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씨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친북 활동에 대해 한마디 사죄도 하지 않은 채 앞으로 여전히 ‘경계인’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해 국민들이 그를 포용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는 북한 노동당을 탈당하는 이유를 ‘균형감 있는 경계인으로 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송씨가 자신의 구체적 친북 활동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진정한 반성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불기소 같은 조치가 있을 경우 대한민국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법질서는 스스로 와해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송두율 사건과 관련해 “엄격
金玄浩/논설위원전향(轉向) 문제를 놓고 송두율씨가 곤혹스러워하는 것은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조국’이 너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태어난 조국이지만 국적을 포기하고 비판의 대상으로 삼아 온 한국, 노동당 가입으로 선택을 분명히 한 이념의 조국인 북한, 그리고 법률적 조국인 독일, 이 셋의 경계지대에 그는 지금 서 있다. 조국이 셋이나 된다는 사실은 송씨의 ‘행복’이다. 일제시대 사회주의 계급운동에서 전향한 지식인들이 돌아갈 조국이 없어 대부분 친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던 비극을 생각한다면 송씨는 행복을 만끽해도 좋을 것이다. 그에게
80년대 초 미국 뉴멕시코에 우주인 ET가 하이웨이에 나타났느니, 개가 티셔츠를 입고 하이웨이를 달리고 있다는 제보가 언론 방송에 답지해 보도 항공기가 뜨는 소동이 벌어졌었다. 알고 보니 두 다리 잘린 베트남 참전용사가 고고한 미대륙 횡단 마라톤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보브 위랜드라는 이 용사는 오로지 두 팔만으로 4454㎞의 미대륙을 3년8개월6일 만에 주파해낸 것이다. 88서울올림픽이 있던 해 봄에는 로스앤젤레스 마라톤에 출전, 풀코스를 74시간8분26초 만에 주파했다. 하루 전날 심판도 없이 출발, 1마일에 2시간꼴로 달려 경
承仁培1990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함께 냉전은 끝났다고들 했다.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와 더불어 시장경제 자본주의가 역사적 승리를 거둠으로써 동서 간 체제경쟁은 이제 끝났다는 주장이었다. 미국의 석학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이를 ‘역사의 종언’이라고 정의했다. 그후 10여년. 2003년의 지구촌은 새로운 ‘냉전’의 양상으로 양분되고 있다. 그것은 더 이상 ‘체제’의 냉전은 아니라 새로운 ‘이념’의 냉전, ‘생각과 문화’의 냉전이다. 그것은 진보와 보수, 좌와 우의 경쟁이며, 이들로 대변되는 부와 빈, 개발과 환경, 렉서스(글로벌리제이
李鍾贊/전 국정원장독일에서 오랫동안 공부하고 나름대로 남북한 공히 그의 학문적 업적을 인정받아온 송두율씨가 귀국, 우리 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가 가슴속 깊이 숨겨왔고, 때로는 고소까지 해가면서 결백을 주장하던 그의 친북 행각이 백일하에 드러나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학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기성찰이다. 그리고 남에게는 관대하더라도 자신에게 더 철저할 수 있는 기본이 갖추어져야 올바른 지식인의 태도다. 그러나 송씨는 정직하지 않다. 지식인으로서 기본부터 흔들렸다는 이야기다. 송씨는 유럽의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이 송두율 사건에 대해 “왜 이렇게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데에는 송씨를 두둔하려는 뜻이 알게 모르게 담겨 있을 것이다. 강금실 법무장관의 “그의 입국은 결과적으로 우리 체제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같은 뜻으로 읽힌다.현 정부 핵심에서는 일찌감치 송두율 문제를 구렁이 담 넘어가듯 처리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왔고, 두 장관의 발언은 그런 기류를 거듭 확인한 것이다.이런 측면과는 별개로, 특히 이 장관의 발언 속에는 분단시대 역사와 현실에 대한 이 장관 자신의 인식이 배어 있는 것 아닌
