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昺善/모스크바 특파원 bschung@chosun.com 러시아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多者) 회담에 거는 기대는 크다. 북핵 문제 발생 이후 러시아처럼 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려는 나라도 없었다.푸틴 대통령은 북핵 문제가 긴장으로 치닫던 지난 1월 로슈코프 외무차관을 대북(對北) 특사로 파견, 핵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한 간, 북·미 간 조율을 시도했다. 이례적으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로슈코프 특사를 만나 북미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다자 회담에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북핵 문제가 국제적 관심사가 된
朴斗植 논설위원이제 북핵 문제는 미지(未知)의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다. 외교와 압박, 어느 쪽 방향이든 우리가 한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곳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앞으로 얼마나 많은 위기와 반전이 도사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치 북핵 문제는 잊어버린 듯한 조용한 상태가 한동안 계속될 수도 있고, 어느 순간 갑자기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듯한 위기가 올 수도 있다. 지루한, 그러나 섬뜩하기 짝이 없는 거친 말(言)의 공방이 오갈 것이다. 남북한은 물론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주변 4강들의 복잡한 수읽기와 셈법이 뒤엉켜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부 학생이던 장성택은 잘생긴 데다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서글서글해 동료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음악 소조(小組) 활동을 하던 그의 아코디언 연주와 노래 실력도 수준급이었다. 그를 따르는 여학생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그중에서도 같은 반에 다니던 김일성의 딸 김경희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왕조시대 공주 못지않은 신분인 ‘수령의 딸’과의 사랑이 순탄할 수만은 없었다. 장성택은 강원도 천내군의 평범한 집안 출신이었다. 출신 성분의 차이 때문에 장성택은 주춤주춤했지만 ‘공주’는 막
오늘 중국을 방문하는 노무현 대통령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현안은 역시 북핵 문제다. 그간 우리 정부가 강조해 온 북핵 위기의 평화적 해결이 실현되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게 중국의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협력이다. 노 대통령은 오늘 정상회담을 갖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에 북한의 핵개발이 한국은 물론 중국의 국익까지 위협한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중국이 적극적으로 북핵 포기 노력에 나서 줄 것을 요청해야 할 것이다.이번 기회에 중국 지도자들과 신뢰 관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의 북핵 위기는 물론 탈북자
7일부터 시작되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방중(訪中)에는 국제사회의 관심이 적지 않게 쏠려 있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 때문이다. 노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북핵에 관해 무슨 얘기를 주고 받는지는 부시 행정부의 주목 대상이다. 미국에서 중국의 노 대통령을 주시하고 있는 또 다른 사람들은 워싱턴의 인권 단체들이다. “노 대통령은 탈북자 문제에 대해 과연 어떻게 대응할까?” 부시가 작년 2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탈북자 문제를 거론하라고 촉구했던 한 단체의 간부가 던진 질문이다. 기자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노 대통령의
탈북자들을 취재하다 중국 당국에 체포돼 복역 중인 사진기자 석재현씨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어제 서울의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있었다. 석씨의 부인과 동료 외국 사진기자 등이 석씨의 석방을 호소하는 탄원서와 이에 동참하는 시민과 언론인 1만3000여명의 서명서를 전달하려고 중국 대사관을 찾았지만 문전박대를 당하자 시위를 벌인 것이다.중국대사관이 탄원서를 접수하는 것조차 거부해 이들은 서명서를 하늘에 뿌리며 분을 달랬다. 곧이어 우리 외교통상부를 찾아갔지만 책임있는 사람을 만나지도 못하고 안내창구에 탄원서만 접수시킨 채 발길을 돌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지난 6월 6일 현충일 일본으로 갔다. 이번엔 7월 7일 중국으로 간다. 7월 7일은 노구교(蘆溝橋)사건 기념일이다. 중국인들 모두가 치를 떠는 국치일(國恥日)이다. 소학교(小學校·초등학교) 학생들도 7월 7일이 중국인 모두가 기억해야 할 날이라는 걸 잘 안다. 1937년 7월 7일 베이징(北京) 남서쪽 펑타이취(豊臺 )에 있는, 별로 크지 않은 교량 노구교 부근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군 부대 부근에서 한밤중에 몇 발의 총소리가 났다. 놀란 일본군들이 자기네 군대의 머리수를 세어보니 한 명이 모자랐다. 그 한
