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對北) 뒷거래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유보 결정은 검찰과 정치권이 맺어온 불유쾌한 관계가 향후 5년간 다시 되풀이될 것이라는 예고인 것 같아 개운치 못하다.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새로운 5년이 시작되는 도입부에서 또다시 이런 구태의 반복을 목격하면서 국민은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끼게 된다.검찰은 “현재 정치권에서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므로”라고 수사 유보의 이유를 달았는데, 과연 정치권의 어느 구석에서 진상규명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은 “꼬치꼬치 밝힌다고 하다?┷逑
최근 미국을 다녀온 함승희 민주당 의원은 엊그제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서 주한미군 철수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는데 우리 정부의 인식은 매우 안이하고 아전인수격”이라고 말했다. 여권 인사로부터는 좀처럼 듣기 힘든 함 의원의 발언은 미국 현지 분위기를 직접 체험하고 목격한 데서 나온 솔직한 위기 의식의 토로(吐露)이자 지금껏 한·미관계에 관한 안팎의 경보음을 애써 무시해온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신랄한 질책이라고 볼 수 있다.한국 내 반미(反美) 시위와 미국 내 반한(反韓) 분위기 등이 맞물리면서 한·미관계는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洪準浩/정치부장 jhhong@chosun.com우여곡절끝에 특별검사의 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지만, 최소 2억 달러의 대북 비밀 송금 사건에 대해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보여온 태도는 사람들을 헷갈리게 했다.검찰 수사를 당연시하던 발언이 국회에서 판단해달라는 쪽으로 바뀌고, 진상규명만큼은 정치적 고려를 배제해야 한다던 입장이 외교적 파장과 국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듯했다. 또 바뀐 입장을 본인 입으로 직접 말하지 않고 대변인이나 비서들을 통해 대신 전하는 방식을 취해, 그의 진심이 무엇인지 종잡기
김병주/서강대 교수·경제학레닌(1870~1924)과 스탈린(1879~1953) 같은 구(舊)소련 지도자들이 자본주의를 비판한 말 가운데 귀담아 들을 말이 없지 않다. 요즘 문득 그들이 자본주의 장사꾼을 비아냥거리며 내뱉었다는 말이 생각났다. “자본주의 장사치들은 이익이 된다면 제 목을 조르는 데 쓰일 동아줄도 팔아먹는다.”우리는 두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햇볕정책에 따라 추진된 대북경협사업 주체 가운데 이익 추구에 투철한 사업가가 있었나가 첫째 의문이고, 그가 제공한 자금이 북한이 우리를 옭아맬 동아줄(무기 구입과 핵개발)을 준비
지난 1일 일본 아오모리(靑森)시에서 열린 제5회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은 ‘KOREA(코리아)’라는 팻말과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함께 입장했다.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과 지난해 2002년 부산 하계아시안게임에 이어 국제종합스포츠대회에서 연출해낸 세 번째 ‘드라마’였다.이번 ‘동시 입장’은 그 이전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최단 시간 합의’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먼저 제안한 쪽은 북한. 아오모리에 와 있는 조상남 조선(북한)올림픽위원회 서기장이 박명철 조선올림픽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대북 비밀 송금 의혹사건을 둘러싸고 책임있는 사람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원칙을 지켜야 할 사람들이 무원칙한 행태를 일삼고 있으며, 자숙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고개를 들고 있어 개탄을 금할 수 없게 하고 있다.어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대변인을 통해 “진실은 규명돼야 한다”고 했으면서도 “그 방법은 국회가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고 발표한 것이 우선 그렇다. 이 발표의 핵심은 ‘진실은 규명돼야 한다’는 원론에 있는 것이 아니고, 진실 규명의 주체·절차·범위를 ‘국회가 판단해달라’는 데에 있다.국회도 당연히 정?ㅋ英맛?현안을 논의할
韓三熙/논설위원대북(對北) 뒷거래 의혹사건을 국회 내의 어떤 절차를 통해 해소하려는 움직임들이 정치권에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설을 쇤 뒤부터 노무현(盧武鉉) 새 정부의 핵심들이 일제히 ‘국회에서의 정치적 해결’이란 해법을 들고 나온 것이다.집권층 핵심들이 말하는 ‘정치적 해결’ 논리는 그러나 대북 뒷거래가 실정법상 명백히 탈법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수긍하기가 매우 어렵다. 아무도 모르게 감춰져 있었다면 모르겠으되 만천하에 탈법이 공개된 상황에서 행위의 당사자들 스스로가 나서서 사법적 처리의 대상에서 제외시키
