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殷一·소설가 지난 삼일절 즈음 금강산을 약간, 북한을 아주 조금 보고 왔다. 처음 제의하던 이가 대뜸 ‘우리 북한 가자’고 했기 때문인지 준비하는 동안 일정표까지 받아 읽었음에도 나는 북한 가는 걸로 여겼다. ‘소설로 본 고구려 역사와 한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세미나를 북한 가서 한다니 어쩌면 그쪽 작가들을 만날 수도 있겠다 싶어 설레기도 했다. 어린 날 귀가 닳게 들었던 아오지탄광은 못 가봐도 북한 사람들을 만날 수는 있겠구나…. DMZ를 거쳐 북한으로 들어섰을 때, 사막 입구에 서면 이럴까 싶을 정도로 등이 서늘했다. 산이고
宋 復(연세대 명예교수)‘보수’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겐 정도(正道)가 생명이다. 정도를 보수(保守)하지 않는 정당은 보수당이 아니다. 영어의 보수당·보수당원(Conservative)은 반드시 큰 글자 C로 시작한다. 그만큼 정도지향(正道志向) 정도보수(正道保守)의 긍지와 정신이 들어있기 때문이다.선진국들에서 보수당의 역사는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들과는 비교가 안 되게 길다. 이유는 정도를 꾸준히 지키는 데서 사회적 정당성이 그만큼 축적되었음에서다. 역사는 살아남아서 역사다. 사멸하는 것은 역사가 아니다. 셰익스피어 시구에 “가장 오래된
조지프 S 나이/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1977년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일할 당시 인도의 핵개발 포기를 설득하기 위해 파견된 적이 있다. 인도 지도부는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 (핵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나는 그럴 경우 파키스탄이 뒤따라갈 것이고 세계는 더 위험해질 거라고 말했다. 인도는 핵기술을 수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내가 아는 한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파키스탄에서 압둘 카디르 칸 박사의 핵 밀매 네트워크가 드러나면서 예견됐던 위험은 사실로 확인됐다. 파키스탄의 사례가 보여주듯 핵기술의 확산은 상호억제 효과에 따른 안전의 확
남주홍/ 경기대 정치대학원장베이징 2차 6자회담은 북핵에 대한 근본적인 이견(異見)은 그대로 둔 채, 앞으로 또 3차 회담을 하고 이를 위해 실무협상을 하자고 합의한 뒤 막을 내렸다. 이는 북핵 문제가 대책 없이 장기화되고 북한의 핵무장이 점차 기정사실화돼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마저 든다. 말이 좋아 비핵화요, 평화적 해결이지 이런 식으로 가면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경고처럼 북한의 핵무기 생산 능력이 갈수록 증대되어, 2010년이면 연간 8~10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시간이 북한측에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베이징에서 사흘간 열린 제2차 6자회담은 6개국의 합의 발표문 대신 주최국인 중국이 회담 내용을 정리한 의장성명을 남기고 끝났다. 이렇다 할 구체적 합의를 얻지 못한 것은 예상대로의 아쉬움이지만, 그래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다짐하면서 대화를 계속하기로 한 것은 아직 한 가닥 기대를 놓지 못하게 하는 결과다.이번에 드러난 이견들 가운데 두드러지는 것은 이른바 ‘평화적 핵 활동’을 동결 대상에서 제외시키겠다는 북한측의 요구와 이에 대한 미국측의 의구심이었다. 문제는 북한이 보장을 주장하는 평화적 핵 활동
/司空壹·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신체조건이 비교적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한때 세계 남자 프로 골프계를 석권한 바 있는 게리 플레어는 “연습을 많이 하니까 이상하게도 항상 운(運)이 따라 주더라”라는 명언으로도 유명하다. 목표 달성을 위한 철저한 사전 준비와 평소에 쌓은 실력 없이 성공할 수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지난 12~13일 조선일보와 주요 국내외 학술기관 주관으로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되었던 ‘북한문제 국제 심포지엄’에서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한 바와 같이 북핵문제의 해결과는 별개로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에 대비한 단기적 위기관리
