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平重 /한신대교수·철학북한의 참가로 더욱 탄력을 받게 된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북한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던 우익단체와 북한 기자들 사이에 심한 몸 싸움과 폭행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대구 시장의 발 빠른 유감 표명 덕분에 잦아드는 듯 보이지만, 이번 사건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먼저 발단을 제공한 우익 단체들의 집회에 문제가 있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때와 장소에 따라 말을 절제해야 하는 것도 인간사의 상식이다. 나라 안팎의 정세가 어지러운 상
/이언 브레머(Ian Bremmer)·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북한 핵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6자회담이 27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린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혀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백악관은 너무 늦었다.북한에 의한 도전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북한은 인권문제에 소름 끼치는 기록을 갖고 있고, 국가가 불법 무기와 마약 수출 그리고 무엇보다도 핵무기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는 전체주의 국가다. 인센티브를 주든, 위협을 가하든 북한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설득한다는 것은 대단히 힘들다는 것이 확인
양상훈 논설위원근래 수년 사이에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북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문제일 것이다.이제는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가 호응을 받고, 원칙적인 문제를 제기하면 수구·냉전으로 비난받기 십상이다. 대통령이 북한에 인공기 소각을 사실상 사과한 일을 놓고 잘했다는 여론이 더 많은 것은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여기엔 남북정상회담과 TV 방송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북한은 더 이상 우리에게 위협이 아니다’라는 광범위한 인식이 바탕에 있었기
베이징에서 열리는 북핵 관련 6자회담에 대비하는 부시 행정부의 전략은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대단히 미온적이다. 한국측에서 차관보급 관리를 보내 한·미·일 3국의 공동전략과 구체적 제의를 협의하려고 해도 미국측은 구체적 제의 등을 숫자화해서 제시하기보다 전체 발언에 총체적으로 담는 식으로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측의 이런 소극적 또는 미온적 대응은 6자회담에 별로 기대를 걸지 않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어떤 결과를 도출한다기보다 미국이 북핵의 ‘위험성’을 마냥 방치하고 있다는 비난과 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석한 북한 미녀응원단 소식에 다시금 한반도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신문과 방송이 앞다투어 전하는 북한 응원단의 모습에서 오랜만에 남북화해의 분위기가 느껴져 다행스럽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쉽게 느끼는 것은 이들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자세이다. 그 자세는 크게 두 가지다. 북에서 온 미녀응원단을 울고 웃으며 반기는 쪽과 인공기(人共旗)를 불태우며 불만을 표시하는 쪽이다. 그러나 북한 미녀응원단을 제대로 성찰하는 시선은 어디서고 찾아볼 수 없다. 북한이 미녀응원단을 조직해서 대거 남한으로 보내곤 하는 문화적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열리고 있는 각 경기장 주변은 더욱 삼엄해졌다. 남측 단체와 북측 기자의 충돌 이후, 북한 선수단이 한발짝만 움직여도 경비원들이 철통같이 에워싼다. 그런데 외신기자들은 과도하게 북한을 배려(?)하는 광경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교도 통신의 야마다 유지 기자는 “남북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라 일본인들도 관심이 많다. 하지만 지나치게 남북관계만 중심이 되는 것은 국제스포츠대회인 유니버시아드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만난 로이터 통신의 기자는 이런 말을 했다
