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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으로 보는 북한] 62년 경제·국방 병진노선
 닉네임 : nkchosun  2002-03-18 18:07:00   조회: 2160   
1962년 12월 10일 평양에서는 팽팽한 긴장이 감도는 가운데 당중앙위원회 제4기 5차 전원회의가 개막됐다. 회의에서는 '조성된 정세와 관련하여 국방력을 더욱 강화할 데 대하여'와 '1962년도 인민경제계획 실행총화와 1963년도 인민경제발전계획에 대하여'라는 두 개의 의제가 상정됐다.

나흘간 계속된 회의 결과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을 함께 추진한다는 이른바 '경제와 국방을 병진(竝進)하는 노선'이 노동당의 기본 노선으로 규정됐으며, 구체적 방도로서 4대 군사노선이 채택됐다. 또한 당의 군사전략과 노선을 토의·결정하고 군사력 강화와 군수산업 발전을 조직·지도하는 새로운 기구로서 당중앙위원회에 군사위원회가 설치됐다. '한 손에는 총을, 한 손에는 낫과 마치를!'이라는 구호로 상징되는 경제·국방 병진노선과 4대 군사노선은 4년 뒤인 66년 10월 열린 제2차 당대표자회에서 재확인된다.

북한에서 1962년 12월은 제1차 7개년계획(1961∼1970년)의 두 번째 해이자 '여섯 개 고지'(알곡·직물·수산물·주택·강철·석탄) 점령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마무리하는 시점이었다. 이 즈음에 기존의 경제건설 노선에 전면 수정을 가해 국방건설을 경제건설과 동일한 비중으로 올려 세우고 4대 군사노선을 채택한 것은 60년대 초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던 국제정세에 대응한 김일성과 노동당 지도부의 심각한 위기의식을 반영했다.

소련에서 스탈린 사후 새로운 지도자로 등장한 흐루시초프가 스탈린을 비판하고 평화공존론을 역설하면서 야기된 공산권의 균열은 중소분쟁으로 내연되고 있었으며 그 여파는 북한에도 미치고 있었다. 60년대에 들어서면 북한은 표면적인 대소(對蘇)화해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중국쪽으로 기울고 있었고, 소련은 원조삭감과 외교공세로써 대응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소련이 국제공산주의운동의 이단아, 현대수정주의의 전형으로 비난받던 티토의 유고와 화해를 시도하고, 중국과 인도간의 국경분쟁 때에는 사회주의 형제국인 중국을 외면하고 인도의 편을 드는 사태가 발생했다. 게다가 62년 가을 동구권 몇몇 국가 공산당대회에서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들이 중국과 친(親)중국계의 알바니아와 함께 북한을 공공연히 비난함으로써 김일성과 노동당 지도부를 긴장시켰다. 61년 5월 남한에서 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뒤 반공(反共)을 표방하고 나선 것도 적지 않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무엇보다도 62년 10월 쿠바 미사일위기 때 보여준 흐루시초프의 투항주의적 태도는 북한 지도부를 경악시켰다. 공산진영과 자유진영간의 기세대결 양상으로 흘러간 이 사건에서 소련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동맹국의 안위와 존망도 희생시킬 수 있다는 뜻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북한은 제1차 7개년계획의 출발 단계에서 돌연 경제노선에 전면 손질을 가해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을 병진시킴으로써 적지 않은 예산을 국방건설에 돌리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는 나중에 경제구조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기존의 제1차 7개년도 1970년까지 3년 연장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김광인기자 kki@chosun.com
2002-03-18 18: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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