/ 김대중 理事기자노무현 정부의 출범에 따른 변화와 「개혁」을 지켜보던 각계 특히 종교계 지도자들이 서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들의 지적 가운데 공통적인 것은 오늘의 혼란상을 광복 후 또는 4·19 직후에 비교한 것이다. 그것은 다시 등장하고 있는 「좌·우」의 대립, 이념의 갈등, 대북(對北)과 친북(親北) 문제를 의미한다. 어쩌면 그들이 더이상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었던 원인이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또한 3·1절과 6·25를 계기로 수만에서 수십만명이 반핵반김 데모에 나선 것 역시 지금 우리 사회 일부에 일고 있는 친북
특별검사의 대북송금 사건 수사 발표문에 없던 내용들이 언론의 사후 취재를 통해 뒤늦게 알려지고 있어 국민을 놀라게 하고 있다. 새로 알려진 내용의 중대함이 우선 그렇고 특검이 이런 사실들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그렇다.한겨레신문이 보도한 특검 수사기록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북송금이 실정법상 문제점이 있음을 보고 받았으나 묵인했다는 임동원씨의 진술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특검은 김 전 대통령이 위법행위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파악하지 못해 조사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사건 핵심관계자의 중대 진술을 특검이 왜 무시하
현인택(고려대교수·국제정치)노무현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미국과 일본을 거쳐 이제 중국에 이르게 되었다. 앞선 두 차례 회담처럼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 역시 현재 급물살을 타고 있는 북핵 문제일 것이다. 북한은 지난 4월 베이징 3자회담에서 핵보유 사실을 흘리더니 계속해서 이를 슬쩍 언급하면서 새로운 위협 카드로 쓸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만약 북한의 핵보유가 사실이라면 이것은 지난 몇 년 동안 북한 핵문제의 본질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북한의 고폭실험의 증거까지 밝히고 있는 터다. 지금까지 이에 대한 우리 정
북한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 생산기술의 개발에 나섰다는 미국 언론보도는 불길한 뉴스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안보 틀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소형 핵탄두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결합될 경우 북한은 일본과 미국 서부까지를 사정권으로 하는 핵 공격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물론 이 같은 전망은 아직까지는 추정 단계다. 그러나 미국 정보기관을 통해 흘러나오는 북한 핵·미사일 관련 첩보들을 종합하면 한 가지 뚜렷한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북한은 세계에서 9번째로 핵 보유국이 되려고 하고 있고,
로버트 두자릭(Robert Dujarric)/미국 허드슨 연구소 선임 연구원미국의 아시아 정책이 한국의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자. 한국에서는 별로 평가를 못 받고 있지만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서 대단히 긍정적인 측면은 바로 미·일 군사 관계의 강화와 긴급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일본의 유사법제 정비였다.클린턴 대통령 때부터 일본은 미군을 더 잘 도울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것은 한국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높임으로써 (도발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억지력(抑止力·deterrence)을 강화시킬 뿐
김영완씨의 전 운전기사 두 명이 1999년 하반기부터 2000년 상반기 사이에 정체 불명의 상자 수십개를 김씨 집으로 운반했고, 그 상자 안에는 현금이 들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를 보는 국민들은 의문을 넘어 울화가 치민다. 국가의 수사권이 모두 손을 놓고 있고, 언론만 나서서 취재 보도하는 이런 미스터리 연속극 같은 일이 언제까지 계속 돼야 하느냐는 것이다.그런데도 어제 민주당 대표가 현대측이 박지원씨에게 전달해 김영완씨가 돈세탁했다는 150억원에 대한 특검조차 거부했다니 민주당은 이 엄청난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북핵 해법을 둘러싼 한·미 간의 의견 차이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한·미 양국의 이견(異見)이 확연하게 드러난 문제는 두 가지다. 북핵을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의장(議長) 성명을 채택하는 방안과, 대북 경수로 사업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한국 정부는 안보리 의장 성명은 북핵 다자(多者)회담에 별 성과가 없으면 그때 채택해도 늦지 않으며 경수로 사업도 계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북핵을 안보리에 빨리 상정하고 경수로 사업도 중단하는 등 대북 압박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겠다는 입장이다. 어느 방
