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라도 물방울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실용주의 외교.”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에서 부시 대통령과 벌이고 온 외교를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17일 그런 말로 논평했다. 그냥 ‘실용주의’라고 하지 않고 ‘물방울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淋 盡致)’이라는 묘한 표현을 덧붙여 놓았다. 말뜻이야 ‘금방 물에서 건져올린 것처럼 생생한 실용주의’, 다시 말해 ‘실용주의 외교의 극??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듯싶다.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아주 맵거나 짠맛 같은 극단적인 것을 싫어하는 중국인의 습성을 고려해본다면 다소 불편해하는 느낌이 배어있다는 점
/고든 플레이크(Gordon Flake)맨스필드 태평양 연구소 소장부시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2년 전 부시·김대중(金大中)의 첫 정상회담 때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결의를 갖고 정상회담에 임했다. 그 점에서 두 사람은 의심의 여지없이 성공했다. 부시·김 회담 때는 없었으나 이번에 명백하게 눈에 띈 두 가지 요소는 바로 존경과 친근성이었다.회담 후 예정에 없이 로즈가든에 나타난 부시는 노 대통령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고, 대화하기에 편안하며, 이해하기 쉽게 말하는 상대’라고 묘사했다. 이것은 한국인들에게는
콩은 노랗기에 꽃도 노랗고, 팥은 자주색이기에 꽃도 자주색이라고 생각들 하지만 콩꽃은 자주색이고, 팥꽃은 노랗다. 열매와 꽃이 같은 색깔일 것이라는 동일 연결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자연에만 투영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 됨됨에도 동일해야 하고 전 인격적으로 변함없기를 기대한다. 이이(李珥) 율곡 선생은 생각 많은 19세에 세상에 염증을 느끼고, 머리 깎고 급강산에 입산한 적이 있었다. 한평생 사는 데 크게 세 번, 작게는 서른 여섯 번 인생이 유전한다던데 율곡의 출가는 그 많은 유전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한데 불문을 배척했던 당대
/朴斗植 논설위원노무현 대통령은 본인의 미국 방문 결과에 대해 대단히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15일 정상회담을 마친 후 부시 미국 대통령이 옆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을 떠나면서 걱정과 희망을 함께 가지고 왔는데 걱정은 벗어버리고 희망만 갖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됐다”라고 말했을 정도다.그렇게 느낄 만도 하다. 미국측의 대접도 극진한 것 같았고,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을 “대화하기 편안한 상대”라고까지 평가했다. 한·미 두 나라 실무진이 준비해 온 공동성명도 큰 문제 없이 나왔다. 노 대통령 취임 후 ‘반세기 한·미 동맹 역사
어제 백악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 사이의 정상회담은, 노 대통령 취임 후 등장했던 한·미동맹에 대한 안팎의 걱정과 불안을 상당부분 덜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출발이다. 무엇보다 앞으로 북핵(北核)위기를 함께 풀어가야 할 두 정상이 이번 첫 만남을 통해 상대방에 대해 ‘믿고 같이 일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미국 방문 기간 노 대통령은 미국측에 이런 이미지와 믿음을 주기 위해 국내에서 오히려 반신반의(半信半疑)할 정도의 표현까지 동원해가면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방미를 일찍부터 준비해왔던 한국 정부가 끝내 이루지 못한 두 가지 일이 있다. 우선 미국 상·하 양원 합동연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초 미국을 방문해 상·하원 의원들 앞에서 영어로 연설을 했다. 발음이 신통치는 않았지만 민주주의의 가치를 역설한 그를 미국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환영했다. 노 정부는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다각도로 애를 썼다. 워싱턴을 방문했던 야당의 중진 정치인에게도 부탁했다. 하지만 미 의회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공화당도, 민주당 지도부도, 막상 얘기를 꺼내면 딴
지난해 제10기 한총련 의장으로 선출된 김형주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최종심에서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김씨의 유죄를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한총련 문제와 관련해서 이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한총련의 이적성을 지적한 대법원의 기존판결과 배치되는 말과 행동을 거듭해온 터라 그 의미가 보다 각별하다고 할 수 있다.그간 정부와 사회는 이 한총련 제10기 집행부가 ‘연방제 통일안’을 ‘6·15공동선언에 입각한 통일안’으로 강령의 일부를 개정한 것을 놓고 “그 정도면 변했다”는 동정론과 “그것만으론 곤란하다”는 원칙론으로 나뉘어 갈등을
