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북핵 3자회담 참여문제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입장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워싱턴을 방문중인 라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은 엊그제 “(북핵 해결의)실질적인 진전이 중요하지 여기에 (우리가) 참여하나 안하나, 우리가 얼마나 주도적인 역할을 하나, 이 점에 관해서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엊그제 ‘청와대 브리핑’에서 한국의 3자회담 참여 문제에 대해 “무리하게 끼어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그럼 지금까지 “한국의 참여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던 윤영관 외교부장관의 말은 무엇인가? 윤 장관은 “과거처럼 우리가
현정부 들어 처음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의 합의문은 현재의 가파른 북핵(北核) 위기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한가롭기 그지없다는 인상뿐이다. 회담대표들은 핵문제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북측에 전달했다고 하지만 회담의 결과물인 합의문에서는 그런 흔적을 찾을 수 없다.북한의 핵무기 보유 시인으로 위기가 한층 고조됐지만 이 문제에 대한 합의문 내용은 지난 1월 회담 때 것을 되풀이 한 것이나 별반 다름이 없다. 상황은 급박해졌는데 합의 내용이 그대로라면 엄밀히 말하면 이번 회담은 사실상 뒷걸음질이라고 보아야 한다. 더구나 베이징 3자회담에
함승희 민주당 의원이 지난 28일 당 의원총회에서 “국정원이 이념·사상적으로 다소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채워졌을 때 북한 핵이나 국가 안보에 관한 주요 정보를 우방들과 교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지적한 것은, 지금의 우리 안보 현실에서 결코 소홀히 여길 수 없는 중요한 문제를 던지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이념적 성향 등이 문제가 돼 ‘부적절하다’는 판정을 내린 고영구 신임 국정원장 체제를 과연 미국정부가 ‘믿을만하다’고 볼 것이며, 또 고급 정보를 나눠가지려 할 것인가 하는 당연한 의문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입장을 바
金正源/세종대학교 석좌교수·국제정치학“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이제 평양보다는 베이징이 결심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한국도 중국을 설득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워싱턴에서 만난 제임스 릴리 전 주중·주한 미국대사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북한 핵 사태의 향방을 그렇게 진단했다.지난 10여년 동안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다루면서 중국의 긍정적 역할을 고대해왔다. 중국만큼 북한에 정?ㅁ본簾ㅀ姸╂岵막?영향력을 발휘하는 국가가 없다는 판단 아래 북한 핵, 미사일 위기가 터지면 주변국들은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 줄 것을
/金龍喆·변호사한총련 의장과 수배학생 가족들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만나 ‘한총련 합법화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보도를 보면 한총련 의장은 민정수석비서관에게 “한총련은 유연하고 개방적인 단체로 거듭나려고 하는 만큼 합법화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한다.그러나 한총련의 주장과는 달리 한총련은 전혀 변화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조직을 더 강화시키고 있다고 필자는 보고 있다. 한총련은 새시대를 맞아 새로운 학생운동을 전개하겠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렇게 다짐하고 있다.“올해 자주민주통일을 완성시키자. 이를 위하여 ‘학우 중심·
金玄浩/논설위원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 반대를 일축하고 서둘러 새 국정원장을 임명한 것은 북한의 핵보유 공언 사실이 알려진 지난 25일이었다. 두 가지 사안이 시간적으로 겹친 것이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노 대통령이 보인 반응은 판이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침묵, 국회에 대해서는 격앙이었다.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가졌고, 핵 실험을 해 보일 수도 있다”고 장담하고 나서자 세계 언론이 경악하고 한국의 주가가 폭락했지만 노 대통령의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북한의 핵보유는 허용할 수 없다는 기존의 원칙론만, 그것도 정부당국자를 통해 나왔을
북한이 지난주 베이징 3자회담에서 북핵(北核)문제 해결을 위한 ‘새롭고 대범한 제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국내외 언론 보도와 정부측의 비공식 설명 등을 종합해 보면 북한은 핵 포기 대가로 체제 보장과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면서 이를 위한 미·북 포괄협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북한의 이 같은 제안은 평화적·외교적인 북핵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변화다. 하지만 북한이 베이징회담에서 포괄협상을 제안하면서 동시에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시인한 대목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식 화전(和戰) 양면 전략을