KBS PD협회가, 송두율씨를 미화한 KBS 프로그램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수구세력의 KBS 흔들기’와 ‘색깔론 시비’라고 들고 나온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이 단체는 대응책으로 “모든 프로그램에서 정치개혁과 신문개혁 여론을 확산하겠다”고 결의함으로써 국민과 국가의 재산인 전파를 마치 자신들의 개인 재산인 듯 착각하고 있음을 드러냈다.KBS PD협회의 언동은 정권과 ‘코드’를 맞춰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가의 정통성을 무너뜨리며 민족의 활로 개척을 가로막는 KBS의 지금 행태를 반성하기는커녕 정치운동으로 확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全相仁 /한림대교수·사회학공든 탑도 어느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지만 재독(在獨) 사회학자 송두율씨의 경우는 불과 열흘 남짓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서의 9월만 해도 그는 ‘해외 민주인사’에다가 ‘통일문제의 세계적 석학’이었다. 그러나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정체가 드러난 상태에서 자신의 친북 활동에 대한 사법적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의 10월은 그에게 너무나 잔인해 보인다. 굳이 ‘내재적 접근방법’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송두율씨는 37년 만의 귀국을 금의환향(錦衣還鄕)으로 기대했을 것임
/전여옥·방송인문제는 항상 돈이다. 이번 재독학자 송두율교수의 경우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말한다. 기업으로부터 이런 저런 돈을 받고서 ‘정치헌금’이라고 말한다. 결코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이다. 영국속담에 ‘공짜점심을 절대로 먹지 말라’는 말이 있다. 나중에 그 값을 세배, 네배는 에누리없이 치러야하기 하는 것이 ‘사회’이며 ‘세상’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가 가장 먼저 터득한 것도 ‘공짜는 없다’라는 사실이었다. 한 비지니스맨이 한
주중(駐中) 한국대사관 영사부가 몰려드는 탈북자들을 돌보는 데 한계를 느껴 비자 발급을 포함한 영사업무를 일시 중단하는 유례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과 국제사회의 관심이 북핵문제에 쏠려있는 동안에도 탈북 행렬은 그치지 않고 있으며, 한국대사관에도 거의 매일 탈북자들이 들어와 결국 업무마비까지 초래한 것이다.영사업무 중단은 중국인들의 한국 출입에 적잖은 불편을 끼치게 돼 자칫 양국 관계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는 만큼 하루속히 업무가 정상화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정부가 탈북자들의 제3국 출국 절차를 처리하는 속
‘송두율 사건’은 지금 우리나라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특정 정치세력이 정권을 장악하면 모든 유사(類似) 권력기관들은 그 정치세력을 향해 일렬로 줄을 섰다. 그러나 최근 ‘송두율 사건’과 현직 대통령 친인척 및 주위인사의 비리에 대한 문제제기는 정치권력이 세상을 자기들 멋대로 주무를 수 있는 시대가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송두율 사건’의 전말을 보면, 정치권력의 운전석(?)에 앉았음직한 누구인가가 세상이 이쯤 됐으면 송두율씨가 귀국해서 과거를 털고 한국 사회에서 당당히 한몫을 할 때가 됐다고 판단
박호성/서강대 정외과 교수·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연구소장지난 세기 초반 영국 런던의 어느 연주회장에서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화재가 발생해 청중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지휘자가 홀연히 연주 곡목을 영국 국가로 바꾸었다. 청중들은 경건한 자세로 국가를 경청하며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그 사이 화재가 진압되고, 아무런 피해 없이 연주회는 무사히 끝났다. 나의 유학생 초년병 시절, 베를린에서 동포들이 모여 소박하게 8·15 경축식을 치르며 애국가를 부른 적이 있었다. 나는 우연히 송두율 교
어제 분단 후 1100명이라는 가장 많은 남한 사람이 육로로 평양에 들어갔다. 고 정주영씨가 세워준 평양의 체육관 개관잔치에 참석하기 위함이다. 평양 보통강변에 세워진 이 체육관은 1만2300석으로 정식 이름은 ‘유경(柳京) 정주영체육관’이다. 이 호칭에서 낯선 것은 유경이다. 이미 체육관 곁에 서 있는 호텔 이름도 유경이요, 베이징(北京)에 진출한 북한 업체들에도 유경이란 이름이 선호돼왔다. 중국 사신 예겸(倪謙)이 읊었듯이 ‘언덕을 넘으면/모두가 평평한 땅 평양(平壤)이라/고을 이름도 아늑하고 좋아라’ 했듯이 평평해서 평양인 이
