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NK수첩] 외화 천국? |
|
| 닉네임 : nkchosun |
2001-09-19 10:24:00 조회: 2694 |
|
|
|
얼마 전 북한을 다녀온 중국 조선족 약재상은 “지금 북한에선 중국 화폐가 북한 돈처럼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국경지대는 물론, 청진 일대의 장마당에서도 중국 위안화가 거침없이 통용되고 있고 북한 당국도 이를 방치해 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평양을 비롯한 주요도시의 외화상점이나 국경지대의 암달러상들에게는 미국 달러와 일본 엔에 이어 중국 위안화가 인기품목이 되었다. 국경지대에서는 달러나 엔을 제치고 위안화가 훨씬 많이 통용되고 있다고 한다. 달러를 많이 가지고 있으면 서방세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의심받을 위험도 있지만 중국 돈은 그럴 염려가 없어 특히 장사꾼들에게 인기다.
위안화의 시세도 상승세다. 90년 초에 1위안에 북한 돈 10원이던 것이 지금은 25원까지 올랐다. 중국 돈이 이처럼 인기인 것은 장마당이 중국상품들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97년 나진·선봉 경제무역지대 내에서 달러나 위안화를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이듬해쯤부터 전국의 외화상점이나 식당서도 중국 돈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북한에서는 원래 외화를 바로 사용할 수 없고 ‘외화와 바꾼 돈표’로 바꾸어 사용해야 했다. 서방권의 화폐는 푸른색 ‘외화와바꾼돈표’로, 중국 등 사회주의권 화폐는 붉은색 ‘바꾼돈표’로 바꾸어야 했다. ‘붉은색’ 바꾼돈표로는 고작 음식이나 사먹을 수 있을 정도였고, 제대로 된 물건은 ‘푸른색’이어야 살 수 있었다.
북한당국이 외화를 철저하게 관리하기 위해 도입했던 이같은 제도는 이제 유명무실해졌다. 달러든 엔이든 위안이든 북한에서는 이제 제집 안마당처럼 자유롭게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역설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른바 주체 경제를 내세우며 지독히 폐쇄적인 체제를 유지해 온 북한이 외화 사용에 있어서는 세계에서 아마 가장 자유로운 나라가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외화가 자국 화폐처럼 통용되는 나라가 북한 말고 또 있을까.
북한 내의 외화 사용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회주의 계획경제 국가가 인민들의 삶을 책임져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민 스스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고, 그것이 시장의 확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것은 북한 체제의 자기 모순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현장이다.
/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
2001-09-19 10:24:00
203.xxx.xxx.242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