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平重한신대 교수·철학노무현 대통령은 5월 27일 연세대 특강에서 진보임을 자처하면서 “가급적 바꾸지 말자가 보수고, 고쳐가며 살자가 진보”며, “합리적 보수, 따뜻한 보수, 별놈의 보수 갖다 놔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에 불과한 입장”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여러 측면에서 부정확하고 피상적인 발언이지만 우리 현실에서 진보·보수 지형에 대한 성찰이 다시 한 번 필요함을 보여준다. 진보·보수, 또는 진보주의·보수주의는 너무나 남용된 개념이므로 일단 교통정리를 해 보자. 여기서 나는 진보와 진보주의를 구별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즉 진보·보
존 케리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즉시 북한과 직접 협상을 시작해 한반도 군축 문제와 휴전협정 대체 문제는 물론 심지어 남북한 통일문제까지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케리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당선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는 그가 실제로 집권할 경우 미국의 대북 정책이 ‘북한은 악(惡)의 축’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 때와는 180도 달라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직접 담판과 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논의의 주도권을 장악해 보겠다는 숙원(宿願)에 성큼 다가서게 되
庾龍源지난해 11월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방한한 가운데 열린 제35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때 언론과 국민의 관심은 온통 이라크 파병문제와 용산기지 이전에 쏠려 있었다.한국측이 당초 미측에서 요구한 파병부대 성격과는 다른 쪽으로 가닥을 잡음에 따라 과연 미측이 이를 수용할 것인지, 당초 서울에 잔류키로 했던 연합사·유엔사도 완전 포함해 용산기지를 이전하자는 미측 제의를 수용할 것인지 등이 언론과 국민의 초미의 관심사가 됐기 때문이다.그러나 SCM 의제 가운데엔 지난 25일 찰스 캠벨 미 8군사령관(육군 중장)의 공개 발
남북은 26일 첫 장성급회담에서 군사적 신뢰를 쌓기 위한 구체적 방안들을 논의했다. 당장 어떤 합의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지만 남북 군 당국 간에 군사 실무적인 문제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회담 날짜를 잡았다는 점에서 첫걸음치고는 무난한 성과라고 할 만하다.회담에서는 특히 우리측의 제안으로 서해상에서 우발적인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논의됐다. 서해의 남북 함대 간에 직통전화를 설치하고 경비함정 간에는 공용 주파수를 사용하며 불법 어로 단속과 관련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 등이다.서해 연평도 부근은 꽃게잡이 철인
래리 닉시 미국 의회 입법조사국 전문위원미국이 주한미군 2여단을 차출, 이라크에 배치하기로 한 결정은 충격적이었지만 한국 정부는 조용하고 냉정하게 반응했다. 한국의 관료들은 몇 달 전부터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미군의 일부 철수가 임박했다는 징후는 작년 중반부터 있어 왔다.미국에 주한미군 차출의 의미는 분명하다. 이라크 전쟁과 ‘테러와의 전쟁’으로 심화된 미군 병력난의 직접적 결과인 것이다. 미국은 최근 이라크 주둔 병력을 13만8000명 규모로 유지하기로 했고, 이를 위해 주한미군 및 주일미군 등 그동안 손대지 않았던 나라의
열린우리당 당의장과 원내대표를 지낸 정동영 김근태 두 의원이 통일부 장관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은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여당의 실력자로 꼽힌다.통일부는 금년 순수예산이 정부 부서중 최하위급인 758억 원으로 살림 규모가 군(郡) 정도에 불과하다. 풍부한 행정경험을 쌓기에 적절한 부서라고 할 수도 없다. 과거에는 통일부 장관이 부총리를 겸했지만 지금은 그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여당의 실력자들이 다른 부서를 마다하고 유독 통일부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이 자리가 차기 대권 주자로 가는 데 가장 유리한 경력 관리소로
지난 22일 북한을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진정한 승부처는 이미 실무 조정이 끝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이 아니었다. 정상회담 이후 1시간 동안 계속된 전 주한미군 병사 찰스 젠킨스와의 ‘협상’이 그의 시험대였다.젠킨스는 1965년 판문점에서 근무하다가 월북했다. 일본으로부터 납치된 소가 히토미라는 여인과 결혼해 현재 딸 2명을 두고 있다. 그러나 소가를 비롯한 납치 피해자들은 재작년 일본에 일시 귀국한 뒤 그냥 일본에 눌러 앉았고, 일본 정부는 이들을 위해 젠킨스를 비롯한 나머지 가족들의 일본
