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전 미국에 방영된 텔레비전 화면을 본 미국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폭스뉴스와 CNN은 과거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치하에서 군(軍)과 경찰이 정치적 반대자를 처참하게 고문하는 비디오를 내보냈다. 이 23분짜리 (원본) 비디오가 언제 어디서 촬영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화면과 그 내용으로 보아 그리 오래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고문 또는 처형 장면은 여러 가지였다. 웃통이 벗겨지고 두 팔이 철기둥에 묶인 남자의 알몸을 철봉으로 수없이 구타하는 장면, 살아 있는 사람의 혀를 뽑거나 팔목을 자르는 장면,
국군포로 출신의 탈북자가 중국 경찰에 붙잡혀 북한으로 강제송환될 위기에 처해 있지만 그를 구원하려는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손길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17일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 공항에서 제3국으로 가려다 체포된 전용일(72)씨가 이틀 만인 19일 북한과의 접경도시인 투먼(圖們)의 탈북자 수용소로 압송된 사실이 확인됐다. 그냥 두면 북한으로 넘겨질 것이 거의 확실한 만큼 정부의 대응이 시급하다. 정부관계자는 “중국측과 접촉 중이고 전씨의 한국행에 대해 중국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하지만 전씨가 중국 경찰에 체포되기
버지니아주(州)에서 루스벨트 다리를 지나 워싱턴 시내에 접어들면 오른편에 펼쳐지는 광장이 ‘내셔널 몰(National Mall)’이다. 수도 워싱턴을 상징하는 몰의 초입에 2개의 전쟁 기념비가 있다. 광장이 시작하는 링컨기념관에서 보면 왼쪽에 베트남전 기념비가, 그 맞은편에 한국전 기념비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전 기념비를 찾는 관광객의 눈길은 화강암 벽으로 돼 있는 기념비보다 그 앞에 서 있는 19명의 미군 동상으로 향하게 된다. ▶보기만 해도 무겁게 느껴지는 판초(poncho) 우의를 입고 힘든 발걸음을 재촉하는 동상들의 얼굴은
/金宗浩 산업부기자tellme@chosun.com“이번에는 괜찮을 겁니다. 아직까지 북측에서 별다른 말이 없었습니다. 꼭 참석해 주십시오.” 현대아산은 18~20일 금강산 관광 5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전날인 17일 밤까지 이번 취재는 문제없을 거라며 참석을 요청했다. 기자는 이 말을 믿고 18일 아침 버스에 올라탔다. 하지만 이날 오후 3시쯤 버스가 남측 출입국 사무소가 있는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에 거의 도착할 무렵, 북한은 돌연 조선일보 기자의 입북 불허 방침을 밝혀왔다.현대아산이 취재단 명단을 미리 통보했을 때에는 아무런
自主派의 절반승?洪準浩서울에 부임한 지 1년쯤 된 서방의 한 주한(駐韓) 외교관은 어느 날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의문을 풀기 위해 한국정부의 통일 외교 안보 정책을 요약한 소책자를 손에 들었다. 통일부가 펴낸 ‘참여정부의 평화번영 정책’이었다. 그는 처음엔 내용을 읽고, 다시 한 번 볼 때는 숫자를 셌다.남북 문제에 관심이 많은 그에게 어느 날 느닷없이 다가온 의문은 ‘자유 민주’ ‘시장경제’란 단어였다. 서울에 오기 전까지는 당연하게 여겼던 이 단어들이 한국의 통일 외교 안보 분야에서 어느 틈엔가 생소해진 것 같다는
한·미 양국의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연례안보협의회(SCM)가 어제 서울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는 임박한 이라크 파병 문제와 관련해 한·미가 이 문제를 어떤 선에서 매듭지을 것인가 하는 점과 아울러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이전 주한미군 재배치 미군 담당 업무의 한국군으로의 이양 등 의제의 민감성 때문에 어느 때보다 관심을 끌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에 거론된 사안들은 하나하나가 한·미 동맹의 질적 변화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앞으로 미군의 존재와 역할의 변화 가능성을 재볼 수 있는 것이어서 한국의 안보 정책에 미칠 파급 효과 역시 큰 문제
현대그룹을 사실상 인수한 KCC(금강고려화학)측이 금강산 관광으로 상징되는 현대의 대북사업을 ‘수익성’이라는 기준에 따라 재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만약 KCC측이 ‘이익을 내느냐 내지 못하느냐’는 엄격한 잣대를 현대의 대북사업에 들이댈 경우 5년간 계속돼온 금강산 관광은 그 막을 내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애초부터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현대의 대북사업은 ‘수익성’이나 ‘시장원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5년간 금강산사업에서 현대측은 무려 1조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고 한다. 그렇다고 당장은 아니라 해도 머지않은 장래에 극적인