지난달 30일 오후 4시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10층. 설 연휴를 불과 하루 앞두고 감사원이 번개불에 콩 볶아 먹듯 ‘4000억원 북한 비밀 송금’에 대한 특감 결과를 발표했다. ‘4000억원 중 2235억원(2억달러)이 개성공단사업비 등으로 북한으로 갔다’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석 달 넘게 실시됐던 감사원의 4000억원 특감은 ‘부실(不實) 감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9월 25일 이 문제가 처음 터진 이후 거짓말과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현대상선이 관련 자료를 제출한 시기는 넉 달 뒤인 지난달 28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문희상 비서실장 내정자가 어제 대북 비밀지원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한 것은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보다 불과 열흘 전쯤 노 당선자는 야당을 방문해 “검찰이 정치적 고려 없이 원칙적으로 수사해주길 바란다”는 정반대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문 내정자가 어제 “노 당선자 입장이 아니라 내 입장”이라고 밝혔지만, 그것을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새 정권측의 입장이 불과 열흘 전의 ‘검찰 수사 촉구’에서 ‘검찰 수사 불???뒤집혔다면 그 곡절에 대해
북한당국이 현대의 대북 2억달러 비밀송금 처리문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은 그들의 대남(對南)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이 진실규명에 협조하지는 못할 망정 한국민을 위협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남북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현대의 북한측 사업 파트너인 아시아·태평양위원회는 이번 일을 문제삼는 것은 “미국의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며 불순세력의 반북 모략”이라고 강변했다. 북한은 또 “(이를 문제시한다면) 오직 대결과
현대상선 자금이 북한으로 전달된 것에 대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어제 “남북 경제협력자금으로 사용된 것이라면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언급한 것은 대단히 논란의 소지가 많으며 논리적 모순을 안고 있다.먼저 문제의 돈이 김 대통령의 추정처럼 ‘경제협력자금’으로 쓰인 것이었다면, 왜 정부는 공개적으로 국민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그리고 작년 9월 국정감사에서 ‘대북(對北) 뒷돈지원’ 의혹이 불거져 나온 후, 지금까지 여권에서 왜 결사적으로 이를 부인해왔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
이경재/변호사2000년 6월 15일. 전 세계의 이목은 한반도의 북쪽 중심지 평양에 집중되었다. 남북 정상이 반갑게 포옹하고 환호하는 평양 거리의 붉은색 물결이 긴급 뉴스로 시시각각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한 햇볕정책의 상징적 성과였고, 우리 국민에게는 남북 교류와 민족 통일이 급물살을 탄 듯한 짜릿한 행복감을 안겨주었다. 이 대사건은 그후 김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는 데 큰 몫을 했다.2002년 12월.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강력한 자제 촉구에도 불구하고 핵 재처리시설 감시장치를 철거했다. 국제
尹平重/한신대 교수·철학두 여중생 사망사고는 민족주의적 자각에 다시 한 번 불을 당겼다. 사고처리 과정에서 미국이 보인 고압적 태도는 그 동안 내연돼 오던 한국인의 강력한 민족적 감수성을 폭발시키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 말 전국을 휩쓸었던 촛불시위는 그 생생한 예증인 것이다. 또한 북 핵 위기가 재연되는 가운데 극명히 드러난 미국의 일방주의는 우리로 하여금 한반도 상황을 전체적으로 다시 보게 한다. 이런 시각조정을 이끈 주요한 힘은 민족주의적 자존심이다. 특히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불과 한 세대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한 채 돌아온 것은 어이없고 망신스런 일이다. 사전에 김 위원장과의 면담 약속도 없이 김 대통령이 특사를 보냈다면 그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고, 북한이 약속을 깬 것이라면 무례하기 이를 데 없는 노릇이다.이번 특사 파견은 비밀리에 진행된 것도 아니고, 남북 양측의 공식발표와 함께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이루어졌다. 특사는 김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도 가져갔다. 사정이 이런데도 그와의 면담은 고사하고
