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고이즈미(小泉純一郞) 총리의 한·일정상회담 화두는 ‘미래지향’으로 요약된다. 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의 제목도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위한 한·일 협력기반 구축’이다. 그러나 화려한 수사를 걷어내면 두 정상이 말한 ‘미래지향’은 서로 가는 길이 너무 달랐다. 노 대통령은 방문 기간 내내 일제 식민통치 등 ‘불행한 역사’에 대해 언급을 자제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대체시설 건립 문제는 아예 협상 테이블에 올려지지도 않았다. 한국 대통령의 방일 때마다 반복된 ‘과거사 언급’에 대한 사전 수위 조절이
/ 논설주간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체일(滯日) 3박4일을 ‘착잡하다’는 단어로 결산했다. 본인의 심경이 이럴 정도라면, 그걸 지켜봐야 했던 국민들의 마음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6일자 일본 신문들의 1면에는 대충 4가지 기사가 실렸다. 지면의 3분의 2, 또는 4분의 3은 전쟁 상태를 대비한 이른바 유사(有事)법안이 전후 최초로 제정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기사가 차지했다. 여기에는 감개무량(感慨無量) 또는 세월 무상의 소회(所懷)를 담은 해설 기사가 덧붙여 있었다. 다음으론 이라크에 자위대를 파견하는 법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자신의 일본 방문을 결산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착잡하다”는 말로 심정을 표현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함을 넘어서 분노와 민망함·수모감으로 얼룩졌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먼저 한국 대통령을 초청해 놓고 의도적·우발적 외교 결례(缺禮)로 일관한 일본측의 처사에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 방일이 있기 직전 집권 자민당의 아소 다로 정조회장이 “창씨 개명은 조선인들이 먼저 원해서 시작됐다”는 망언을 하더니, 방일 일정이 시작된 지난 6일 자민당 회의에서도 비슷한 발언이 이어졌다고 한다.
김대중 /이사기자주한 미군의 주둔지 조정 내지 병력수준의 재검토―즉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 문제가 구체적 실행에 옮겨지게 됐다. 우선 서울시내에 있는 연합사 및 8군 사령부의 연내(年內) 이동에 이어 한수(漢水)이북 2사단의 후방배치가 한·미 간에 확정된 것이다.미 국방성의 한 고위 관리는 이것이 한국 내 반미(反美) 분위기의 결과이거나 동북아시아 정책의 후퇴로 비치는 것을 적극 경계했다. 그는 “주한미군의 조정문제는 이미 2년 전부터 검토돼 왔던 것으로 이라크전에서 보았듯이 현대전(現代戰)에서 보병의 역할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군
지난 6일부터 시작된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일제(日帝)를 경험하지 않은 광복 첫 세대가 특수관계에서 일반관계로 전환하는 한·일관계의 도입부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노 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 총리 간의 7일 정상회담에서 다뤄진 핵심 현안은 두 가지였다. 북핵과 한·일 과거사문제가 그것이다. 북핵 문제의 경우 ‘평화적·외교적 해결’이라는 총론에서 나타난 합의가 과연 각론에서 어떻게 구체화되고 실행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고이즈미 내각은 부시 미국 정부와 함께 대북(對北) 압박에 들어간 상태이기
金慶敏(한양대·국제정치)한·일 정상회담이 도쿄에서 열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몇 가지 주요 현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는데 그 중에서 가장 주요한 현안은 역시 북한 핵문제에 대한 대처방안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한국은 대화를 강조했고 일본은 대북 압박 쪽에 비중을 뒀다. 그러면서 지난달 14일의 한·미 정상회담과 23일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원칙, 즉 한·미·일 간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한다는 정책방향이 일단락된 셈인데 북한이 핵위기를 고조시킬 경우 미·일은 한국보다 훨씬 강도 높은 제재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음이 간파된다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 2사단을 한강 이남(以南)으로 옮기기로 합의한 것은 한반도의 안보 지형을 뿌리부터 바꾸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휴전선과 인접한 경기 북부지역에 전진 배치된 미군 기지는 최전방에서부터 북한의 침입을 막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상징했다.한국 정부나 국민들은 50여년 가까이 주한미군이 북의 탱크를 최일선에서 막고 있고, 그 뒤에는 세계 최강 미국이 버티고 있다는 것을 당연한 안보환경으로 여겨왔다. 그렇기 때문에 주한미군이 휴전선에서 서울에 이르는 한반도의 심장부를 빠져나가 한수(漢水) 이남으로 옮