金正源/세종대 석좌교수·국제정치학북한이 ‘8000여개의 플루토늄 재처리 완료’라는 폭탄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이런 침묵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최근 미 의회의 분주한 움직임은 미국의 대북정책을 어느 정도 가늠하게 해준다.올 들어 미 의회에서는 ‘북한 민주주의 법안(North Korea Democracy Act of 2003)’, ‘한·미관계 정상화 법안(US-Korea Normalization Resolution of 2003)’, ‘한반도 안보와 자유법안(Korea Peni
李相敦 /중앙대 법학과 교수1995년 11월 미국 정부는 반세기 동안 1급 비밀로 취급돼 왔던 ‘베노나 프로젝트’ 문서를 공개했다. 베노나 프로젝트는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그 전신인 육군 무선정보국이 1943년부터 소련의 암호교신을 해독한 특급기밀 작전이었다. 이 문서는 1940년대~1950년대 초 미국 정부 안에 소련 간첩이 깊숙이 침투하고 있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이들 간첩에 힘입어 소련은 독일이 조기에 항복하는 것을 막아 동유럽을 장악했고, 미국의 원자탄 기밀을 훔쳐 재빨리 핵무장을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6·25
송두율씨에 대한 검찰조사가 막 시작된 시점에 여야가 주고받기 시작한 색깔론 공방은 이 사건의 본질을 흐릴 염려가 있다. 말할 것 없이 송두율사건의 핵심은 그가 비밀 노동당원이자 정치국 후보위원으로서 국내 실정법을 위반했는지를 가리는 것이다.한나라당 의원들이 명확한 증거제시 없이 이 사건을 지나치게 단정적인 자세로 확대시키려는 데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일부 신당의원들이 확연히 드러난 송씨와 북한과의 연계 및 그것을 숨기기 위한 잇단 거짓말들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의혹제기까지 ‘색깔론’이라며 족쇄를 물리려는
공영방송 KBS가 중대한 시련에 봉착해 있다. 그동안 KBS는 많은 시청자로부터 상업방송과 다름없는 프로그램을 쏟아낸다는 지적과 시대적, 정치적 사안에 대한 방송내용의 편향성 시비를 받아오던 터였다. 이에 보태 최근 시민단체의 시청료 거부 움직임과 정치권의 시청료 통합징수 폐지 움직임에 맞닥뜨려 있다. 재독학자 송두율씨에 대한 특집 다큐멘터리 제작과 관련, 공영방송의 본분을 망각한 의도성을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KBS는 80년대 중반 군사정권을 옹호하는 편파방송으로 시청료 거부라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던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 다
가슴 아픈 일이긴 하지만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전쟁은 끊이지 않았다. 또 모든 전쟁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더 많은 식량과 성(性)을 차지하기 위한 약탈에서부터 갖가지 갈등 때문에 빚어진 전쟁에 이르기까지. 고대의 트로이전쟁은 여인을 둘러싼 민족 간의 자존심 때문이었고, 중세의 십자군 전쟁은 종교적 동기에서 출발했으며, 이 땅에서 벌어진 현대의 한국전쟁은 이념 갈등 때문에 일어났다. 그런데 전쟁에 이유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잘잘못을 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트로이전쟁의 경우, 황금사과를 얻고자 심판관에게 최고의 미녀를
송두율씨가 국정원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가진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그가 이 시점에서 왜 한국에 들어왔는지를 알 수 있다. 그는 “사죄할 것은 사죄하겠다”고 하면서도 구체적 혐의 내용은 철저하게 부인하면서 “무엇을 사죄해야 할지 나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또 실정법에 따른 처벌은 받을지언정 추방은 상상하기도 싫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사법 처리를 받을지언정 지금까지 자신의 이미지와 역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국 내에 합법적인 활동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송씨에 대한 사법 처리 방향은 3일부터 시작된
송두율의 정체는 무엇인가? … 이대로 놔두면 안보제방 무너져 좀체 땅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동물이 낮에도 버젓이 나다니는 세상이라면 그것은 태양이 떠 있으나마나 한 밤중 세상이기 때문이다. 유선형의 몸집을 가지고 앞다리를 재빨리 회전시켜 자유자재로 땅속을 헤집고 다니는 두더지는 퇴화된 눈 때문에 굴 속에 서식한다. 두더지는 외톨이로 사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햇볕정책’의 일식(日蝕) 이후 서울에 두더지들이 무리를 지어 대낮에도 활보하고 있다. 요즘 한 재독교포가 서울에 왔다. 초청한 측과 학생운동권에서는 그를 군사독재와 싸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