어제 평양에서 시작된 남북 장관급회담은 노무현 정부가 앞으로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오는 29일까지 계속될 이 회담에 대한 국내외적인 관심이 다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은 지난주에 열린 베이징 3자회담에서 북한이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시인한 직후에 열리는 데다, 한국의 새정부 출범 후 처음 갖는 본격적인 남북회담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회담은 국제사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북핵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인식과 시각, 이를 풀려는 의지와 방법 등을 전 세계
북한이 베이징(北京) 3자회담에서 보여준 ‘핵 위협’은 시대 착오적이고 위험천만한 도박이다. 지난 23일부터 사흘 동안 미국·북한·중국 3자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회담의 목표는 북핵(北核)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북한은 거꾸로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핵 실험과 핵물질 수출 같은 본격적인 핵활동을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다’는 식의 위협을 늘어 놓았다고 한다.이번 회담을 통해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대한 희망의 불씨가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랐던 주위의 기
국정원장과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국회와 일반 여론의 비판적 지적을 ‘색깔론’ 시비로 몰고가는 일부의 시각은 이해할 수 없다. 국정원이나 KBS의 책임자를 결정하는 데는 그 직책의 성격상 이념적·정치적 성향이 중요한 잣대가 될 수밖에 없는데도 그것을 따져보는 것 자체를 ‘색깔 씌우기’니 ‘냉전적 사고’로 몰아붙이는 것이야말로 ‘역(逆)색깔 공세’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국정원장의 적임 여부를 가늠하는 데 어떻게 후보자의 과거 북한 관련 인식이나 활동을 살펴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또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력을
알렉산드르 만수로프/하와이 아시아태평양 안보연구센터 교수베이징에서 열린 미·중·북 3자회담은 실패로 끝났다.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음을 공식 선언하면서, 미국의 행동에 따라 북한은 핵무기 실험을 할 수도 있고, 수출하거나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뜻과, 동맹인 중국의 일관된 설득과, 남한에 대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법적 의무를 전적으로 무시한 채, 이제 핵 보유국 대열에 9번째로 합류했음을 선언한 셈이다.이제 공은 미국 쪽으로 넘어왔다. 미국이 택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다. 첫째는 북한의 비
정부가 지난주 유엔 인권위원회의 북한 인권개선 촉구 결의안 표결에 불참해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작년에는 결의안 상정 자체를 막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는 나종일 청와대 외교안보보좌관의 국회 증언에는 할 말을 잃게 된다. 국민세금으로 월급받는 우리 외교관들이 북한주민들의 인권개선을 위해 애쓰지는 못할망정 왜 거꾸로 국제사회의 그런 노력을 저지하려고 뛰어다녀야 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여기에다 몇 년 전 중국에서 구원을 요청하는 탈북자에게 “당신 세금 낸 적 있느냐. 왜 국가에 부담을 주려 하느냐”고 나무랐던 해외공관 직원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국가정보원장에 고영구씨를 굳이 임명하려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다.북한은 우리 국민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상대이기도 하면서 어떻든 협상해야 하는 상대이기도 한 이중성을 갖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이 중 위협세력으로서의 북한을 관찰하고 대응하는 최전선에 있는 기관이다. 만약 고씨가 적십자사 총재와 같이 북한과 협상하고 돕는 기관의 장(長)으로 임명된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간첩 석방을 외치고 반국가단체의 명예회복 운동을 벌였던 고씨가, 다른 기관도 아닌 대북 최일선에 있는
국회 정보위가 어제 다수의견으로 고영구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해 “국가의 최고정보기관인 국정원장으로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이에따라 노무현 대통령은 조만간 국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새 국정원장 후보를 찾을 것인지 아니면 당초 계획대로 밀고 나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고영구씨의 국정원장 임명을 철회하는 게 순리이고 정도다. 비록 국회의 의견이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는 하지만, 국정원장과 검찰총장 같은 권력기관의 장(長)에 대해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실시키로 한 여야(與野) 합의의 정신을 생각해보면 그 답은 분명
