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대북(對北) 송금이 남북 정상회담 성사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 것은 “5억달러는 정상회담과 무관하다”는 정부의 해명을 뒤집을 수도 있는 중대한 발언이다. 현대측이 정상회담 직전에 송금을 서두르면서 국가정보원의 도움까지 받은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정 회장은 대북 송금과 관련한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진실과 거리가 먼 변명을 늘어놓거나 사실 은폐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정 회장은 변죽만 울리고 말 것이 아니라 대북사업의 진정한 목적과 동기
최근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나온 의원들의 한국 관련 발언은 그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다. 특히 “새 한국지도자는 주한미군 주둔을 원치 않는 것 같다”는 주장은, 지금 한·미 양국 사이의 오해와 불신이 어느 수준인가를 실감케 한다.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을 한강 이남으로 재배치하고, 일부 병력을 감축하려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그런데 이해하기 힘든 것은 한국 정부나 노 당선자측이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대비책을 내놓기는커녕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노 당선자는 그간 몇 차례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필요
미국은 지금 온통 이라크와의 전쟁 문제에 휩싸여 있다. 지난 주말만해도 전세계 60여개 크고 작은 도시에서 반전(反戰)시위가 있을 정도로 강력한 세계 여론에 몰려있는데도 미국 정부는 이라크 침공을 구체화하고 있고, 미국인들은 생화학테러에 대비한 긴장감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텔레비전은 뉴스 시간마다 생화학테러에 대비한 피난 요령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 만큼 한국과 북한 문제는 현재로서는 옆으로 비켜서 있는 분위기다. 어떤 미국인은 “이라크가 아니었다면 지금 미국TV는 한반도 문제로 영일이 없었을는지 모른다”고 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어제 대북 비밀송금과 관련해 밝힌 내용은 국민의 궁금증과 의혹을 전혀 해소하지 못했다. 북한에 보낸 돈이 5억달러였고, 2억달러의 환전에 국가정보원이 개입했다는 이미 보도된 사실을 확인한 것이 전부였고, 나머지는 의혹에 대한 부인과 변명으로 일관했다.이 정도로 이 거대한 의혹을 적당히 뭉개고 지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당장 김 대통령은 이 돈이 순전히 현대가 대북사업을 하기 위해 북한에 송금한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거액을 대출해줬으며, 그 대출에 누가 개입
배찬복/명지대 교수ㆍ정치학대북송금 2억달러 비밀지원 의혹에 대한 특검제 채택 여부가 국민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후 청와대측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의 입장표명이 여러차례 있었지만 ‘말 바꾸기’란 평과 더불어 의혹은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만 하였다. 마침내 김대중 대통령은 어제 대국민담화를 다시 냈지만 대북송금액이 5억달러였다는 것과 김 대통령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것 외에는 그 전에 발표한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국민적 의혹이 해소될지 의문이다. 그 동안 대북송금 관련 의혹의 쟁점은 실정법 위반에 대
노무현 당선자는 어제 “언론이 미국과 다르다고 하는데 안 다르면 결과적으로 전쟁을 감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핵문제가 결국 유엔 안보리(安保理)로 넘어 갔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에 나온 발언이다. 특히 “한국 경제에 어려운 일이 있더라고 굳은 결심을 해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북핵 해법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지마저 엿보인다.그러나 이는 신중치 못할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큰 오해를 살 가능성도 있다. 북핵 유엔 안보리 회부는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세계 평화와 안전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李濬/산업부장 junlee@chosun.com원래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요즘 더욱 외부와의 접촉을 꺼린다는 후문이다. 