金恒經(김항경)강남대학교 석좌교수, 전 외교부 차관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2차 6자회담이 25일부터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다. 북한이 핵무장을 할 경우 직접적 피해자가 되는 우리는 동맹국인 미국과 역내(域內) 국가인 일본과 공조, 북한의 핵 폐기를 촉구하는 한편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다.지난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미국 방문을 통해 북핵문제의 외교적 노력을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을 이끌어냄으로써 한·미 공조의 틀을 계속 유지시켜 왔다. 그 구체적인 결과가 지난해 8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베이징 여시동특파원언젠가는 동무에게 편지 한 장 보내고 싶었소. 내가 베이징(北京)의 북한 식당에 근무하는 영희(가명) 동무를 처음 만난 것은 작년 9월이죠.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동무 이름을 가명으로 적는 것을 이해해주기 바랍니다. 동무도 아다시피 베이징에는 해당화, 류경식당, 평양관, 모란봉, 모란관, 월량 등 북한 식당이 많습니다. 베이징뿐 아니라 선양(瀋陽)의 모란관, 칭다오(靑島)의 평양관 등 중국 곳곳에 북한 직영 식당들이 있습니다. 초대형 식당 해당화는 한국 단체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됐고, 류경식당은 1987년
한ㆍ미 양국의 북한문제 전문가들과 정책결정자들이 워싱턴에서 이틀간(12,13일) 머리를 맞댄 ‘북한문제 국제심포지움’은 북핵문제 뿐만 아니라 북한체제 전반과 그 앞날에 대한 미국측 시각을 오랫만에 뚜렷한 형태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미국측 견해는 “국제적 지원이 중단되면 그 첫 해에 북한정권의 교체 가능성이 40%로 높아지고 2년내에 북한정부가 무너질 것”이라는 마크스 놀랜드 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의 분석이 대변하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북한 경제는 군사적 공갈과 외국원조에 의존하는 ‘계획없는 계획경제’”이며 “쿠데타나 민중봉
북한에서 정치범을 생체실험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입증하는 문건이 12일 탈북자인권단체에 의해 공개됐다. 정치범을 화학실험실로 이송한다는 ‘이관서’ 원본이다. 영국 BBC 방송도 지난주 북한의 생체실험을 폭로하는 ‘악(惡)에 접근하다’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방영했다.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북녘 동포에게 벌어지고 있다는 구체적 방증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북한의 생체실험 사실이 알려진 지는 오래다. 정부의 북한인권백서에도 관련 증언이 실려 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와 사회의 일반적 반응은 무관심과 냉담이다. 정부 당국자에게서 분노
이 차장께서 작년 12월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한 지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과연 빠릅니다.얼마 전 주미 한국대사관의 한 외교관과 자주파냐, 동맹파냐, 자동파냐(자주+동맹파) 같은 논란을 벌이고 있는 국내 상황을 걱정하며 점심을 함께 먹었습니다. 이 외교관은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과거 임진왜란 때나 개화기 때 일본에 보낸 사신들이 서로 정반대 내용을 보고하는 바람에 나라가 수난을 당했죠. 지금 대미외교 노선을 둘러싼 갈등이 그 당시와 비슷합니다. 한쪽은 한·미 관계가 걱정없다 하고, 다른 쪽은 수심에 차 있습니다.”집에 돌아
/이상우 (한림대 총장·정치학)“혁명의 성공을 위해서는 두 가지 힘이 필요하다. 하나는 대중의 물리적 파괴력이고, 또 하나는 지식인들의 지적(知的) 파괴력이다. 대중은 눈앞의 이익만 보고 역사의 흐름이나 체제 전체의 이익 등을 보지 못한다. 지식인들이 교육하고 선동해야 한다.” 이것은 레닌이 볼셰비키혁명을 준비하면서 했던 말이다. 사회의 핵심은 질서이고 질서는 지배이념, 규범, 조직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힘, 이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체제 전체를 이끄는 이념이다. 규범과 조직의 운영지침을 주는 이념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해외주둔 미군의 구조 조정 문제와 관련해 주한 미군을 언급하면서 “원하지 않는 곳이나 비우호적인 곳에는 미군을 주둔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추진해 나갈 변화는 2차대전 종전 이후 최대 규모의 미군 구조 재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럼즈펠드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평소 그의 말이나 발언의 문맥으로 보아 주한 미군의 감축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그는 작년 11월 방한 중 주한미군 감축 문제에 대해 “군사력은 숫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 그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
