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대북 송금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한 23일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의 서울 대치동 사무실에서는 진한 아쉬움이 배어 나왔다.송 특별검사의 표정에서도 짐을 벗었다는 홀가분함은 잘 보이지 않았다. 점심식사를 위해 사무실을 나서는 길에 기자들과 잠시 마주친 그는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언급하기를 몹시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심경을 묻자 “대통령의 결정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면서 “정치적인 성격도 포함되어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박지원(朴智元)
全寅永/ 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북한의 핵·미사일 보유 야심과 미국의 강경한 북핵 저지 정책으로 인해 한반도는 지구상의 위험한 화약고로 변모되고 있다. 최근 북한의 ‘핵 보유’ 발언과 미국의 휴전선 인근 미 제2사단 병력 후방 재배치 강조는 우리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악화된 북·미 관계는 햇볕정책을 계승한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입장과 평화번영 정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의 한반도 정세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해결수단을 지니지 못한 남한의 입장을 어렵게 하는 동시에,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환기시켜 주고 있다. 현재
金玄浩/논설위원 북한 통치자 김정일(金正日)의 일본 출신 전속 요리사가 폭로한 ‘경애하는 장군님’의 식탁은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야자상어날개탕, 뱀장어 캐비어, 비둘기 간장찜, 염소고기 샤슬리크…. 웬만한 미식가들도 이름조차 듣지 못했을 진기한 요리들이 즐비하다. 게다가 창고에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술이 1만 병이 넘는다고 하니, 말 그대로 술이 못(池)을 이루고 고기가 숲(林)을 이루지 않는가.김정일의 먹고 마시는 행태에 관한 비슷한 내용의 증언은 한둘이 아니다. 2년 전에는 프랑스 출신의 요
어제 아침 신문에는 일반 독자들이 생전 처음 보는 희한한 사진 한 장이 실렸다. 지난 20일 노 대통령이 국정원을 방문하고 기념촬영한 이 사진에 등장한 뒷줄의 22명은 마치 복면이라도 쓴 것처럼 얼굴이 검은색 원으로 가려져 있었다. 사진 속의 얼굴 없는 인물들은 그 직책과 신원이 국가기밀로 분류되는 국정원의 실·국장급 간부들이다.그런데 한 인터넷 신문이 무려 39시간 동안이나 이들의 얼굴을 그대로 드러낸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국정원 간부들의 정체가 모두 공개되는, 세계적으로도 유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이 국정원을 방문해 ‘개
대북 송금 의혹 특별검사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한 것은 명분 없고 부당한 대통령 권한 행사의 선례로 기록될 것이다.특검이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한 것은 수사가 미진했기 때문이란 것은 상식이다. 더구나 남북정상회담 준비자금이란 명목으로 박지원씨가 현대로부터 150억원을 받았다는 새로운 의혹까지 불거진 마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더 이상 수사를 못하게 막은 것은 그 동기가 순수하지 않다고 볼 수밖에 없다.지금 민주당 구주류는 물론이고 ‘개혁적’이라는 신주류까지 특검 수사에 대한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로
金琅基 대북 송금 사건의 특검 수사기간 연장 문제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은 법치주의의 실종과 정치권력의 수사개입 과정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장면이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송두환 특별검사를 초청해 수사기간 연장의 필요성에 대해 묻고 설명을 들은 것부터가 그렇다. 굳이 대통령이 특검을 불러 직접 만날 필요가 있었을까? 송 특검은 이미 지난 20일 연장이 필요한 사유를 적은 요청서를 청와대에 보냈다. 대통령은 그것을 읽고 연장 허가든 불허든 결정하면 된다. 특검법에도 대통령이 연장 여부 결정에 앞서 특검을 직접 만나 사