대북 비밀송금 특검수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언행들이 최근 정부 여당에서 끊임없이 속출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이번 사건을 왜 특검이 맡아야 했는가를 입증해 주고 있다. 특검에도 이처럼 노골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마당에 일반 검찰이 맡았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엄청난 논란 끝에 대북 비밀송금 사건을 특검이 맡게 된 것은 어떤 정치적 고려보다도 우선은 진실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일의 순서라는 국민적 합의에 따른 것이다. 대북 송금 사건이 남북정상회담의 평가나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3일 저녁 연평도 선착장. 조업을 마치고 막 배에서 내린 구릿빛 피부의 장정들은 ‘꽃게 풍년’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굳어있었다. “올해 꽃게가 잘 잡힌다죠?”“…”“북한 어선 월선으로 걱정되지 않아요?” “우리는 정해진 조업구역 내에서만 일하니까 상관없어요.” 어민들의 반응은 기계적으로 똑같았다. 지난해 ‘연평도 꽃게잡이 어선 일부가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교전의 간접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일부 보도로 홍역을 치른 이들은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민들과 간재미에 소주를 나눠 마시자 그제서야 자신들의
울포위츠 미국 국방부 부(副)장관이 엊그제 앞으로 4년간 주한미군에 150억달러를 투자해 150개 항목에 걸쳐 미군 전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또 “미국이 노력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더 기여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의 국방비 증가를 공식 요구하기도 했다.이 소식을 접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충격과 의아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왜 지금 시점에 미국측이 이 같은 전력 증강 작업에 나섰는가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고, 미국에 맞춰 우리가 부담해야 할 국방비 증가는 과연 얼마나 되는 것인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기
최근 들어 거의 매일같이 벌이지고 있는 북한 어선들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북한 어선의 잦은 도발이 자칫하면 예상치 못한 불행한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이미 남북은 지난 99년과 작년, 비슷한 일로 서해상에서 남북 해군 간의 무력 충돌을 경험한 바 있다. 특히 우리 국민 대다수는 꽃다운 장병 6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작년 서해교전의 아픔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이 올해 또다시 노골적으로 NLL을 침범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인내를 시험하겠다는 위험한 불장난으로 해석할 수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訪美)에 앞서 세 가지 의문점을 가졌던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노 대통령이 다녀간 뒤 또 다른 몇가지 의문점을 갖게 됐다. 노 대통령의 방미 이후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미국의 조야에서 한국문제, 한반도문제, 그리고 북한핵문제의 긴박도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좋게 보면 노 대통령의 방미가 그 열기(?)를 식혔다고 볼 수 있고, 다른 관점에서 보면 한반도문제는 당분간 전후(戰後) 이라크 처리, 중동평화를 향한 로드맵(road map) 중재, 그리고 EU와 러시아 등과의 정상외교에 자리를 양보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
/朴斗植 논설위원다음달 6~9일 일본을 방문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생일은 음력으로 1946년 8월 6일(청와대 공식 홈페이지)이다. 일본 식민지 시대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 해방 1세대인 셈이다. 이것만으로도 노 대통령의 방일(訪日)은 한·일 관계사에서 새로운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일제(日帝)에 대한 체험이나 기억을 갖고 있지 않은 첫 한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기 때문이다.일본 정부는 그간 노 대통령에게 유별난 관심을 보여왔다. 고이즈미 총리가 지난 2월 노 대통령 취임식에 직접 참석했고,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고이즈미의 유