그는 매일 아침 7시30분쯤 계동 현대사옥 12층 사무실로 출근해서 점심식사를 빼고는 종일 거의 사무실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측근인 김윤규(金潤圭) 사장이 가끔 대북(對北)사업과 관련해 보고하는 것 외엔 외부 손님도 거의 없고, 저녁에도 약속을 별로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요즘 정 회장의 심사가 편할 리 없다. 불면(不眠)의 밤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정세현 통일부장관은 북핵(北核) 문제에 대한 인식에서 아무래도 ‘대한민국’적 사고가 어려운 사람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대북문제 주무장관으로서 북핵과 관련해 걸핏하면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거나 한국의 ‘중재자’ 역할을 강조해 물의를 빚는 것인가.그는 엊그제 민주평통 보고회에서 “우리가 북쪽의 입장이 아니니까 미국과만 보조를 맞추고 북한을 압박하는 것은 현명한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중재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현 정부가 말하는 중재노력은 지난번 김대중 대통령 특사가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지도
李起昌/변호사‘대북(對北) 송금문제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 유보’라는, 형사소송법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통치권 차원이기 때문에 사법심사의 대상이 안 된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발언의 결과로 생각한다.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공판 당시 최규하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청했으나 최 전 대통령이 증언을 거절하자 구인을 요구했던 측이 누구였던가를 생각해 보면서 고소(苦笑)를 금할 수 없다. 최 전 대통령에게 요구했던 증언내용이 12·12 사태 당시 현직 계엄사령관의 구속과 관련된 문제와 5·17
金明燮/한신대 교수·국제정?갭醍?통일은 옳은가? 그렇다.” 남북 공동성명이 있던 1972년, ‘재야 대통령’이라 불렸던 장준하는 이렇게 썼다. 비록 박정희와 김일성을 독재자로 간주했던 장준하 였지만 통일은 그만큼 숭고한 것이었다. 그러나 곧 장준하는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이름으로 ‘통일’의 숭고성이 어떻게 훼손될 수 있는가를 보아야 했다. 이후 장준하는 ‘민주통일당’을 창당하여 통일운동의 제자리찾기에 나섰고 1975년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2000년 남북 정상회담 직전에 이루어진 대북 비밀송금에 대해서도 통일의 숭고성에 비추어 모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이제 대북 비밀송금 사건의 처리 방향에 대해 스스로 적극적인 선택을 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지금처럼 김대중 정권과 야당의 중간쯤에 선 듯, 모든 책임과 결정을 국회에 미뤄놓는 것은 취임을 보름도 채 남겨놓지 않은 차기 대통령으로서 취할 책임있는 자세라고 할 수 없다.노 당선자의 선택은 새 정부가 김대중 정권과 어떤 인과(因果)적 관계를 갖게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만약 그가 대북 비밀송금을 옹호하는 입장에 선다면 노무현 정권은 출발부터 태생적 한계를 벗지 못한 채 김대중 정권의
2000년 비밀리에 열린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 때 현대측 정몽헌, 이익치씨가 동석했다는 보도에도 불구하고 정·이씨측은 어제까지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이같은 정황 자체가 보여주는 바대로 현대 관계자는 “현대가 북에 보낸 돈은 정상회담 대가였다”고 말하고 있다.이미 여론조사에 나타난 것처럼 많은 국민들은 진작부터 이 돈이 정상회담용 ‘뇌물’이었던 것으로 믿고 있었지만, ‘속았다’는 배신감은 새삼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북한 정권에 뇌물을 주고 정상회담을 산 것은 ‘남북평화를 위한 고뇌’도 아니고 ‘북한 동포를 위한 결
최근 한반도 상황은 혼돈 그 자체다. 외신에 따르면 평양은 등화관제 훈련까지 할 만큼 결전(決戰) 분위기로 가득하고, 미국 부시 행정부는 군사조치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는데 서울은 태평성대다. 대북 비밀송금 의혹으로 온 나라가 분노로 들끓고 있건만 이런 세상 인심에는 아랑곳 않는 ‘3·1절 공동집회’ 운운이 거론되고 있다.하지만 대한민국이 정녕 제대로 된 나라라면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제사회의 공분을 낳고 있는 북한 핵문제는 다른 누구보다 우리 민족의 존망이 걸린 우리의 문제다. 우리가 남의 집 불구경 하
李東馥/15대 국회의원대북 비밀송금 문제에 관한 김대중 대통령의 최근 언행이 국헌의 문란을 초래하고 국기를 위태롭게 할 정도의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우리나라 삼권분립형 권력구조에서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는 권한은 무한하지 않다. 헌법 제66조 1항은 대통령에게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함께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 대통령은 헌법 제69조에 의거, 취임에 즈음해 ‘헌법준수’를 ‘선서’하게 돼 있다. 요컨대 대통령도 반드시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