래리 닉쉬(Larry Niksch)미국 의회 조사국 아시아 담당 연구원베이징에서 열릴 6자회담에서 미국과 북한간에 핵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낙관론은 근거가 확실치 않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는 쪽으로 진전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실현돼야 한다.첫째, 부시 행정부는 북한 핵과 미사일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세부적인 ‘로드맵(roadmap)’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로드맵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제거하기 위해 북한이 취해야 하는 세부적인 행동과 필요한 검증 절차, 북한이 필요한 절차를 밟았을 때 미국이 제공할 수
노무현 대통령의 ‘인공기 소각 유감 표명’을 놓고 우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첨예한 갈등과 대립은 결국 북한이라는 실체와 남북관계를 ‘국???‘민족’ 중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로 집약된다. 체제와 이념, 정통성을 중심으로 하는 ‘국??遮?관점에서 본다면 북한은 엄연히 대한민국의 주적(主敵)으로서 지금도 핵(核)으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다. 그러나 ‘민족’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북한은 차근차근 동질성을 회복해 가면서 종국엔 통합에 이르러야 할 동반자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두 가지 관점은 각
洪準浩우파 시민단체들의 8·15 집회에서 있었던 북한 인공기 소각 등에 대해 북한이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를 볼모로 잡아 사과를 요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사실상 이를 수용해 북한이 선수단을 보내게 되면서 입장이 난처해진 두 진영이 있다.우선은 당시 집회를 주도했던 사람들이다. 자신들은 전혀 원치 않는 사과를 대통령이 대신 했고 앞으로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재발 방지까지 지시하고 나섬에 따라, 이들은 마치 남북관계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도 된 것처럼 몰리는 양상이 됐다. 북한은 노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 나오자 곧바로 “남조선의
노무현 대통령이 민간 단체가 주최한 광복절 집회에서 인공기와 김정일 초상화가 불태워진 것과 관련해 유감을 표시한 것은 북한의 억지 주장에 한국의 대통령이 무릎을 꿇은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북한의 주장은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엉뚱한 트집 잡기였다. 당시 집회는 정부와 무관했을 뿐 아니라 대학생들의 스포츠 축제인 유니버시아드대회와는 더욱더 아무 관계도 없었다. 그런데 북한이 이를 문제삼아 유니버시아드대회에 불참하겠다고 위협하고 한국 정부의 ‘사죄’를 요구한 것은 집회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우리 체제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자 한국 정
엊그제 있었던 이른바 세풍(稅風) 사건에 대한 법원의 1심 유죄 선고와 대북 송금 사건 관련자에 대한 특검의 중형 구형은 집권 세력의 음습한 행태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돼야 한다.1심 법원은 세풍 사건을 199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지도부가 국세청 간부들과 공모해 저지른 불법 대선자금 모금 사건으로 규정했다. 당시 외환위기로 기업이 어렵던 상황에서 집권 여당이 국세청의 위세를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대선자금 166억원을 모금했다면 비난받아야 할 일이다.설사 정권 교체 뒤 야당이 된 한나라당을 공격하려는 의도에서 수사가 시작됐다 하더
高 有 煥/동국대 교수·북한학우리는 올해로 해방 58돌을 맞았다. 해방의 기쁨은 잠시였고 분단에 따른 우리 민족의 고통과 갈등은 반세기가 넘도록 지속·반복되고 있다. 해방을 기념하는 8·15 행사가 남측에서는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으로 나뉘어 진행됐고, 북측에서는 ‘평화와 통일을 위한 8·15 민족대회’라는 이름으로 남북 공동행사로 진행됐다.보수단체 일부에서 주시했던 평양행사는 돌출사건 없이 무사히 잘 끝났다. 필자가 참관한 평양행사는 남남갈등의 소지를 없애기 위한 북측의 세심한 주의를 느꼈다. 북측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을 피해 행
제성호(중앙대 법대 교수)노무현 대통령은 19일 국내 보수단체가 지난 8·15 집회에서 북한의 인공기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초상화를 불태운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그러한 유감표명이 과연 적절한 조치였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노 대통령이 나선 것은 격이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 북한은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른바 자신의 체제모독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 같은 북측 반관반민기구의 요구에 대해 우리의 최고통치권자가 유감표명으로 화답했다.