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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녘추억] 모래밭에서 금을 찾다
 닉네임 : nkchosun  2002-05-06 16:05:00   조회: 3513   
이주일
/ 2000년 탈북·전 평남 평성시 당 지도원

평남 평성시 당(黨) 외화벌이기관에서 지도원으로 일했다. 해마다 김정일(2.16)·김일성 생일(4.15) 무렵이면 모든 단체가 외화벌이 총력전에 나선다. 직장생활 따로 외화벌이 따로 해야 하니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융통성 있는 직장에서는 직원들의 외화벌이 할당량을 감당할 사람을 선발해 이 일만 맡기기도 한다.

송이·갯지렁이·송화가루 할 것 없이 돈이 될만한 품목은 무엇이든 찾아내야 하지만 가장 흔한 것은 역시 사금(砂金)을 채취하는 것이다. 나 역시 노른자위 직장에 다니고 있었지만 사금 채취에 한몫 끼지 않으면 생계가 어려웠다.

모래밭에서 금(金) 찾기는 바늘 찾기보다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북한사람들에게는 아주 흔한 일상적 풍경이다. 간단한 도구만 있으면 사금을 채취할 수 있고 어디서나 크게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크고 작은 강기슭마다 사금판을 펼쳐 놓고 사토(沙土)를 인다. 판자로 만든 1~1.5m의 길쭉한 채취판에 40㎠ 크기의 모직천 4장을 깔고 그 위에 모래를 담고 물을 흘려보내는 것이다. 모직천이란 대개 인민군 장교들의 겨울 외투다. 미세한 알갱이들이 들러붙으면 이 모직천을 대야에 담고 씻어낸다. 이렇게 수차례 반복하면 대야에 담긴 물에 앙금이 생긴다. 이것을 쌀을 이는 듯이 일어낸다. 금은 다른 금속에 비해 무거우므로 맨 나중에 걸러진다. 이 앙금 속에 있는 사금을 수은으로 굳힌 다음 가스불로 태워 순금을 얻어내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1~2t의 모래를 처리하면 0.1~0.2g의 사금을 채취할 수 있다. 0.1g의 사금을 내면 양말 한 켤레를 준다. 지역에 따라 사금 채취량이 다르다. 평남 회창, 평북 운산, 함남 요덕 등 금광 주변에는 순도 높은 금이 나오지만 대동강변에서 사금을 채취하면 7~8t을 처리해야 이나마 얻을 수 있을까 말까 할 정도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곳은 평안남도 회창광산이다. 이곳에는 철도가 없어 광산에서 광물을 시약 처리해서 평안남도 신양군 인평역까지 화물자동차와 삭도로 수송한다. 수송과정에서 광물(정광)이 도로 주변에 널리는 일이 있어 다른 지역보다 사금이 많이 나는 것이다. 인평 주변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사금 채취로 남녀노소가 가득 강기슭을 메운다.

사금채취자들이 흙을 덜어내는 통에 도로와 삭도 노선이 파손되기 일쑤다. 그래서 20~30여명의 무장한 군인들이 밤낮 순회하며 도로를 지킨다. 사금 채취자들은 군인들을 매수하여 자동차 도로의 흙을 걷어내고 심지어 삭도의 광물바구니를 탈선시켜 광물을 빼가기도 한다. 광물 500㎏ 정도면 금 3~4g은 쉽게 채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화벌이 할당량을 채우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남은 사금을 중국쪽에 몰래 팔아 생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물론 극도로 조심하지 않으면 경을 친다. 주민들이 이렇게 모아온 금을 상부로 올려보내는 일은 나의 중요한 임무의 하나였다. 끝없는 노역과 집착 없이는 찾아낼 수 없는 이 귀하디 귀한 금부스러기들은 고스란히 누구 한 사람의 금고로 빨려들어가는 것이다.
2002-05-06 16:05:00
203.xxx.xxx.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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