/원재천(元在天)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교수국제 인권 시민단체 팀원으로 유엔인권 위원회에 참석했던 필자는 유엔이 설립 이래 처음으로 북한 인권결의안을 통과시키는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표결이 시작되기 전에 만난 유럽의 어느 인권 전문가는 이번 상정안이 통과되기 아주 어려울 거라고 예견했다. 유엔인권 위원회에서만 수십 년 활동한 그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보통 이런 경우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들이 담합, 특정국가를 겨냥한 유엔인권위원회 결의안을 무조건 거부해 왔다는 것이다. 이들 지역 국가 대부분이 자신들도 어느 순간 유엔의 표적이
/崔秉默 정치부차장대우 bmchoi@chosun.com고영구(高泳耉) 국가정보원장 후보에 대한 국회 정보위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다음날인 23일, 서울 노원구의 한 40대 지역구민이 전화를 걸어왔다. 국회 정보위원인 민주당 함승희 의원의 지역에 살고 있는 유권자다. 2000년 총선에서 함 후보를 지지했다는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함 의원은 고 후보를 상대로 “판사를 했던 후보자가 (간첩으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김낙중의 (석방운동을) 지원해 온 행태를 보면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총수로서 사상성
최근 미국 국방부가 만들었다는 ‘중국과 힘을 합쳐 북한 김정일 정권을 교체하려는 외교적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비망록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미국 정부 내에 뚜렷한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 가고 있는 ‘김정일 정권을 그대로 두고서는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물론 부시 대통령이 수차례 밝혔듯이 북핵문제를 다루는 미국의 공식 입장은 ‘외교적·평화적 해결’이고, 오늘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는 미국·북한·중국이 참가하는 3자회담이 열려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는다. 그러나 북핵
고영구 국정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반국가단체 규정에서 ‘정부 참칭’ 부분을 빼야 한다”면서 국가보안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우선 그의 신분에 비추어 적절치 못하다고 본다.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국정원의 기본임무는 북한의 다양한 대남 침투로부터 국가안전을 지켜내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이런 임무를 법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것이 국가보안법이다. 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국정원 개혁도 정치사찰과 같은 국내활동을 겨냥한 것이지, 북한에 대한 대비태세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국정원을 책임질 사람이라면
/남성욱고려대 교수·북한학최근 북한 경제가 북핵 위기 속에서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7월 1일 경제관리 개선 조치를 발표한 후 북한 당국은 지난 50년대 발행 경험이 있는 인민경제공채를 오는 5월 1일부터 발행키로 했다. 또 사경제의 현장인 농민시장(Farmers's Market)의 명칭에서 농민이란 부분을 삭제, 시장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자본주의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조치들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북핵 위기 와중에서 시장경제 지향적 정책들이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으나 기존의 국가 계획경제에 주는 영향과 충격은 단순하
/楊相勳·논설위원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남의 선의(善意)에 맡기고 살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너무 익숙해지고 있다. 북한 핵 과학자의 망명설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우리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면서 사는 나라인가에 대한 회의를 떨칠 수 없다.북한 핵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도 일본도 아니고 우리 국민들이다. 북한 핵 정보에 가장 목말라 해야 할 나라는 미국도 일본도 아니고 남한이어야 마땅하다. 만약 북한 핵 과학자가 망명했다면 그 뒤엔 남한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 돼야 할 것이다.그러나 거의 언제나 우리가 아니라 미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