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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건축] 88올림픽 시샘...현대화 '급선회
 닉네임 : nkchosun  2001-10-23 23:05:00   조회: 3775   

◇ 평양 보통강 기슭에 있는 빙상관(82년). 위 오른쪽의 '브라질리아성당'(오스카 니마이어, 59년)을 표절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평양축전 뒤 암흑기

김정일이 저자로 돼 있는 "건축예술론"(조선로동당출판사, 1992년)은 북한의 ‘인민대학습당’(82년)을 최고의 건축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른바 "민족적 형식에 사회주의적 내용"을 이상적으로 잘 조화시켰다는 자평이다. 그러나 이같은 이념의 건축은 80년대를 통과하면서 급격히 퇴조하고 대신 현대적 감각의 건축이 구가된다.

평양대극장(1960년)이 청기와를 겹겹이 인 ‘민족적 형식’ 건축의 효시였다면 89년 지어진 동평양대극장은 높은 수준의 서양식 현대건축으로서 대비된다. "건축예술론"은 평양대극장에 대해서는 "현대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폄하하고, 동평양대극장은 새로운 양식의 현대건축이라고 극찬한다.

인민대학습당을 정점으로 ‘민족적 형식’의 기세가 꺾인 것은 80년대 이후 국제도시화를 표방한 평양의 개발방향과 궤를 같이한다. 특급호텔이 대거 건설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80년대 이전에는 ‘려관"이 있었을 뿐이다.

85년 완공된 45층짜리 쌍둥이 빌딩 고려호텔은 지금껏 위풍당당한 ‘국제도시화’의 상징탑으로 우뚝 서있다. 86년에는 묘향산에 피라미드식 향산호텔이 들어섰고, 89년 평양축전을 앞두고 또 한 차례 몰아친 건축열풍속에 양강호텔(14층 계단식 건물)과 청년호텔(30층)이 솟는다. 미완성인 채 평양의 흉물로 버티고 있는105층 유경호텔도 89년 완공을 목표로 프랑스와 합작해 착공한 야심작이었으나 92년경에 건설이 중단됐다.

그러나 90년대 들면서 북한 건축은 암흑기를 맞게 된다. 금강산국제그룹이 자본을 대 지은 48층짜리 양각도국제호텔 정도를 제외하면 90년대 건축적 성과로 꼽을 만한 것은 별로 없다. 89년 평양축전을 준비하기 위한 건설붐은 확실히 북한 경제의 몰락을 부추겼다. 호텔뿐 아니라 아파트단지, 대규모 체육시설까지 이 시기 ‘전 국민이 매달린’ 무리한 건축으로 북한경제는 재기불능 상태로까지 몰렸던 것이다. 88년 서울올림픽을 개최한 남한에 대한 경쟁심리가 이런 무리를 낳았다는 분석은 확실히 일리가 있어 보인다.

북한 건축설계사 출신 김영성씨는 "설계책임자들에게 남한의 고층건물과 좋은 건축물들을 몰래 보여주고 이보다는 더 잘해야 한다는 압력을 주었다”며 북한 건축가들의 애환을 전한다.

◇ 89년 평양축전을 앞두고 완공된 동평양대극장은 현대적 감각이 강조돼 있다. 왼쪽 위의 60년작 평양대극장의 전통적 양식과 대조적이다.

권력자의 의지에 따라 건축에 국가적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는 북한에는 바로 이런 이유로 "기념비적" 건축물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북한이 자랑하는 빙상관(82년)과 평양축전 개폐막식이 거행된 능라도에 있는 5월1일 경기장(89년)의 외양은 체육시설중 압권이다. 건축을 주제로 한 소설 "전환의 년대"(1998년)에 따르면 스키 모자에서 착안해 원추형의 빙상관을 설계했다고 하는데, 경기대 안창모 교수는 “현대건축의 거장 오스카 니마이어(Oscar Niemeyer)의 "브라질리아 성당"(1959년)을 모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김영성씨는 "대건축에 들어가기 전 건축가들을 해외순방의 기회를 주는 북한에서 모방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그러나 최고권력자의 허가를 받은 이상 표절시비는 없다"고 말한다. 82년에 지어진 평양의 ‘개선문’은 프랑스 파리 개선문에 대한 좀더 노골적인 표절이지만 북한사회에서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러나 김정일 "건축예술론"에서 "모방은 도식과 유사성을 낳는다. 도식과 유사성은 죽음"이라고 했던 것과는 모순된다./김미영기자miyoung@chosun.com
2001-10-23 23: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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