남성욱/고려대 교수·북한학과북한이 작년 7월 1일 경제개혁을 추진한 지 1년이 됐다. ‘7·1 경제관리개선조???명명된 경제실험은 최근 ‘개선’이라는 소극적인 표현 대신 북한이 그간 기피하던 ‘개혁’이란 용어까지 구사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 당국은 7·1조치가 북한 사회주의의 기초를 구축한 ‘토지개혁’에 비유될 만큼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선전하였다. 이런 비유는 현실로 나타나면서 57년 동안 사회주의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삶을 바닥부터 변화시키고 있다. 우선 주민들이 ‘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물가가 평균
과거 군부압제로부터 탄압받고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우리 정치 지도자들의 대미관(對美觀)에는 공통적인 것이 있었다. 미국 정부가 군부정치를 막지 않거나 후원해줬고 민주화 운동을 적극 응원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느 정치 지도자는 군부 독재를 종식시키기 위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군의 존재가 군부독재의 연장을 뒷받침하고 선거부정을 묵인하기 때문에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광주사태가 미국의 방관 또는 옹호 아래 벌어졌다고 주장하며 미국을 맹비난하는 사람도 많다.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할 때 내세운 대외
대북 비밀송금 사건에 대한 특검의 수사 결과는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의혹들이 대부분 사실임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엄청난 국민의 혈세를 북한정권에 몰래 갖다 바쳤으며, 그 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은행에 압력을 넣고 국정원은 송금을 도왔으며, 현대는 갖가지 허위장부를 만들었다는 것이 그 줄거리다.그중에서도 남북 정권이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하면서 현금 1억달러를 주고받기로 약속하고, 더구나 청와대가 그 돈을 현대에 떠넘겼다는 특검 발표는 정상회담의 도덕성과 역사적 의미를 크게 퇴색시킬 수
지난 24일 지난해 서해교전 전사자들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전적비 제막식이 열린 경기도 평택 2함대사령부 충무동산. 전사자 유가족과 참전 장병들이 오열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해군 장병 등 군 관계자들의 얼굴이 붉게 상기됐다. 흐르는 눈물을 훔치거나 애써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 자리를 피하는 장성, 장교들도 있었다.“북한이 다시 도발한다면 그냥 두지 않을 것입니다. 절대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한 장성은 비통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한 영관장교는 “지난 99년 연평해전과 서해교전, 최근의 북방한계선(NLL)
6·25전쟁 53주년을 맞는다. 아무리 처절한 역사일지라도 세월에 닳고 바람에 깎이면서 끝내는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진다고 하지만 6·25 전쟁만은 결코 잊혀진 전쟁이 돼서는 안된다.지금 우리 사회는 북한의 핵 개발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도 막연한 ‘평화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쟁을 막기 위한 단호한 조치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민족 대결’이니 ‘냉전적 사고’라고 몰아붙이는 풍조까지 만연하고 있다. 정확한 상황 인식도 없이 무조건 평화만을 외친다고 해서 전쟁을 막을 수 있다면 53년 전의 전쟁도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을
김정원/세종대 석좌교수·국제정치학 9·11 테러는 미국의 안보축을 서쪽에서 동쪽과 남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공산주의 대 민주주의’라는 냉전의 틀에서 유럽을 중시했던 것과는 달리, ‘테러 대 반테러’라는 새로운 이정표에서는 아시아·오세아니아·중동 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미국은 지난 2년 동안 대테러의 깃발 아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일본과 호주는 새로운 전략기지이자, 혈맹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선 요즘 일본의 외교 안보정책에는 거침이 없다. 일본 정치권은 1977년 이후 26년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