남북 간 접촉과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의 관리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가 관건으로 등장하게 된다. 엊그제 남북 간에 합의·발효된 ‘동·서해지구 남북관리구역 임시도로 통행의 군사적 보장을 위한 잠정합의서’는 이 문제에 대한 원칙적이고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잠정합의서는 경의선과 동해선의 임시도로 연결공사를 위한 사람과 자재의 군사분계선 통과 문제를 ‘정전협정에 따라 협의·처리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어떤 경우에도 정전협정이 준수돼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실질적으로는
南成旭/고려대 교수ㆍ북한학중국의 홍위병 사태는 미국에서의 중국연구(China Studies)를 촉발했다. 장유유서의 전통사회에서 10대들이 떼지어 다니면서 기득권의 장년층을 혼내고 다니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을 때, 이를 정확하게 설명할 전문가가 미국에 없었다. 마오쩌둥이 뒤에서 조종하는 사건이란 정도로 추측만 난무할 뿐 언제, 어디까지 문제가 확산될지 예측할 수 없었다. 이를 계기로 미국 국무부, 교육부를 비롯한 당국은 각 대학에 중국학 연구소와 관련 강좌를 개설하는 등 중국 연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였다. 학자들에게 거액의 연구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가 이 시점에서 평양을 방문하는 것은 북한 핵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기 위해 거쳐야 할 필요한 과정으로 여겨진다. 지금 절실한 것은 북한 당국의 생각과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한편 북핵 저지를 위한 국제 사회의 단호한 결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는 일이며, 이를 위해서는 특사 파견이 유효한 방법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청와대가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특사는 당연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는 특사 파견이 의미를 가질 수가 없다. 이번 특사 파견이 북핵문제 해결에 긍정적 기여를
金鎭炫최근 반미(反美)문제를 놓고 좀 해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 직접적 대상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과 대사관 직원, 기업인 그리고 미국에 있는 지한(知韓)인사들은 자신들이 당하고 있는 물리적, 심리적 위협 내지 고통과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최근 한미경제협의회(KUSEC)에 KUSEC 동남부협의회 상대역인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 직원의 이메일이 날아왔다. 부친도 한국전에 참전했고 일곱 번이나 방한했던 이 직원은 “현재 미국에 대한 한국(그리고 북한?)의 태도는 대단히 의외이며 실망스럽다. 이 순간 반미시위를 하는 한국민을 위해 판
서울서 열린 제9차 남북장관급회담에 참석한 북측 대표단이 첫 회의에서 보인 언행은 한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이들은 기조연설에서 북핵(北核) 문제와 관련해 남한이 미국과의 공조를 버리고, 북한과 이른바 ‘민족공조’를 이루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더구나 이들은 관례에도 없는 회의 공개를 요구하는가 하면,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기조연설문을 한국의 특정 방송사에 건네 일방적으로 공개해 버리는 무례도 서슴지 않았다. 서울에서 한국 국민을 상대로 반미(反美) 선전선동을 직접 펼쳐보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탈북자 78명이 중국에서 한국과 일본으로 해상 탈출하려다 대부분 중국 당국에 체포당한 사건은 내연(內燃)하고 있는 탈북자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앞으로 어떤 일까지 벌어질 것인지를 시사하는 중요한 사태전개라고 할 수 있다.이번 사건은 중국 내 탈북자들의 한국행 시도 방식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대담해지면서 동시에 국제적 연대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70여명이 한꺼번에 해상탈출을 시도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고, 미국·일본·유럽·한국의 여러 인권단체들이 ‘공동 작전’을 펼친 것도 새로운 양상이다. 국제인권단체들이 예고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