엊그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1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6·25 국민대회’는 오늘의 시국 상황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서울시청 앞에선 불과 얼마 전 ‘사망 여중생 추모 집회’가 열린 바 있다. 이처럼 ‘이념’이 거리에서 맞부딪치는 것은 결코 성숙한 사회의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 사회가 이처럼 이념적 이슈들이 거리에서 세(勢) 경쟁을 벌이게 된 데는 정부의 잘못이 크다.민주사회에서 생각의 차이는 거리의 집회가 아니라 투표에 의해 표출되고 정리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리고 새로 탄생한 정부는 이 차이를 국민통합이란
오공단중국 속담에 생선은 사흘 지나면 썩고, 손님은 사흘 지나면 반가운 방문객이 지겨운 불청객이 된다고 했다. 한국전쟁 이후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었고, 냉전과 탈냉전의 반 세기가 지난 오늘까지 주한 미군의 존재는 어떤 때는 동맹의 손님으로, 어떤 때는 지겨운 외부인으로 존속해왔다. 동맹 50주년이 되는 2003년 미국 국방부는 제2사단을 한강 이남으로 이동시키고, 한국 주둔 미군 기지를 점진적으로 축소한다는 정책을 공식적으로 한국에 통보했다. 미군 철수를 외치던 시민들과 정부의 반응은 상상 외로 부정적이었다. 가장 인상 깊은
박지원(朴智元)씨에 대한 특검 수사에서 불거져 나온 「150억원」은 아직 그 성격과 용처에 관해 분명한 가닥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청와대 관계자들 입에서 특검의 수사기한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언급이 나오고 있는 것은 정상적인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양도성 예금증서로 전달됐다는 문제의 돈은 사채업자의 손을 빌려 밥집 주인들 이름까지 도용하는 세탁 과정을 거쳤고, 가운데 섰던 무기중개상은 해외로 달아나 버렸다. 분명히 줬다는데 그 돈을 왼손으로 받았다는 측은 그 사람과 그럴 사이가 아니라고 펄펄 뛰고 있다. 특검이
2000년 4월 현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 박지원씨에게 150억원을 줬다는 이익치씨의 진술을 듣고 국민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다.박씨가 부인하고 있지만 특검이 청구한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에는 뇌물수수 혐의가 명시돼 있고 박씨가 먼저 돈을 요구했다는 내용까지 적시돼 있다고 한다. 어쨌든 150억원이 현대에서 나간 것은 사실이고 특검은 이 돈이 박씨에게로 갔다는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특검의 판단이 옳다면 남북정상회담 뒤에서 온갖 돈판이 벌어졌다는 얘기가 된다. 뇌물액수도 150억원 이라니 단일 건수
咸澤英우리 국방정책은 안팎으로 도전을 받고 있다. 북한 핵위기의 평화적 해결이 지연되는 가운데 무력사태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국내 여론은 보다 동등한 한미동맹을 요구하지만, 한편으로 주한미군 철수 이야기만 나오면 불안해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친미·반미를 떠나 자주국방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최근 주한미군을 대북 억지력에서 동북아지역 신속 대응군으로 전환하기 위한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상응하는 군비증강을 요구했다.국방부는 지난 11일 발표한 내년도 국방예산 요구안에서 현재 GDP(국내총생산)의 2.7~2.8%인
方碩晧 (홍익대 법학과 교수)“오직 진실만이 과거를 편안히 쉬게 해줄 수 있다.”지난 94년 남아공 최초의 민주선거에서 당선된 만델라 대통령이 화합정치를 표방하면서 한 말이다. 그에게 노벨 평화상을 안겨준 화합은 원칙 없는 타협이나 무조건 과거를 용서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인종 탄압을 저질렀던 사람들은 진실을 고백하면 용서와 관용의 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진실과 화해법’이라는 특별법이 그들을 사면해 준다. 물론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스스로 진실을 고백하게 만드는 것은 그 어떤 형벌보
“폭력단 같은 북한과 대화만 주장하는 사람은 비상식적인 사람(14일 요코하마 강연)”, “압박을 강화해야 북한의 극적인 정책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15일 자민당 포럼)”….연일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내는 아베 신조(安部晉三) 관방(官房) 부장관은 요즘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이다.48세, 중의원 3선. 외교안보 정책에도 상당한 발언권을 가진 그는 북핵 문제에서 항상 대북 압박론의 선봉에 서 있다. 5월 하순 미·일 정상회담 후 언론 발표에서 ‘압력’이라는 표현을 쓰자는 그의 주장과 그것에 반대한 외무성이 한바탕 격돌한 끝에 고이
