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의도성을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려 늦게 성명을 내게 됐습니다.”국방부는 7일 오전 지난 2일 발생한 북한 전투기의 미 정찰기 위협비행 사건과 관련, 대북(對北) 성명을 발표하면서 사건 발생 닷새가 지난 뒤에야 성명을 낸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성명은 대통령 주재로 6일 열린 통일·외교·안보 분야 장관회의에서 이 사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조영길(曺永吉) 국방장관이 강하게 필요성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방부의 설명은 우리 정부가 사건 직후 보인 태
송대성(宋大晟)/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새 정부가 출범하였고 새 봄이 오고 있는데도 많은 국민들 가슴속에는 나날이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참여정부’의 깃발을 높게 올리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새 인물들로 내각을 구성하고, 기존 가치관들을 과감하게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나날이 수많은 개혁조치들을 발표하고 있는데도 많은 국민들은 희망과 꿈을 갖고 참여 쪽으로 성큼 달려가기보다는 무엇인가 불안한 마음을 갖고 머뭇거리고 있다. 무엇이 이토록 많은 국민들을 머뭇거리고 불안하게 하고 있는가?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들은 많이 있을 수 있다.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북핵’ ‘대미관계’ ‘경제’였다. 그런데 이 세가지 불안 요인들이 우선 순위에 따라 해결되는 방향이 아니라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우리를 덮쳐오고 있는 것 같은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 오늘의 상황이다.북한은 이제 폐연료봉 재처리라는 ‘휘발유에 불지르기’만을 남겨놓았고, 미국은 폭격기 증강 배치로 대응하고 있다. 동해 공해상에서 양측 군용기가 충돌 일보전까지 간 것은 한반도 위기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버팀목이 돼야 할 대미관계는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의
위험 요소가 다가와도 달아나지 않는 최소한의 거리를 심리학자 헤디거는 ‘도주 거리’라고 이름 붙였다. 달음박질이 빠른 영양은 450m, 도마뱀은 약 1.8m가 도주 거리다. 인간은 야생 동물에 비해 타인이나 잠재적인 적(敵)의 접근에 대한 관용도가 훨씬 높다. 인간이 타인의 접근을 참아낼 수 있는 거리는 90㎝. 한 팔을 뻗은 거리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만든 ‘인체 비례도’ 역시 양 팔, 양 다리를 뻗어 그리는 원을 완벽한 사적(私的) 공간으로 묘사한다. 그 안에 타인이 들어오는 것은 애정의 표현이거나 침입 행위. 서양에서는
/朴勝俊sjpark@chosun.com 중국 외교부에는 4명의 대변인이 있다. 수석대변인 쿵취안(孔泉)을 비롯, 3명의 대변인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의 브리핑에 번갈아 나선다. 요즘 중국 외교부 대변인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북한 핵문제와 이라크문제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4명의 대변인들의 말은 이 사람 다르고 저 사람 다르지 않다. 이들이 북한 핵문제에 관해 하는 대답은 한결같다. “조선(북한) 핵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일관된 것이다. 첫째는 조선반도의 비핵화이고, 둘째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며, 셋째는
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의 장면은 참으로 특이했다. 라종일(羅鍾一)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이 노무현 정부 출범 직전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인사를 만나 남북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된 것이다. 노 대통령이 “…투명하게 하는 것이 좋다. 남북관계는 투명성과 원칙을 강조해야 하기 때문에 밝힐 수 있으면 밝히라”고 라 보좌관에게 말했다는 것이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이다. 노 대통령은 “라 보좌관이 오후 브리핑에 나가서 사실이 아니라면 공식 입장을 설명하라”고까지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라 보좌관은 “내가 직접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이 새 정부 출범 직전 북한측과 비밀접촉을 가졌던 사실이 드러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천명한 대북정책의 4대 원칙 중 하나인 ‘대내외적 투명성 높이기’에 대한 정부의 실천 의지에 근본적 의문을 갖게 한다.물론 남북 간에 불가피한 비밀접촉이 있을 수 있고, 투명성이 반드시 모든 접촉의 즉시 공개를 의미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일은 접촉의 시기와 방법, 그리고 당위성에서 많은 의혹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남북관계에서) 국민 참여를 확대하고 초당적 협력을 얻겠다”는 새 정부의 다짐을 스스로
