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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기(인공기) - 인공기 제정과정
 닉네임 : NK조선  2013-10-30 13:56:25   조회: 770   
1945년 8월15일, 3·1운동 이후 26년만에 이 땅에 휘날린 태극기는 3000만 겨레 모두에게 조국광복의 기쁨을 실감케 하기에 충분했다. 그로부터 3년뒤 한반도의 남과 북에 따로따로 등장한 태극기와 인공기는 민족분단의 아픔을 되새기게 하는 단면이었다.

8·15 이후 3년간 광복정국의 북한에서도 태극기는 민족적 상징으로 사용됐다. 김일성(金日成) 주석 자신이 1945년 10월 태극기와 소련기 아래 북한 주민들 앞에 첫선을 보인 이래 1948년 4월의 남북연석회의 때까지 북한의 정권기구(북조선5도행정국→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북조선인민위원회)가 주도한 대소 행사에 태극기는 어김없이 게양되었다.

그리고 1948년 5월1일 '5·1절' 기념식장에 태극기와 김주석의 초상화가 함께 나붙은 것을 끝으로 태극기는 북한 땅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한마디로 태극기는 북한의 소비에트화 과정에서 민심수습을 위한 정치적 상징물로 일단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소비에트화와 공산정부 수립작업이 마무리돼 가던 시점에서 태극기의 정치적 가치는 소멸될 수밖에 없었고, 이른바 '완전히 새롭고 조선적인 국기'의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됐던 것이다.

북조선인민회의 제3차 회의의 결정에 따라 1947년 11월 조선임시헌법제정위원회가 발족되자 북한은 태극기를 대신할 새로운 국기와 국장(國章) 제정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인공기를 직접 디자인한 사람은 월북화가이며 이후 숙청된 김주경으로 알려져 왔다. 반면, 2000년 11월호 북한월간지 '조선예술'과 '천리마'에서는, 독립운동가 해공(海公) 신익희(申翼熙) 선생의 조카인 신해균 화백이 디자인한 것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북한측 자료에 따르면, 국기초안 심의단계에서 먼저 기본색상인 붉은색, 흰색, 푸른색이 각각 '항일혁명투사를 비롯한 혁명가들이 흘린 피와 우리의 혁명역량', '유구한 민족문화를 가진 하나의 민족국가', '인민의 씩씩한 기백과 공화국의 자주권'을 상징하는 것으로 배치됐고, 한가운데는 흰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중앙 원의 도안 내용을 놓고 백두산, 해(태양) 또는 보습을 넣자는 등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고 한다.

결국 백두산과 해는 도안상의 복잡성과 시각적 불선명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고, 보습을 넣자는 주장은 '반동적이고 복고주의적인 책동'으로 지적된 가운데 1948년 2월초 중앙 원 안에 오각별을 새겨넣은 모양이 완성됐다. 같은해 4월 28일 인민회의 특별회의에서 그것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기'(람홍색 공화국기발·남쪽에서는 인공기로 통칭)로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흰 동그라미 안에는 언제나 승리하고 전진하는 인민의 용감성과 영웅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오각별을 넣는 게 좋겠다" (김송죽, '공화국 기발이 나오기까지', '천리마', 93.9)는 등의 김주석의 '교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1948년 7월10일 소집된 북조선인민회의 제5차 회의 석상에서 태극기가 내려지고 인공기가 시험게양됐다. 이어 7월 24일 태극기가 인공기로 완전 교체되었고, 9월 3일 북한 헌법이 발효되고 9월9일 '국가 창건'이 선포됨으로써 인공기가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기는 횡으로 가운데가 붉고 아래우로 희고 푸른 세 빛의 기폭에다가 깃대 달린 편 붉은 쪽의 흰 동그라미 안에 붉은 오각별이 있다"는 초기 헌법의 규정(제100조)은 최근 개정헌법(제164조)에도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

북한이 태극기 특유의 민족사적 전통성과 항일투쟁성을 무시한 채, 민족의 정맥(正脈)과는 무관한 '람홍색 공화국 기발'을 국기로 선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첫째 태극기가 대한제국에 이어 북한이 비판해 마지 않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기였고, 둘째 구미지역에서의 독립운동을 통해 이미 태극기가 코리아의 상징으로 국제사회에 알려졌으며, 셋째 당시 남한에서 태극기가 민족적 합의 차원에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1948년 7월 북조선인민회의 헌법제정위원장 김두봉(金枓奉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초대 위원장)은 태극기 폐지이유를 설명하며 ▲태극기는 미 군정청이 권유하고 있으므로 새 민주주의 국가에는 맞지 않는다 ▲태극기의 근거인 주역은 비과학적이다 ▲태극기는 표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신국기의 제정과 태극기의 폐지에 대하여', 1948). 이 중 첫번째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요컨대 북한이 전통적인 태극기를 버리고 인공기를 만들 게 된 데는 무엇보다도 한국과의 정권적 차별화를 통해 정통성 경쟁에서 새로운 입지를 확보하려는 자체 판단이 깔려 있었던 것같다.

사실 인공기 제정과정에서 태극기 존속을 외치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았다고 전해진다. 북조선인민회의 특별회의에서 대의원 정재용(鄭在鎔) 같은 이는 태극기를 '인민의 희망의 표징'이라며 다음과 같이 태극기 존속론을 개진했고 한다.

"우리 인민들은 왜적의 혹정 밑에 쓰라린 시기에도 태극기를 간직하고 그것을 떳떳이 띄울 날을 하루같이 원하였습니다. 해방된 조선 인민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해방의 감격과 기쁨에 어쩔줄 몰랐으며 희망의 태극기를 받들고 하늘이 진동하게 만세를 불렀습니다.

북조선 인민들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남조선의 인민들도 역시 한결같이 이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태극기는 통일의 무기로 되는 것입니다"('조선일보', 1985. 7. 12).

태극기에 대한 관심과 애착은 나머지 북한 지도층에서도 상당수 발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에트화 과정의 북한 정치풍토에서 이러한 목소리는 '반당종파분자', '극우 반동분자'의 준동으로 매도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동독에서는 기존의 삼색기가 존중되었다.

태극기는 민족사적 전통성, 항일투쟁성이라는 측면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민족적 상징이다. 북한은 "공화국 깃발에는 조국광복을 위하여 손에 무장을 들고 오랜 기간 일제를 반대하여 싸운 항일혁명선열들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상해 임정과 광복군은 물론 김원봉(金元鳳 북한 초대검열상) 등 좌익계 독립운동가들이 항일투쟁에 헌신하며 앞세운 깃발은 태극기였지 인공기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해 그때 인공기란 것은 존재조차 없었다.

더구나 1920년 레닌의 '붉은 광장' 연설 현장에 소련 소수민족의 일원으로 일단의 한인들이 태극기를 들고 나타났던 것만 보아도 태극기가 갖는 의미와 상징성을 인식할 수 있다.

동독(독일민주공화국)이 1949년 정부수립 당시 과거 독일제국 이래의 삼색기를 존중, 그것을 바탕으로 보리이삭, 마치, 컴퍼스를 그려 넣은 국기를 통일될 때까지 사용한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족의 전통적 도안에다 공산이념적 문양을 살짝 가미한 동독기는 언뜻 보아 서독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2013-10-30 13: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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