吳太陽 사단법인 「좋은 벗들」 통일사업부 간사나는 소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다. 2001년 12월 17일, 불교 신앙과 평화운동의 개인적 경험과 신념에 따라 인명 살상을 목적으로 하는 ‘집총 및 군사훈련’ 거부를 실천에 옮겼다. 입영기피죄로 곧 기소됐으나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제도를 마련하지 않는 현행 병역법의 위헌 심리가 헌법재판소에 계류됨으로써 재판은 무기한 연기됐고, 1년 6개월여의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 2003년 5월 현재 한국의 감옥에는 1400여 명에 이르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수감돼 있다. 이들은 종교적 신념
/朴斗植 논설위원외교가의 오랜 속설(俗說) 중 하나가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는 것이다. 정상회담이 언제나 성공했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정상회담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말이다. 그렇다고 과장된 표현은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이건 실패구나’라고 느낄 만큼 정상 간의 만남이 참담하게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회담장 안의 분위기가 아무리 험악했어도 주변에서 늘 성공처럼 보이게 포장하는 외교적 기술을 발휘하곤 하기 때문이다.이 분야에 관한 한 한국 외교관들의 실력은 세계 정상급이다. 그런 우리 외교관들도 어쩔 수 없이 실패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 방문 첫날인 어제 주한미군 2사단 재배치 문제에 대해 “현재의 위치에서 한국을 도와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간 노 대통령이 ‘한·미 동맹 재조정’에 상당한 의지를 보여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간곡하게’라는 표현까지 넣어 미군 2사단이 한강 이북에 계속 주둔해달라고 부탁하겠다라고 말한 것은 커다란 입장 변화라고 할 수 있다.결국 이는 한국의 안보와 번영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대통령의 입장에서 무엇이 국익인가를 놓고 오래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일 것이다. 과거 노 대통령이 어떤 입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방미(訪美)는 외교안보적 소득 못지않게 경제 측면에서의 성과가 주목되고 있다. 물론 문제의 경중(輕重)과 선후(先後)에선 당연히 북핵(北核)해법 도출과 한·미 동맹관계의 재정립, 미 2사단 재배치 보류 등의 외교 안보적 현안에 대화와 협상의 중점을 두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불안요인의 상당 부분이 안보적 불확실성과 한·미 동맹 이상(異狀)징후 등 경제 외부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한·미 정상이 외교안보 부문에서 공감대를 확보한다면 이 효과는 경제 쪽으로도 긍정적 작용을 하게 될 것이기
노무현 대통령이 내일 미국 방문길에 오른다. 다른 어느 때보다 이번 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그만큼 한·미 사이에 중요하고 급한 일이 많다는 뜻이다.노 대통령이 방미 중 다뤄야 할 이슈들은 하나같이 만만치 않다. 우선 북핵이라는 대형 안보위기에 대한 한·미 공동의 해법을 찾아야 하고, 노 대통령 취임 이후 심상치 않은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미동맹을 다시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의 상황을 때론 불안한 눈으로, 때론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미국 경제계를 설득해 다시 한번
朴淵徹/변호사검찰이 1997년 제5기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기소하고 대법원에서 확정한 이후 한총련 관련 입건자는 매년 900여명에 이르고 자연히 학생운동은 위축됐다. 또 한총련 관련자에 대한 지명수배가 장기화하고 집행 방법이 경직화되면서 어느덧 치명적인 인권문제로 등장하게 됐다.소위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에서도 우리의 대학생들이 그 연합단체에 가입해 임원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만으로 길게는 7년째 도피와 은둔의 생활을 해야 하는 일이 일어나야 하는가. 그들이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면서 서로 만나지 못한채, 집안의 애경사에도 참석하지
姜孝祥/경제부장그리 대중화된 통상용어는 아니지만, 어느 한 나라의 투자자들이 상대국에 투자할 때 상대국 국민들과 똑같은 조건으로 투자하도록 보장하는 양자투자협정(BIT)이란 것이 있다. 이 BIT가 다음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논의되는 모양이다.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현재 미국은 세계적으로 90여개 국가들과 BIT를 체결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몽골도 올라있는 미국과의 BIT 리스트에 한국은 빠져 있다는 점이다. BIT에서 소외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BIT 체결국이 혜택을 받을 동안 한국은 다른 나라에