/金玄浩 논설위원hhkim@chosun.com3·1절을 전후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일련의 일들은 갓 출범한 노무현 정부가 남북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겪게 될 시련과 극복해야 할 과제들을 구체적으로 예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담긴 의미를 얼마나 깊이 성찰해내고 대응책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새 정부 대북정책의 초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우선 정부는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 시민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을 뒤덮은 ‘사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새겨보아야 한다. 시민들은 북한 핵과 김정일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고, 우
정권이 바뀐 지 불과 며칠 만에 검찰이 김성호(金成豪) 전 복지부장관의 수뢰 혐의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은 이러고서도 검찰이 「권력층 수사」를 정권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엄정히 수사할 능력과 의지가 있다고 할 수 있는가를 다시 한번 의심케 하고 있다.검찰은 “김홍업(金弘業)씨에 관련된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장관이 기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흔적이 포착됐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검찰은 9개월여간 수사를 일부러 늦춰온 셈이 된다. 검찰의 해명으로는 “계좌를 따라가며 추적하다 보니 늦어졌다”는 것인데, 계좌추적 전문가들이
3·1절 민족대회에 참석한 북한의 ‘종교인’들이 서울의 한 교회에서 “미국의 핵 선제공격” “민족공조, 외세배격” 운운의 정치 선전을 하다 신도들의 항의를 받은 것은 우리가 북한과 대화를 하되 대화 상대방의 실상은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경종이 됐다.어느샌가 우리 사회에선 마치 북한에 진실된 종교와 종교인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현상들이 퍼지고 있다. 북한은 마르크스의 교리에 따라 종교를 아편으로 규정하다 1990년대 들어 대외·대남 활동에 필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에서 ‘종교시설’을 짓고 ‘종교인’을 양성했다. 결국 북한 정권이 양성한
李 康 媛/시인84번째 맞는 3·1절. 어느 해인들 독립을 위해 온 국민이 한 목소리로 외쳤던 그 의미를 되새기지 않고 넘어갔을까. 그러나 이번 3월 1일은 역사적 의미를 되새김질하고 넘어가기엔 우리의 발등에서 타고 있는 시급히 꺼야 할 ‘분열의 불똥’이 너무 크게 느껴진 하루였다. 이념과 세대 그리고 계층의 차이는 그 모습에서, 부르짖는 목소리에서 너무 확연하게 보여져 “이걸 어쩌나!” 하는 탄식이 소름처럼 돋았다. 왜 며칠 전 사회각계 원로 188명이 깊은 우려를 나타내는 모임을 가졌는지 그 의미도 새삼스러웠다. 1일 정오, 서
◇'3·1민족대회'에 참석한 북측 오경우 조선그리스도교연맹중앙위 서기장(오른쪽)이 2일 서울 소망교회 주일예배에서 곽선희 목사로부터 성경을 선물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2일 오전 서울 압구정동 소망교회. ‘평화와 통일을 위한 3·1 민족대회’ 종교 행사의 하나로 북한의 개신교 대표단 15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일 2부 예배가 시작됐다. 기도와 설교, 헌금 등이 끝나고 곽선희 담임목사가 북한 대표단을 소개했다. 북한 여성들이 찬송가를 부르고 이어 오경우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서기장이 단상에 섰다.오 서기장의 인사말을 듣던 교인들은 “우리
지난 1일 낮 12시 서울시청 앞 광장. 각계 각층 인사와 종교·시민단체가 참여한 ‘반전반김(정일) 3·1절 국민대회’에서는 대형 태극기가 유엔기·성조기와 함께 휘날렸다. 무대 앞에서 뒤쪽 대열까지 대형 태극기를 머리 위로 덮어 이동시키는 ‘월드컵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수십만명의 시민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들며 ‘한·미 우호’를 다짐했다.5시간 뒤 서울 탑골공원. ‘여중생 추모 범대위’ 등이 주최한 ‘민족자주, 반전평화 실현 촛불 대행진’에서도 참가 시민들은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다. 이들이 흔든 태극기에는 ‘SOFA 개정’