남성욱/고려대 교수·북한학금년도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해 발표되었다. 8년 만에 400만t을 넘어서는 대풍(大豊)을 거둬 한국이 태풍과 잦은 강우로 20년 만의 흉작에 시달린 것과는 대조를 이루었다. 북측은 남측과 달리 일조량과 강수량 등 기후조건이 양호했고 한국에서 보낸 비료와 농기계 등 농자재의 투입이 전년보다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년작을 넘는 415만t의 생산량으로도 주민들의 굶주림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북한의 식량 수요량은 단순 식용만을 산정할 때 최소 510만t 이상이고 가공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북한 경수로 건설 사업을 1년간 중단키로 결정함으로써 지난 94년 체결된 미·북 제네바 합의가 사실상 무력화됐다. 북한이 핵시설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이 대북 경수로 제공을 책임지는 것을 골자로 한 제네바 합의는 작년 북한의 핵개발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이미 유명무실해진 상태였지만 이제 공식적으로 수명을 다 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대북 경수로 사업 중단은 북핵(北核) 사태의 위기 지수를 또 한 단계 높이면서 여러 가지 파장을 불러 올 것이 분명하다. 당장은 북한의 반발 가능성이다. 그렇지 않아도 “때
황장엽씨가 미국 워싱턴에 머물던 마지막 날인 3일, 황씨측의 주선으로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호텔로 찾아갔다. 그쪽에서 시간과 장소까지 정해 부른 것이었다. 그러나 황씨는 그를 경호(?)한다는 한국측 요원들의 강력한 제지로 호텔방을 나올 수 없었고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던 기자는 전화로 통화만 하고 그냥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전화로 “만나서 할 얘기도 있고 미국 얘기도 듣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다”며 나중에 서울에서나 보자고 했다.자유인인 황씨가 세상에서 가장 자유가 보장된다고 자부하는 미국의 수도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도 못 만
정세현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남북 민간축전에 참가하는 북한측에 남측이 거액의 참가비를 주기로 한 사실을 숨긴 것은 현 정부와 일부 정치세력이 앞장서 남북 민간교류를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음을 입증하는 생생한 사례다. 통일부는 지난 9월 16일 ‘제주 민족평화축전’의 사업승인을 내주고 북측의 참가 대가를 220만달러 이내로 정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 축전을 방송할 예정이던 MBC는 며칠 후 선금 50만달러를 북측에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통일부가 사업승인을 한 지 20여일이 지난 후인 지난달 7일 국
황장엽(黃長燁)씨가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이다. 한국에서 이곳에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비행기로 14시간쯤이지만 황씨는 돌고 돌아 6년이 걸렸다. 북한 민주화론자인 그의 요즘 방미는 실기(失機)했을 수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라크처럼 발목이 잡힐 이슈를 만들지 않으려는 부시행정부는 이제 북한을 좀 달래 보려고 하고 있다. 또 그의 주장은 이미 아는 사람에게는 대개 알려져 있고, 북한을 떠난 지 오래된 만큼 새로운 북한 정보를 내놓기도 어렵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 그의 방미를 막는 바람에 오
폭력의 세기를 넘어/ 문부식의 시간여행쿠바혁명, 그 후 50년-아바나 "카스트로 제외한 모든 쿠바인 변화 희망"쿠바를 생각하면, 언제나 ‘들어라, 양키들아’라는 제목의 책을 떠올리곤 했었다. 미국의 사회학자 라이트 밀스는 1960년 쿠바혁명이 일어난 지 1년 만에 직접 그 나라를 찾아가 생생하게 체험하고 쓴 이 보고서에서 자신의 나라 미국이 ‘굶주린 나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었다.호세 마르티 공항에서 수도 아바나 시내로 가는 차창 밖으로 혁명의 땅을 찾아온 사람들을 마중하는 입간판이 보인다. 여기엔 베레모의 게릴라
‘제주 민족평화축전’에 온 북한 대표단이 참가 대가 220만달러를 약속대로 달라며 평양 귀환을 7시간 늦췄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다시 한번 착잡해졌다. 북한 대표단은 남쪽 주최측이 북측의 예술단 파견 취소로 차질이 생겼다며 이 돈을 깎으려 하자 호텔 출발을 미룬 채 승강이를 벌였다고 한다.국민들은 두 달 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때 북한 응원단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플래카드를 울며 떼어가던 것과는 또 다른 남북교류의 이면을 보며 여러 생각을 떠올렸을 것이다. ‘민족화합’을 외치는 민간 축전의 뒤에 돈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에 실망하기도
