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상
 구호와 운동
 닉네임 : NK조선  2013-10-30 16:29:12   조회: 392   
북한 반세기의 역사를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어떤 표현이 어울릴까? 여러 표현이 가능하겠지만 '구호와 운동의 역사'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반세기의 노정은 온갖 구호와 운동으로 점철되어 있는게 사실이다.

구호는 본래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혁명저술의 3대 요소인 조직 형태, 투쟁 형태, 선전 형태 중에서 선전을 뒷받침해주는 내용의 하나이다. 구호는 대중에게 당의 의도를 알려 주고, 투쟁 목표와 방향을 가르쳐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북한에서 구호를 많이 쓰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북한에 처음 등장한 구호는 '인민문화향상은 문맹퇴치로부터!'라는 캐치프레이즈였다. 이 구호는 1945년 11월 처음 제기돼 1949년 3월까지 북한 전역에서 전개된 '문맹퇴치운동'을 선도했다.

당시 북한에서는 230만 정도의 문맹자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이들을 문명의 세계로 이끌어내기 위해 등장한 구호와 운동이 바로 이것이다.

1946년 11월에는 일제의 유습과 봉건잔재를 타파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한다는 미명아래 '건국사상총동원운동'이라는 인민적 사상개조운동이 시작됐다.

이 운동은 이후 정주기관구의 철도노동자들에 의해 이른바 '애국적 증산운동'으로 발전했고, 그해 말까지 882개 공장, 기업소가 조업하는 성과를 낳은 것으로 선전되고 있다.

특히 이 운동의 와중에서 황해도 재령군 농민 김제원이 '애국미'를 헌납한 것을 계기로 '애국미헌납운동'이라는 새로운 농민운동이 탄생하기도 했다.

1950년대로 넘어가면 '천리마를 탄 기세로 달리자!'는 새로운 구호가 생겨난다. 이 구호는 전후복구가 끝나고 1957년 부터 시작된 5개년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됐다.

그리고 이 구호와 함께 등장한 운동이 일반에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천리마운동'은 이후 노동당의 총노선으로까지 자리잡았고 북한의 대중운동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다.

◆ 1950~1960년대 '천리마작업반운동'전개

1957년부터 시작된 '천리마작업반운동'은 '천리마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천개된 일종의 사회주의 경쟁운동으로 그 대상을 작업반, 인민반, 직장, 공장, 농장, 학교, 학부, 학급 등으로 구체화해 전개됐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1960년대에는 이렇다할 새로운 운동이 나타나지 않은 채 1950년대 말에 시작된 '천리마작업반운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그래서인지 이 시기의 구호도 '천리마대진군을 계속 다그쳐 다시 한번 혁명적 대고조를 일으키자!', '50년대의 그날처럼 소극성과 보수주의, 기술신비주의를 다시 한번 불사르자!' 등으로 前시대의 혁명정신과 기백을 되새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천리마기수, 천리마동상, 천리마속도, 천리마시대, 천리마정신에다 천리마체(1~14호체)라는 글자체까지 등장하는 천리마의 열풍은 북한에서 1950~1960년대를 관류하며 긴 여운을 남겼다.

1970년대에 접어들면 김정일의 부상과 함께 구호와 운동도 새로운 양태로 변모하면서 김정일의 이름으로 제시된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1970년대 전반기를 장식한 구호는 '생산도, 학습도, 생활도 항일유격대식으로!'(1974.3)와 '사상도, 기술도, 문화도 주체의 요구대로!'(1975.11)이다. 이 구호는 1974년 2월 열린 당중앙위 제5기8차 전원회의에서 김일성에 의해 상향 조정된 6개년계획(1971~1976년)의 목표치 달성을 명분으로 제시된 선동구호이다.

이 두 구호는 1974년 10월부터 시작한 이른바 '70일전투'의 화두가 되었고, 1975년초 출범한 '속도전청년돌격대운동'의 기치가 되었다. 1974년 8월에는 김정일이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1974.2)와 함께 '전당 주체사상화'를 천명하면서 이를 독려하기 위한 구호로서 '전당이 선전원, 선동원이 되자!'는 표어가 등장, 한 시대를 풍미했다.

◆ 1978년 말 '우리식대로 살아나가자!' 구호 등장

1970년대 후반기로 접어들면 이른바 '천리마작업반운동'의 심화발전으로서 사상, 기술, 문화의 3대혁명을 고무하기 위한 캠페인으로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이 기나긴 장정에 오른다.