북한과 일본 간의 제2차 평양 정상회담은 그동안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로 꽉 막혀있던 양국 관계에 숨통을 틔웠다. 일본은 이번에 베이징 6자 회담의 다자간 협상 틀이 아니라 북한과의 양자 협의를 통해 납치자 문제의 해결을 시도해 나름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북한 역시 핵문제로 자초한 외교적 고립 속에서 일본과의 일정한 채널을 마련하고 경제적 지원을 얻어냈다.이번 북일 회담은 앞으로 동북아 정세가 북핵문제의 해결이라는 관계국들의 공동 과제의 틀 안에서도 개별 국가들의 독자적인 자국 이익 추구가 더욱 복잡하게 작용하는 다층적인 구조를
평양=정권현기자 khjung@chosun.com “첨엔 놀란 게 사실입니다. 수구층들이 기득권을 오래 누려온 만큼 이젠 바뀔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평양 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21일부터 2박3일간 평양에 가서 만난 북측 관계자들은 남쪽의 4·15 총선 결과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한 북측 안내원은 “총선 결과가 말해주는 것 아닙니까. 김대중 대통령 때는 수가 모자라 고생 많이 했지요. 남북이 이제 힘을 합쳐 나가면 못할 게 없지요”라면서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옆에 있던 안내원 동무가 “퍼주기 한
래리 닉시 미국 의회 입법조사국 전문위원미국이 주한미군 2여단을 차출, 이라크에 배치하기로 한 결정은 충격적이었지만 한국 정부는 조용하고 냉정하게 반응했다. 한국의 관료들은 몇 달 전부터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미군의 일부 철수가 임박했다는 징후는 작년 중반부터 있어 왔다.미국에게 주한미군 차출의 의미는 분명하다. 이라크 전쟁과 ‘테러와의 전쟁’으로 심화된 미군 병력난의 직접적 결과인 것이다. 미국은 최근 이라크 주둔 병력을 13만8000명 규모로 유지하기로 했고, 이를 위해 주한미군 및 주일미군 등 그동안 손대지 않았던 나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미국과의 관계를 왜, 무엇을 위해 이런 방식으로 「정리」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그것이다. 우선 분명히 전제할 것은, 미국이 예뻐서도 아니고 미국을 좋아해서도 아니다. 미국에 살아보고, 그래서 미국을 조금 더 알게 되면 될수록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오만과 일방주의적 방식에 혐오감을 갖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저런 경험이 쌓여가면서 오히려 반미에 가까운 감정을 갖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다다르게 되는 것은 미국의 힘에 대한 무력감과 두려움이고, 그 반사(反射)로서 한국의 내일에 대한
빅터 차주한미군 2사단의 1개 여단을 이라크로 옮기겠다는 미국의 결정은 놀랄 일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언제나 동아시아 주둔 미군사력을 전체 글로벌 전략의 부분으로 봐 왔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규모에 대한 결정을 단지 한반도 수요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중동이라는 더 큰 수요의 관점에서 결정해왔다. 비판가들은 이번 병력 이동을 북한에서 양보를 얻어내는 구실로 삼아야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북한이 앞으로 한반도의 미군 배치를 결정할 수 있게 됨을 뜻할 뿐이다.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노무현 정부와 좌파 세력이 미군의
미 국방부 폴 울포위츠 부장관이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이 일시적 이동이 아닌 전반적인 주한미군 감축의 시작임을 시사했다. 미국발 보도를 종합해 보더라도 이제 문제는 주한미군 3600명이 잠시 어디로 가느냐 하는 차원을 넘어선 주한미군의 성격과 기능의 변화라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 근본적인 변화를 어떻게 보며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이 정부가 작년에 내놓은 자주국방구상의 핵심은 ‘주한미군과 함께하는 자주국방’이었고, 미국이 한국을 ‘신뢰하는 혈맹’으로 본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주한미군의 이라크 투입 결정은 당장 한국의 방위력에 끼칠 영향에 대한 현실적인 우려와 함께, 한·미 동맹관계의 질(質)이 도대체 어느 수준까지 떨어졌는가 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명색이 동맹관계라는 한·미 양국 간에 이번 결정이 사실상 미국의 일방적 통고로 진행됐다는 점은 한·미 동맹의 깊이와 강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주한미군 1개 여단 4000여명의 철수는 병력의 숫자만으로 대북 억지력에 미칠 영향을 따질 일이 아니다. 주한미군의 실질적 전력(戰力)은 병력 규모 못지않게 그들이 갖는 정보력과 화력(火力