특검의 1차 조사기간 70일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서 청와대 관계자들과 여당의원들이 나서서 대북송금 특검 조사에 대해 간섭하는 듯한 언급과 부정적인 평가를 잇따라 내놓고 있어 그 속내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지난 13일 문희상 비서실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 조사에 반대한다고 발언한데 이어 15일에는 문재인 정무수석이 대북송금 부분은 고도의 정치행위이자 외교행위라면서 이에 대한 사법처리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검은 그간 대북송금의 자금조성과 송금경위를 밝히는데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5억 달러가 정상회담의 대가
6·15 남북 정상회담 3주년에 맞춰 이뤄진 지난 14일의 남북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연결식을 지켜본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했다. 6·25 전쟁과 뒤이은 군사적·이념적 대치로 해서 반 세기 넘게 끊어졌던 철도가 다시 이어진 것은 남북관계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남북의 철도가 연결됐다고 해서 이 길을 따라 화해와 협력의 열차가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순진한 국민은 없다. 북핵(北核)이라는 커다란 바윗덩어리가 남북화해 철도의 레일을 가로막은 모습이 누구의 눈에도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남과 북이 철도를
/최정호·울산대 석좌 교수노무현 대통령이 방일 중 한국에도 공산당 활동이 허용되어야 완전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고 한 말은 주목할 만한 발언이다. 분단국의 국가 원수가 북핵 문제가 심각한 외교적 주제가 되고 있던 국빈 방문 기간 중 매우 ‘충격적인’ 발언을 한 것이 적절한 것인지는 물론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러나 나는 노 대통령의 말이 반드시 야당에서 비난하는 것처럼 ‘대한민국 국체를 전면 부정하는 반 역사적 발상’이라고만은 보지 않으련다. 또 공산당 활동을 인정할 수도 있다고 한 말을 꼭 ‘친공적’인 발언이라고도 생각하고 싶지
김대중 전 대통령이 6·15 남북정상회담 3주년을 맞아 방송과의 대담 형식을 통해 남북문제에 대한 감회와 견해를 피력할 것이라고 한다. 전직 대통령은 가급적 말을 아끼는 것이 미덕으로 간주되는 우리 풍토지만, 남북정상회담의 한 주역으로서 그것에 관한 소회(所懷)를 밝히는 자리를 갖는 것 자체를 뭐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휴일 아침 TV 앞에 앉을 국민들의 심정은 느긋하기보다는 아무래도 아슬아슬하다는 쪽일 것 같다. 대북 비밀송금에 대한 특검의 수사 진행상황과 현재의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김
金昌基부국장대우 국제부장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일본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머지 않아 중국과 러시아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 중에 취임 첫해에 주변 4강국들을 다 돈 전례가 없는데, 대단한 의욕이다. 우리가 살길은 경제와 외교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 외교 중시는 좋은 일이다.문제는 어떤 목표와 메시지를 갖고 4강 지도자들을 만나느냐는 것이다. 한국 외교의 본질은 궁극적으로 통일을 이루기 위한 ‘통일 외교’이며, 그 이전까지의 요체는 ‘분단 관리 외교’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은 밖으로 정상외
최근 노무현 정부가 북핵(北核)문제를 다루는 것을 보면, 이러다가 정말 무슨 일이 터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대북 제재 내지는 압박이 시작됐고, 이에 맞서 북한은 ‘핵 억제력 보유’를 선언하면서 ‘세계 전쟁’ 운운하고 있는데 정작 한국은 이런 급박한 흐름에서 비켜서 겉돌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먼저 미·일(美·日) 공조는 이제 북한뿐 아니라 한국까지 압박하는 실정이다. 아미티지 미국 국무부 부(副)장관과 다케우치 유키오 일본 외무성 차관은 엊그제 도쿄에서 회담
韓庸燮 /국방대교수주한미군이 용산기지 이전에 연내 착수하고, 미 2사단을 2단계로 나누어 평택·오산 등지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지난달 한·미 양국 정상회담에서 용산기지는 조속한 시일 내에 이전하고, 한강 이북의 미군기지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정?ㅀ姸─ㅎ횐말鑽꼭?신중히 고려하여 추진한다고 합의함에 따라 그 후속 조치가 구체화된 것이다.때마침 주한미군은 최신형(PAC-3형) 패트리엇 미사일을 포함, 향후 3년 이내에 110억달러 상당의 무기와 장비를 한반도에 증강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한·미 양국의 국방당국이 이렇게 신속한 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