최근 미국을 방문했던 노무현 당선자 특사단이 미국측 고위인사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 내지는 재배치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특사단 단장인 정대철 민주당 최고위원은 ‘철수 관련 언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한국이 원한다면 그곳에 주둔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고 완전히 다른 설명을 내놓았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식으로 국가 안보와 직결된 주한미군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주한미군은 지난 반 세기 동안 한반도 안보의 기둥이었고, 그 현
金昌基/changkim@chosun.com2년 전 남북 정상회담 직전에 현대그룹을 통해 이뤄진 수천억원의 대북 송금에 대해 지금 여권(與圈) 인사들은 ‘어려운 북한 돕기’였다거나 ‘평화를 사기 위해 지급한 돈’이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토록 당당한 대의명분이 있었다면 왜 진작부터 내놓고 하지 못하고 하늘이라도 무너질 듯이 비밀에 부쳐 왔는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햇볕정책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흔히 ‘퍼주기’라고 비판해 온 것은 무엇보다 명분이 약하거나 일방적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4000억원―또는 실
평소 바른말 잘하기로 유명해 국회에서 ‘미스터 바른말’로 통하는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의원이 요즘 한가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북한 핵 위기와 관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뜻을 전하기 위해 12일 러시아로 출발할 예정이지만, 정작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의 누구를 만나 어떤 얘기를 할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기 때문이다.6일 오후 만난 조 의원은 “가라고 해서 가기는 하는데 내가 외교전문가도 아니고…. 민족 생존이 걸린 문제라 최선을 다할 생각이지만 답답하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인수위가 러시
대북(對北) 비밀 송금과 관련해 “전모를 공개하면 현대가 망할 것”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은 그냥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실언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뒷거래 의혹을 덮으려고 내놓은 말치고는 너무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남북 경협사업에 사용했다는 자금 내역을 밝히면 왜 현대가 망한다는 것인지, 또 스스로 망할 짓을 한 기업이 자멸하는 것을 무슨 수로 막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무슨 속사정이 있기에 이토록 노골적으로 현대를 감싸고 도는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그 동안 정부가 틈나는 대로 자랑해 왔던 기업개혁과 구
750년 전인 13세기 중반께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수도승 두 사람이 8년간에 걸쳐 험준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 몽골의 수도를 방문했었다. 고려 고종(高宗) 말년으로 몽골이 개성을 점거하고 왕족을 몽골에 인질보내고 있던 그 무렵이다. 「잡혀서 죽임을 당하는 것이라는 공포말고도 굶주림·갈증·혹서·혹한·인해(人害)·수해(獸害) 등 상상을 초월한ㅡ」 고난을 겪은 수도승 카르피니와 뤼브뤼케는 각기 기행문을 남겼다. 전자의 기행문에는 그곳 왕궁에서 만난 고려 사신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아마 인질 잡혀가 있던 왕족 왕순이나 사신으로 가있던
레너드 S 스펙터/미국 몬터레이 비핵확산연구소 부소장북한이 핵무기를 만들려는 노력을 가속화하면 할수록 비극적 결과를 피하기 위한 길은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북한이 현재의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비극적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연말쯤 되면 그들의 수중에 4~6개의 핵무기가 있게 될 것이고 ‘핵 보유국’이라는 점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핵실험을 하게 될 것이다.그러는 한편 북한은 영변의 원자로를 사용해 매년 핵폭탄 1개씩을 늘려갈 것이며,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결실을 볼 때가 되면 더 많은 핵무기를 갖게 될 수 있게 된다. 일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