북핵 위기가 빠른 속도로 몰려오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조만간 한반도는 북한과 국제사회가 본격 충돌하는 재앙의 한복판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위험신호가 계속 켜지고 있다.지난 주말 국내에 타전된 외신 보도들은 북한이 핵 재처리 시설 가동을 준비 중이고, 미국은 이에 맞서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제한적 공습은 물론 필요한 경우 전술핵무기까지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유엔안보리도 북핵 관련 논의를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그만큼 북핵 문제가 위기로 빠르게 치닫고 있는 셈이다. 지금 단계에서 중요한
李炳浩/전 안기부 차장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안전 불감증이 빚은 대구 지하철 참사는 우리에게 또 다른 중대한 교훈을 던져 주고 있다. 그것은 안보적 재앙도 우리의 안보 불감증과 방심에 의해 갑작스러운 인재(人災)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고 재발 방지대책을 강구해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함으로 그의 취임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북한 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속에서 노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보다 시급하고도 무거운 책무는 우리의 안보체제의 철저한 재진단을 통해 이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국회에서 통과된 ‘대북 뒷돈 의혹’ 특별검사제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느냐, 마느냐 하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명분도 없고 현실성도 없다.특검법 통과는 법 절차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하자가 없었다. 민주당이 특검법 표결 때 퇴장했지만, 그동안 국회에서 퇴장은 상대방의 표결 처리를 소극적으로 용인하는 의사표시로 이용되어 왔다. 이렇게 통과된 법안에 대해 ‘하자’를 주장하면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한다면 거부권은 수도 없이 행사돼야 할 것이다. 지난
3·1절을 맞아 서울에서 열리는 반북(反北)과 반미(反美) 성격의 두 상반된 집회는 지금 우리가 처한 안보위기에 대한 여론의 흐름을 압축해서 보여주게 될 것이다. 보수성향의 단체들과 교회가 중심이 돼 개최하는 ‘국민대회’가 북한 핵과 김정일 그리고 우리 내부의 ‘친북 반미’ 성향을 규탄하는 반면, ‘여중생 사건 범대위’가 주최하는 ‘민족자주 반전평화 실현대회’는 주로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념적으로 상반된 성격의 대중집회가 서울서 같은 날 열리는 이런 모습은 보기에 따라서는 우리사회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징표라는 견
로버트 두자릭/ 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의 노무현 16대 대통령이 25일 취임했다. 노 대통령의 새 한국 정부는 지난 몇 년간 대북 접근에 관한 견해차 때문에 썩 좋지는 못했던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첫째로,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에 대한 지지를 더욱 분명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한국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져온 미국인들조차도 상당수가, 지난해 미군 차량에 의한 두 여중생의 비극적 죽음 이후 한국 정부의 행동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진 시민 시위가 반드시 반미적인 것은
金奎/국방대 초빙교수·예비역 공군소장 한국의 정치세력을 양분한 듯한 진보와 보수 논쟁에서 진보주의는 ‘사회의 불평등과 모순을 급진적으로 개혁하려는 성향’으로, 보수주의는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면서 불합리한 부분은 점진적으로 개선하려는 성향’으로 보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런 개념하에 보수주의자들은 진보주의자들을 ‘사회주의 성향을 가진 급진적 변혁세력으로 일부는 반체제적 혹은 친북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반면 진보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들을 ‘가식적 자유와 민주를 내세우고, 냉전구조를 이용해 기득권이나 유지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