이 운동은 1975년 12월 초 공업부문과 농업부문을 대표해 검덕광산(함남 단천)과 청산협동농장(남포 강서)에서 대규모 궐기집회를 열고 전국의 모든 부문, 단위가 이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1978년 1월 노동당은 제5기16차 전원회의에서 전체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채택하고 전당, 전국, 전민이 제2차 7개년계획(1978~1984)에 한 사람같이 떨쳐나서자고 채찍질하는 가운데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높이 발휘하자!'는 구호도 동시에 내놓았다.

이 구호는 1978년 12월에 등장한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와 함께 이미 사양길에 접어든 주체경제의 한계와, 등소평의 부상과 함께 궤도수정에 들어간 중국을 의식한 북한의 조바심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1980년대에는 '숨은 영웅따라배우기운동'은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과 결부되어 3대혁명을 독려하는 촉진제의 역할을 했으며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한 '모두다 영웅적으로 살며 투쟁하자!'는 구호와 함께 1980년대를 영웅시대로 물들였다.

김일성의 빨치산 부하였던 오중흡(1910.7~1939.12)을 내세운 '오중흡따라배우기운동'은 나중에 나온 '1980년대의 김혁, 차광수가되자!'(1981.10)는 구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주민들에게 충효를 요구하는 새로운 충성운동으로 정착했다.

1982년 7월에는 북한 3대 제철소의 하나인 김책제철연합기업소의 근로자들이 '80년대의 속도 창조운동'이라는 새로운 대중운동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이 운동은 '천리마대고조시기의 기세로 80년대의 속도를 창조하자'(1982.7)는 구호와 함께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속도전에 주민들을 내몰았다.

1980년대 중반에는 농민들이 '나라의 쌀독을 책임진 주인다운 입장에서 농사를 책임지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농장포전은 나의 포전이다!'는 구호가 논밭과 들녘을 장식했다.

1990년 새해는 '90년대 속도 창조운동'으로 막을 올렸고, 이를 고무, 추동한다는 미명아래 '증산하고 절약하여 이미 마련된 경제적 토대가 은을 내게하자!'는 구호를 앞세운 '증산, 절약운동'이 병행됐다.

1991년 9월에는 김일성이 자강도 전천군 상업관리소를 방문, 이곳 소장인 정춘실의 '헌신적 복무정신'을 높이 상찬한 것을 계기로 10월부터 '정춘실운동'이라는 1990년대판 숨은 영웅따라배우기운동이 벌어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1990년대를 대표하는 운동은 군사분야의 캠페인으로 급격히 악화된 식량난과, 핵문제로부터 야기된 긴장격화, 김일성 사후 위기의식과 맞물려 진행된다.

'군민일치운동'은 식량난이 악화되면서 군에 의한 민폐가 만연되고 주민들의 원성이 고조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자구책의 하나로 제시됐으며 '우리 학교(공장, 마을, 농장)-우리 초소운동'으로 발전했다.

김일성 사후 체제붕괴가 공공연히 거론되고 탈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각급 군부대에서는 '오중흡 7연대쟁취운동', '자폭부대쟁취운동', '소왕청 전위군 쟁취운동' 등이 잇달아 벌어졌다.

'전군은 혁명의 수뇌부를 결사옹위하는 오늘의 7연대가 되자!', '모두다 총창이 되고 총알이 되자', '예비산(낙하산) 대신 폭탄을 안고 핵기지를 까부수자!' 등은 이 운동의 틈바구니에서 양산된 전투적 구호들이다.

“미제의 각을 뜨자”, “원쑤들의 가슴팍에 복수의 총창을 박는 멸적의 투지로!”, “언제나 동원되고 긴장된 태세를 견지하며 원쑤들이 덤벼든다면 단매에 때려눕힐 만반의 준비를 갖추자” 등의 구호들도 전투적 구호이다.

언어를 혁명의 무기로 쓰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딱딱한 표현도 혁명성과 전투성이 발양된 언어라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따라서 대중을 조직·동원하기 위안 호소문인 구호가 극히 강렬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이보다 부드러운 구호도 없지는 않다. “절약하고 절약하고 또 절약하라”, “하자고 하면 못해낼 길이 없다”,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같은 구호도 있다.

이중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를 하나를 위하여”는 북한에서 집단주의를 강조할 때 자주 쓰이는 구호이다. 사회주의적 생산양식은 집단에 기초하기 때문에 하나는 전체에 매몰되어야 하고 전체도 또한 하나를 위한 배려를 통일적으로 일치시켜야 함을 뜻한다. 개인주의를 떠나 우리 마을, 우리의 행복, 우리 사회주의 전취물 등 집단주의를 강조하는 구호이다.
2013-10-30 16: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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