/金玄浩 논설위원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 1월 30일 긴급보고서를 발표했다. 북한에 대해 즉각적인 추가 식량지원이 없을 경우 2~3월 중 400만명이 배급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식량 배급이 끊어진 주민들이 이 혹독한 겨울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북한에서 대규모 기아 사태가 일어난 지 올해로 10년이다. 북한 당국이 외부세계에 공개적인 원조 요청을 한 것은 대홍수가 일어난 95년이지만 실제 기아는 최소한 그 전해부터 시작됐다. WFP의 긴급 호소는 10년이 지나도록 북한이 대량 아사는 모면했지만 여
최근 파키스탄에서 국민적 영웅인 한 과학자와 대통령 사이에 ‘진실 게임’이 벌어져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주인공은 1998년 5월 인도(印度)가 첫 핵실험을 한 지 보름 만에 기다렸다는 듯이 파키스탄의 첫 핵실험을 성공시킨 압둘 카디르 칸 박사. 그런 그가 지난 십수년간 핵기술을 리비아·이란·북한 등지에 몰래 확산시켜 온 사실을 최근 시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를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을 포함한 역대 군부 지도자들도 알았다고 자백한 것으로 보도돼, 이를 부인해 온 무샤라프를 결정적 궁지로 몰아넣었다. ▶칸 박사의 연구소가
‘금빛 꽃 장식을 모자에 꽂았는데/ 백마(白馬)는 머뭇거리네/ 나는 듯한 춤사위에 소맷자락 넓은 것이/ 마치 해동(海東)에서 온 한 마리 새 같네.’중국인들이 시선(詩仙)이라고 부르는 이백(李白)이 쓴 시다. 한 행이 한자(漢字) 다섯 글자로 된 오언절구(五言絶句)다. 이 시의 제목이 바로 ‘고구려(高句麗)’다. 고구려인이 날아갈 듯이 춤추는 모습을 보고 생생하게 표현한 시로 중국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백은 생년월일이 분명치 않으나, 대체로 서기 701년부터 762년 사이에 살았던 사람으로 중국학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고구려는
핵보유국인 파키스탄이 지난 91년부터 북한에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기술을 제공해 왔음이 사실로 드러났다. 파키스탄 핵개발의 주역인 압둘 칸디르 칸 박사가 북한을 10여 차례 방문했고, 선박과 전세기로 핵 부품들을 북한으로 실어 날랐다고 한다. 칸 박사는 파키스탄 대통령과 군부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이 북한에 핵기술을 제공한 것은 한국의 안보와 한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한 적대적 행위이다. 그런데도 한국정부는 이런 파키스탄에 대해 그 흔한 성명이나 논평 하나 없다. 외교부 국장이 파키스탄 관계자
여시동 북경특파원국군 포로와 탈북자 관련 업무를 하는 한국 공무원들은 요즘 기자들을 만나면 “이제 좀 솔직해지자”고 사정한다. 이들의 하소연에는 국군 포로나 탈북자들의 지금 같은 한국행이 당사자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지 솔직히 한번 따져보자는 결기가 가득하다.최근 일반 탈북자보다 더 큰 화두로 등장한 것은 국군 포로다. 북한의 국군 포로 중 한국 귀환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종전 반세기가 지나 이제 그들의 인생은 황혼기에 접어들었지만, 그들의 기억 속에는 숨막혔던 전장과 먼저 간 전우와 남한에 있는 가족 및 친
/남성욱고려대 교수·북한학중국정부가 1949년 공산중국 건국 이래의 외교문서를 공개하면서 한국전쟁 관련 문서는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하였다. 30년이 지난 외교문서는 공개한다는 국제협약에 따라 중국은 국내 문건법을 제정했다. 이어 ‘외교부 문건열람처’라는 기구를 개설, 1차로 1만여건의 문서를 공개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투명행정과 경제발전에 따른 자신감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서다. 중국이 한국전쟁 관련 문서를 비공개하는 것은 외교문서 기밀해제가 중국의 대외관계를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국 당국자의 친절한 설
지난 1999년 1월 4일 김대중 대통령은 집권 2년차의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한반도의 냉전구조 해체’를 화두(話頭)로 던졌다. 당시 한반도 상황은 연초부터 ‘5월 북핵 위기설’이 고조되고 있었다. 그 전해 8월에 불거진 북한의 금창리 지하 핵의혹 시설과 대포동 미사일 시험 발사가 위기를 촉발시켰던 것이다.김 전 대통령은 한반도 안보 불안 요인을 금창리 의혹시설과 미사일 등 ‘당면 현안’과 한반도에서만 해체되지 않은 냉전구조인 ‘근인(根因)’ 두 가지로 구분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면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