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金玄浩 /논설위원북한이 체제의 운명을 걸고 감행하고 있는 핵(核) 모험에서 궁극적으로 얻으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는 그 어떤 대북 협상전략도 효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오는 27일부터 열리는 6자회담을 앞두고 한·미·일 3국은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를 전제로 어떤 형식으로든 북한 체제를 보장해주고 경제지원을 해준다는 방향에서 협상 전략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이 과연 이런 교환조건에 만족할 것인가이다.북한이 ‘조선반도 핵문제’ 해결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미국의 ‘대(對)
아마추어 노래 자랑의 참 맛은 어떻게든 튀어보려는 참가자들의 엉뚱한 재기(才氣)와 피치 못할 실수에 있다. 음정ㆍ박자는 제멋대로지만 흥만은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는 더벅머리 총각, 팔다리가 따로 노는 막춤으로 정신을 쏙 빼놓는 얌전내기 뒷집 처녀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게 시골 장터 노래 자랑의 즐거움이다. KBS ‘전국 노래 자랑’의 장수(長壽) 비결은 그런 꾸밈없는 인간미를 안방으로 고스란히 옮겨 놓은 데 있을 것이다.▶해외동포들에게도 KBS 노래자랑의 인기는 대단하다. 특히 현지녹화라도 하게되면 그때마다 동포애와 눈물로 뜨거운 감동
올해 광복절은 1945년 광복 후 우리가 경험한 어느 광복절보다 국민들을 착잡하게 만들었다. 서울 시청 앞과 종로에서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집 단들이 각각 동시에 집회를 열었고, 국정을 맡은 노 대통령은 10년 내에 자주국방을 이룩하기 위 해 예산증액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나왔다. 이 같은 정황은 기본적으로 앞으로 우리나라 의 대외관계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국론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음을 반영하는 것이 다. 5천년 역사를 되돌아 볼 때, 우리나라가 대외관계를 설정함에
박두식/논설위원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6자회담의 성패(成敗)는 ‘6’이라는 숫자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달려있다. 6을 만드는 경우의 수는 여러가지가 있다. 미국과 북한이 주연이고 나머지 4개국이 조연이 되는 ‘2+4’도 있고, 북한을 뺀 5자가 한 목소리를 내는 ‘5대1’이 될 수도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과거 냉전시대처럼 한·미·일이 한편이 되고, 북한·중국·러시아가 다른 한편에 서는 ‘3대3’의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뒤로 빠지고 한·미·일과 북한이 맞서는 ‘(1대3)+2’나, 6자가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2000년 총선 직전 현대 정몽헌씨로부터 받은 비자금은 200억원이라고 검찰이 구속영장에서 적시했다. 그런데 권씨는 “현대와 상관없이 110억원을 조성해 총선에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이것은 어느 한 부분뿐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지난 총선때 민주당은 도대체 얼마의 돈을 썼다는 것인가.이제야말로 이런 후진형 정치 사건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가 됐다. 그 방법은 모든 것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밖에는 없다. 검은 돈이 오가는 현장에 드리워진 장막을 걷어내버리는 것이다. 총선 비자금
한총련 소속 학생들이 미군 사격훈련장 내 불법 진입, 미군 장갑차 점거, 성조기 방화 등 일련의 조직적 시위를 벌였다. 이는 이적단체라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한총련을 합법화로 이끌려는 노무현 정부의 방침을 그 시기에 있어서나 또는 그 방법에 있어서 도와주지 못한 무책임한 행동이었다. 또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국익을 위하여서도 합리적인 선택은 아니었다.그렇다고 아직은 성숙한 사고를 지니기에는 나이가 어린 학생들을 여론몰이식으로 질타하여 악동(惡童)으로 만들어 놓는 것도 현명한 해결책은 아니다. 그들 역시 공동체의 소중한 일원
민주당 고문이었던 권노갑씨가 2000년 4월 총선 직전 현대 정몽헌 전 회장측으로부터 100억원대의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검찰 수사가 당시 민주당 선거자금 문제로 확대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민주당은 2000년 총선 때 수입 566억원, 지출 499억원이라고 선관위에 신고했지만 이제 그 신고내용이 허위였을 가능성이 높아졌다.이미 민주당 내부에서부터 문제가 불거졌었다. 작년 대선 후보 경선 때는 노무현 후보가 “2000년 총선 때 돈을 원도 한도 없이 써봤다”고 말했다는 공방이 벌어졌고, 그 이후 김근태 의원의 정치자금 고백 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