노무현 대통령의 첫 방미를 앞두고 있는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두 나라의 대북정책을 조율하면서 한국측의 주장에 대해 세 가지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 의문점은 아마도 노·부시 회담 후 발표될 합동발표문의 내용과 표현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것 같다. 그동안 노 대통령과 그의 팀들이 제시해 온 견해와 발언을 세밀히 검토해 온 부시팀으로서는 이번 노·부시 회담이 한·미 공조를 과시하는 계기가 되기보다 이견이 노출되는 자리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부시팀이 이해할 수 없다는 첫 번째 문제는 한국이 왜 굳이 미국이 대북문제에 군사력을 사용
문정인/연세대 교수·정치학노무현 대통령의 역사적 방미가 목전에 와 있다. 이번 노무현·부시 정상회담에 거는 국민적 관심과 기대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 견줄 수 있을 만큼 매우 크다. 어떤 이는 이번 정상회담을 한국의 명운을 담보하는 사활적 이벤트라고 규정하고 있는가 하면, 골드만삭스라는 세계적인 투자회사는 대한국 투자 여부를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를 보면서 결정하라고 고객들에게 조언해 주고 있다.그만큼 이번 정상회담은 중차대하다.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한때 삐걱이던 한·미동맹의 재결속, 그리고 그에
金昌基/국제부장 changkim@chosun.com이라크전쟁이 끝나고 세계의 시선은 한반도로 쏠려 있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는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한·미 동맹관계는 유례없을 정도로 불안정한 상황이다. 그만큼 내주에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은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이고,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아마도 사상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회담이 될 것 같다.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인가. 그를 맞이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꺼낼까.요즘 미국에서 부시 행정부의 대외 정책에 가장 큰 입김을 미
尹平重한신대 교수·철학한나라당이 극구 반대했을 뿐 아니라 국회 정보위가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낸 서동만 국정원 기조실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은 우리 사회 공론장의 취약성과 천박함을 극명히 보여 준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인사청문회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더 바람직했다. 그러나 기조실장 임명이 청문회 심의 대상도 아니며, 대통령의 인사권에 속한다는 것도 맞는 이야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서동만 실장 임명에 반대하는 쪽의 어법이다. 교수 시절 서동만 실장의 발언에서 심각한 이념적 문제점이 발견
일본에서 최근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군사력을 강화하고 그 사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의 개헌 움직임이 추진력을 얻고 있는 것은 매우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일본 자민당 내의 보수적 단체인 헌법조사회가 일본의 군사력 보유를 명기하고 총리가 비상사태를 발동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헌 골격을 마련했다는 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보도는 일본 내에서 개헌을 이미 기정사실화해 가는 여러 흐름 중의 하나를 보여준 사례일 뿐이다. 일본 국회는 2000년 초당적인 헌법조사회를 구성했고 2005년에 개헌 관련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평화
레너드 스펙터/몬테레이 비확산연구소 워싱턴 소장, 전 미국 에너지부 군비통제·비확산 차관보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기 위한 이라크 전쟁은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많은 교훈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북 3자회담에서 북한 대표는 미국의 켈리 차관보에게,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선언,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미국의 가정(假定)을 더욱 확신시켰다. 북한은 또 폐(廢) 핵연료봉에서 추가로 핵무기 물질을 추출했다고 말함으로써 그들이 곧 5~6개의 핵폭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