미국 정부는 올해 안에 최신형 패트리엇 미사일 16기를 한반도에 추가 배치하고, 1개 중무장 여단 장비를 해상에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됐다. 이와 함께 주한미군의 재래식 폭탄을 정밀유도 폭탄으로 교체하고 있고, 지난주에는 최신형 고속수송선을 통해 오키나와 주둔 미군이 한반도에 긴급 투입되는 작전을 선보이는 등 그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주한미군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본격적인 전력증강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한·미 정부는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있다. 주한미군 재배치
지난 20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 고위관리 출신의 탈북자가 증언한 북한의 마약생산 및 수출실태는 북한이 가히 ‘마약 국??箚?불릴 만한 충격적인 내용들을 담고있다. 그의 증언 내용 중에 특별히 눈길이 가는 대목이 하나 있었다. “2001년 12월 남한 당국이 부산항에 들어온 배에서 다량의 마약을 적발했는데, 남한 당국은 그 마약이 어느 나라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밝히지 않았지만, 그것이 북한산이었던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밝힌 부분이다. 이는 본보가 작년에 보도한 부산항 마약 밀수선 의혹 보도를 뒷받침하는 내용이다(2002년 4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경협 회담에서 북한이 대놓고 남한을 협박하고, 이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놓았는데도 결국 우리는 쌀 지원과 개성공단 추진 등 북한에 줄 것은 모두 주기로 합의했다. 북측은 “남쪽에서 헤아릴 수 없는 재난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협박 발언을 한 데 대해 그것은 “재난이 닥쳐와 북이나 남이나 불행하게 되지 않고 다 같이 잘 되기를 기대하는 의미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사과나 유감 표명은 어디에도 없다. 동어반복(同語反復)에 불과한 해명인데도 정부는 이를 ‘유감성 해명’이니 ‘진일보한 성과’라고 자평하고
남북 간 경제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에서 북측 대표가 북핵문제에 대한 한·미의 대응자세에 시비를 걸면서 “남쪽에서 헤아릴 수 없는 재난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등의 노골적인 위협을 가한 것은 결코 유야무야 넘길 일이 아니다. 같은 날(20일) 북한 노동신문은 미국의 대북 압박이 강화된다면 “조선반도에서 전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 남한을 핵 인질로 삼겠다는 의도를 그대로 드러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94년 북핵 위기 때 “서울이 불바다가 되고 말 것”이라던 북한 대표의 위협 발언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입만 열면 ‘
김대중/이사기자노무현 대통령의 방미는 ‘잘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가 미국에 오기 전에 토해냈던 여러가지 대미(對美) 언급과 한국 국민들의 걱정에 비하면 그렇다.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한·미 간에 큰 마찰이나 이견(異見) 대립이 없었다. 노 대통령의 돌출 행동이나 발언도 없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미국사람들 듣기 좋은 얘기만 했다. 부시 대통령의 ‘서부 총잡이’ 같은 태도나 듣기 거북한 직설적 발언도 없었다. 노 대통령 스스로 토로했듯이 ‘잔뜩 긴장했던 것’ 치고는 모두 안도하는 분위기로 끝난 셈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요소가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訪美) 성과를 둘러싼 논란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고,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도 하다. 노 대통령이 갑자기 대미관(對美觀)을 바꾼 것처럼 보이자 적잖은 국민들이 의아해 했고, 특히 노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던 사람들의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물론 이번 논란은 작년 말부터 시작된 한·미 동맹을 둘러싼 논쟁의 연장선 위에 있으며, 우리 내부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으로 보면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상대방을 의식해야 하는 외교의 특성을 무시한 채 ‘자해(自害)성 논란’으로 진행되는 것은 곤란하다.이런 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