송두율씨가 귀국 한 달 만인 지난 22일 저녁 구속·수감됐다. 그간 국정원과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송씨의 친북·이적 활동에 대해 법원 역시 “검찰의 범죄 혐의 소명이 충분하고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으며, 높은 처단형이 예상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다.그러나 송씨가 구속됐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보다 본질적이고 중요한 의혹과 궁금증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특히 송씨의 구속을 보면서 가장 궁금한 것이 ‘왜 이런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귀국을 강행했느냐’ 하는 점이다.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검찰이 송두율씨에게 전향을 애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스스로의 권위를 망가뜨릴 뿐 아니라 국민들의 마음을 매우 언짢게 만드는 행태다. 송씨가 자신의 친북활동에 대해 철저한 반성을 하고 새로운 성찰의 삶을 살든 아니면 여전히 모호한 경계인 논리로 자신의 기존영역을 고수하든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선택일 뿐이다. 검찰은 송씨의 선택을 참조해 그에 대한 사법처리의 방향을 결정하면 그만이다. 송씨가 과거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그에 걸맞은 행동을 보인다면 관련 규정과 관례에 따라 기소유예 처분을 고려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어제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모처럼 두 나라 사이의 우정과 협력을 기대해볼 수 있게 만든 자리였다. 부시 미국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을 “미국의 친구이자 나의 친구”라며, 한국의 이라크 파병 결정에 “무척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도 미국이 북핵관련 6자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정상회담에서 으레 오가는 이런 덕담(德談)까지 새삼스럽게 여겨지는 까닭은, 그간의 한·미 동맹관계가 너무도 불안스럽게 흔들려왔던 탓이다. 우리 내부의 반미 흐름, 그 속에서 터져나온 두 나라
/金知澈(사)한국색채학회 회장 세종대학교 예술대학 교수각종 게이트에 어김없이 연루되고 시급한 민생현안 처리에는 철저히 무관심하며, 멱살잡이와 머리채 잡기로 편가르기에나 전념하는 정치권에 대해서 대다수 국민들은 오래전부터 냉소적이거나 혐오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평생 개과천선할 리 없는 이런 3류 정치인들의 색깔 논쟁으로 장안이 시끌하다.정치인들이 말하는 색깔이란 무엇이며, ‘색’은 무엇이고 ‘깔’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색이란 인간의 안구(眼球)에 지각되는 빛의 물리적 수정결과이기 때문에 ‘빛’과 ‘색’을
/李翰雨 논설위원 hwlee@chosun.com“우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불신임하겠다!” 18일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35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파병반대 국민행동’은 정부가 추가파병 방침을 즉각 철회하지 않을 경우 노무현 대통령을 불신임하겠다고 밝혔다. 바로 다음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정부가 교육개혁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한때 유행하던 ‘정권퇴진운동’이 불신임 내지 재신임 반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모르긴 해도 조만간 노동계 또한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
요즘 프랑스 지식인 사회에서 ‘카스트로 때리기’가 유행이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국가 평의회 의장이 최근 반체제 인사들을 대대적으로 탄압하는 것에 항의하는 운동이 프랑스의 좌파 지식인과 예술인, 시민 단체 주도로 일어나고 있다. 국제 언론자유 감시 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는 최근 쿠바 망명자 단체와 함께 파리의 롱 푸앵 극장에서 ‘억압에 반대하고, 자유에 찬성하는 쿠바 민중과의 연대감을 위한 밤’ 행사를 개최, 780석의 객석을 꽉 채우는 성황을 이뤘다. 1959년 카스트로가 혁명에 성공한 뒤, 쿠바의 사회주의 정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