치적 고려를 배제해야 한다던 입장이 외교적 파장과 국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듯했다. 또 바뀐 입장을 본인 입으로 직접 말하지 않고 대변인이나 비서들을 통해 대신 전하는 방식을 취해, 그의 진심이 무엇인지 종잡기
김병주/서강대 교수·경제학레닌(1870~1924)과 스탈린(1879~1953) 같은 구(舊)소련 지도자들이 자본주의를 비판한 말 가운데 귀담아 들을 말이 없지 않다. 요즘 문득 그들이 자본주의 장사꾼을 비아냥거리며 내뱉었다는 말이 생각났다. “자본주의 장사치들은 이익이 된다면 제 목을 조르는 데 쓰일 동아줄도 팔아먹는다.”우리는 두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햇볕정책에 따라 추진된 대북경협사업 주체 가운데 이익 추구에 투철한 사업가가 있었나가 첫째 의문이고, 그가 제공한 자금이 북한이 우리를 옭아맬 동아줄(무기 구입과 핵개발)을 준비
지난 1일 일본 아오모리(靑森)시에서 열린 제5회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은 ‘KOREA(코리아)’라는 팻말과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함께 입장했다.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과 지난해 2002년 부산 하계아시안게임에 이어 국제종합스포츠대회에서 연출해낸 세 번째 ‘드라마’였다.이번 ‘동시 입장’은 그 이전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최단 시간 합의’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먼저 제안한 쪽은 북한. 아오모리에 와 있는 조상남 조선(북한)올림픽위원회 서기장이 박명철 조선올림픽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대북 비밀 송금 의혹사건을 둘러싸고 책임있는 사람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원칙을 지켜야 할 사람들이 무원칙한 행태를 일삼고 있으며, 자숙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고개를 들고 있어 개탄을 금할 수 없게 하고 있다.어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대변인을 통해 “진실은 규명돼야 한다”고 했으면서도 “그 방법은 국회가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고 발표한 것이 우선 그렇다. 이 발표의 핵심은 ‘진실은 규명돼야 한다’는 원론에 있는 것이 아니고, 진실 규명의 주체·절차·범위를 ‘국회가 판단해달라’는 데에 있다.국회도 당연히 정?ㅋ英맛?현안을 논의할
韓三熙/논설위원대북(對北) 뒷거래 의혹사건을 국회 내의 어떤 절차를 통해 해소하려는 움직임들이 정치권에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설을 쇤 뒤부터 노무현(盧武鉉) 새 정부의 핵심들이 일제히 ‘국회에서의 정치적 해결’이란 해법을 들고 나온 것이다.집권층 핵심들이 말하는 ‘정치적 해결’ 논리는 그러나 대북 뒷거래가 실정법상 명백히 탈법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수긍하기가 매우 어렵다. 아무도 모르게 감춰져 있었다면 모르겠으되 만천하에 탈법이 공개된 상황에서 행위의 당사자들 스스로가 나서서 사법적 처리의 대상에서 제외시키
지난달 30일 오후 4시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10층. 설 연휴를 불과 하루 앞두고 감사원이 번개불에 콩 볶아 먹듯 ‘4000억원 북한 비밀 송금’에 대한 특감 결과를 발표했다. ‘4000억원 중 2235억원(2억달러)이 개성공단사업비 등으로 북한으로 갔다’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석 달 넘게 실시됐던 감사원의 4000억원 특감은 ‘부실(不實) 감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9월 25일 이 문제가 처음 터진 이후 거짓말과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현대상선이 관련 자료를 제출한 시기는 넉 달 뒤인 지난달 28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문희상 비서실장 내정자가 어제 대북 비밀지원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한 것은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보다 불과 열흘 전쯤 노 당선자는 야당을 방문해 “검찰이 정치적 고려 없이 원칙적으로 수사해주길 바란다”는 정반대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문 내정자가 어제 “노 당선자 입장이 아니라 내 입장”이라고 밝혔지만, 그것을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새 정권측의 입장이 불과 열흘 전의 ‘검찰 수사 촉구’에서 ‘검찰 수사 불???뒤집혔다면 그 곡절에 대해
북한당국이 현대의 대북 2억달러 비밀송금 처리문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은 그들의 대남(對南)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이 진실규명에 협조하지는 못할 망정 한국민을 위협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남북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현대의 북한측 사업 파트너인 아시아·태평양위원회는 이번 일을 문제삼는 것은 “미국의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며 불순세력의 반북 모략”이라고 강변했다. 북한은 또 “(이를 문제시한다면) 오직 대결과
현대상선 자금이 북한으로 전달된 것에 대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어제 “남북 경제협력자금으로 사용된 것이라면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언급한 것은 대단히 논란의 소지가 많으며 논리적 모순을 안고 있다.먼저 문제의 돈이 김 대통령의 추정처럼 ‘경제협력자금’으로 쓰인 것이었다면, 왜 정부는 공개적으로 국민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그리고 작년 9월 국정감사에서 ‘대북(對北) 뒷돈지원’ 의혹이 불거져 나온 후, 지금까지 여권에서 왜 결사적으로 이를 부인해왔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
이경재/변호사2000년 6월 15일. 전 세계의 이목은 한반도의 북쪽 중심지 평양에 집중되었다. 남북 정상이 반갑게 포옹하고 환호하는 평양 거리의 붉은색 물결이 긴급 뉴스로 시시각각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한 햇볕정책의 상징적 성과였고, 우리 국민에게는 남북 교류와 민족 통일이 급물살을 탄 듯한 짜릿한 행복감을 안겨주었다. 이 대사건은 그후 김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는 데 큰 몫을 했다.2002년 12월.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강력한 자제 촉구에도 불구하고 핵 재처리시설 감시장치를 철거했다. 국제
尹平重/한신대 교수·철학두 여중생 사망사고는 민족주의적 자각에 다시 한 번 불을 당겼다. 사고처리 과정에서 미국이 보인 고압적 태도는 그 동안 내연돼 오던 한국인의 강력한 민족적 감수성을 폭발시키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 말 전국을 휩쓸었던 촛불시위는 그 생생한 예증인 것이다. 또한 북 핵 위기가 재연되는 가운데 극명히 드러난 미국의 일방주의는 우리로 하여금 한반도 상황을 전체적으로 다시 보게 한다. 이런 시각조정을 이끈 주요한 힘은 민족주의적 자존심이다. 특히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불과 한 세대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