정치부장이제 우리나라 헌법은 입법기관에서 아무렇게나 해석하고 무시하는 존재가 돼 버렸다.정치인이 무책임한 폭로를 일삼아 국민의 염증을 불러일으키자 이 여론에 편승해 각 정당은 너도나도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을 들고 나왔다.그러나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어떤 유보적 문구도 없다. 그래도 “면책특권을 제한하려면 할 수 있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최고법에 명백히 규정된 사항을 하위법에서 변경할 수 있다는 이런 주장들이 나오는 것은 이뿐만
민주노동당은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시켜 새로운 해방 공동체를 구현할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정당이다. 남북통일 문제에서도 ‘자본주의’와 ‘동맹’을 거부하고 ‘민중’과 ‘민족’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철폐, 연방제 통일 수용 등을 내세운다. 이런 민노당에서 지금 ‘북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당의 정책위원장 선거 과정에서 촉발된 논쟁인 만큼 당의 노선을 정립하기 위한 본격적인 토론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민노당 내에 북한에 대한 어떤 인식과 경향들이 혼재(混在)해 있는지 가늠해 볼 수는 있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이번 주말 북한을 방문해 8명의 일본인 납치 가족을 데려온다는 소식은 부러움을 넘어 부끄러움마저 느끼게 한다.지난 2002년 고이즈미 방북 이후 일본 사회에서는 “납치문제를 완전 해결하라”는 거센 비판이 일었다. 일본은 그 뒤 6자회담이든 어디든 가는 곳마다 ‘납???얘기했고, 이런 일본에 “공조는 외면하고 자국민만 챙긴다”는 비난도 따랐다.그러나 대북 공조에서의 ‘공조’는 공통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지 각국의 독자적 문제와 이익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일본은 공조 틀 속에서도 자국민을 위한 외교라는
김성민·자유북한방송 대표“자유를 찾아서”라는 거창한 이야기보다는 “여기는 대한민국 서울입니다”라는 토를 달아 내보내는 KBS사회교육방송. 그 방송에서 흘러나온 ‘노동당 간부들에게’나 ‘역사의 진실’ 등을 들으며 내가 사는 북한 땅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가 보장되는 곳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몰래 엿들은 그 방송을 통해 나는 내가 몸담은 폐쇄왕국 북한의 실체를 볼 수 있었다.북한을 탈출한 뒤 나는 꿈이 있었다. 그 꿈은 2003년 12월 25일 마침내 이뤄졌다. 탈북자들과 힘을 합쳐 ‘자유북한방송’이라는 이름으로 첫 인터넷 방송국을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자유북한방송’이 둥지를 잃게 됐다. 15평 사무실을 내주어 인터넷 방송을 할 수 있게 해준 북한연구소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테러를 하거나 소동을 벌일지 모른다”며 나가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전후 사정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지난번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한은 이 방송을 중단시키라고 우리 정부에 요구했다. 건물주인 북한연구소에는 왜 사무실을 빌려주었느냐는 협박전화가 여기 저기서 수시로 걸려온다고 한다. 한민전이라는 북한 단체는 “범죄자들의 사이비방송을 폭파시키고 더러운 역적들의 명줄을 끊어 버려야
조선조 화가 강세황(姜世晃)의 그림에 ‘영통사동구(靈通寺洞口)’가 있다. 화상(畵想)을 반추상화한 현대화만 같은 이 그림은 겹싸인 거암틈으로 실낱같은 산길 하나가 나있고 나귀 탄 사람하나가 애써 찾아야 보일 만큼 거암과 대조되어 그려져 있다. 자연계와 초자연계, 속계(俗界)와 영계(靈界)의 경계가 그 길끝에 있는 것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그래서 이승에서 저승으로 영이 통한다하여 영통사려니ㅡ하는 느낌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고려 태조의 조상이 살았다는 개성 오관산(五冠山) 아래 자리잡은 이 절을 두고 이규보(李奎報)가 송도에서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