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전문가
 선택받은 사람들만의 도시 ‘평양특별시’
 닉네임 : NK조선  2014-07-28 14:39:24   조회: 1307   
/출처 - 코나스넷 윤규식 (국방정신전력원 교수, 정치학 박사)

고려시대에 평양은 ‘서경’으로 불렸다. 면적 2,629㎢에 2014년 현재 인구 약 250만 명 정도이다. 북한 전체 인구의 10%가 평양에 사는 셈이다.

평양은 북한의 수도이자 제일의 도시로서 정치‧행정‧경제‧문화의 중심지이다. 동쪽은 평안남도‧황해북도, 서쪽은 남포시‧평안남도, 남쪽은 황해북도, 북쪽은 평안남도와 접한다.

1945년 8‧15광복 당시에는 평양시로서 평안남도의 도청 소재지였으나, 1946년 9월 특별시로 승격되면서 평안남도에서 분리되어 5개 구역(중‧동‧서‧남‧북)을 가진 평양특별시가 되었다.

1960년 이후에도 여러번 행정개편을 통해 지금은 중‧평천‧보통강‧모란봉‧동대원‧대동강‧형제산‧사동‧서성‧선교‧대성‧만경대‧용성‧삼석‧승호‧역포‧낙랑‧순안은정 등 19개 구역과 강남‧중화‧상원‧강동 등 4개 군으로 되어 있다.

2011년 3월에는 강남군, 승호구역, 중화군, 상원군을 황해북도로 편입시켜 인구를 50만 명이나 줄였다.

북한 정권이 어떤 경우라도 식량과 물자를 배급해 주는 대상이 평양시민과 군대이다. 평양시민 300만 명과 북한 군사력 200만 명은 경제적 능력이 없는 김정일 정권으로서는 큰 부담이었다. 이러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김정일은 평양시를 분할했다.

평양은 폐허 위에서 도시 계획을 가지고 사유재산에 대한 장애 없이 사회주의방식으로 건설한 도시이다. 조선노동당의 창건 역사가 짧고 곧 뒤이어 전쟁의 참화를 겪었고 전통적으로 수도가 아니었다는 것이 다른 나라의 수도와 다른 점이다.

서울과 비교해 보면 주택 구조면에서 집단 주거지뿐이고 개인의 단독 주택은 거의 없다. 개인 사업자가 없으므로 상가가 형성되어 있지 않고, 유휴지는 모두 공공 위락 시설이나 녹지대와 공원으로 되어 있다.

특히 기념비적 건조물과 동상이 많고 대중교통 수단이 잘 통제되어 있고, 취사와 난방에 필요한 연료도 집단적으로 조정되며, 각 주거지는 계층과 직업에 따라 구분되면서도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보통 날 평양의 한낮은 매우 한산하다. 그야말로 인적이 드물다. 퇴근 시간과 점심시간 무렵에만 사람들이 붐비고 낮에는 한가하게 놀러 다니거나 길에서 배회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평양의 각 직장에서는 여덟 시간 노동제가 엄수되고, 아이가 있는 여성에 한해서는 식구를 돌보고 취사준비를 위해서 여섯 시간만 근무하는 것도 일부 허용한다. 그러나 직장의 눈치를 보느라 실제는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평양 시민들 중 한가롭고 여유롭게 도시를 감상하거나 유유자적한 사람들을 보기 어렵다. 어디론가 손가방을 들고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거나, 둘이서 혹은 셋이서 뭔가 말을 주고받으며 길을 건너는 젊은이들, 줄을 서서 이동하는 학생들 모두가 그들이 가야 할 방향과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정해져 있는 것 같은 발걸음이다.

평양시민의 복장은 대개가 남자는 작업복이나 막힌 옷(인민복) 차림이 많고 가끔씩은 신사복도 눈에 띈다. 중학교 학생들은 곤색의 교복에 레닌모 비슷한 학생 모자를 썼고 인민학교 어린이들은 울긋불긋한 셔츠위에 점퍼나 스커트를 입고 붉은 리본을 매며 목에는 붉은 소년단 목수건을 매고 줄을 맞추고 지나간다.

여자들은 노소를 막론하고 거의 비슷한 모양의 투피스 차림인데 젊은 여자들의 옷 색깔이 약간은 밝은 것과 구두의 뒤축이 높은 점이 나이 많은 여자들과 다른 점이다. 가끔씩 원‧투피스나 스카프를 멋지게 걸치고 선글라스에 머리 모양도 어울리게 가꾼 젊은 여자들도 있다.

평양 여자들은 알려져 있다시피 미인이 많다. 가꾸지 않고 그냥 일옷이나 평범한 출근복 투피스 차림으로 다니는 여성들 가운데도 눈에 번쩍 뜨일 만큼 아름다운 여자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남북 간 미의 기준도 바뀌어 지금은 남남남여(南男南女)가 됐다.

거리를 다니는 여성들 중에는 직장에서 일하던 모습 그대로 작업복에 머플러를 쓰고, 파와 푸성귀 묶음을 보퉁이에 묶어 들고 가는 여자도 있고, 한 아이는 걸리고 하나는 등에 업고서 정류장으로 바삐 걸어가는 주부도 있다. 일상의 삶은 우리와 크게 다를바 없으나, 대부분이 좀은 어두운 표정에 종종 걸음으로 다니는 것이 많이 다르다.

북한의 젊은이들에게는 평양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꿈이다. 고등교육기관으로는 대성구역에 김일성종합대학‧평양외국어대학, 중구역에 김책공업종합대학‧평양의과대학, 평천구역에 평양인쇄대학‧공산대학‧상업대학, 보통강구역에 평양교원대학, 선교구역에 경공업대학‧제2사범대학이 있다.

그중에서도 북한에서 최고의 선택된 엘리트들만 입학할 수 있다는 김일성종합대학이 젊은이들에게는 꿈의 대학이다. 그런데 실력은 물론 출신성분이 좋아야 갈 수 있다는 김일성종합대학도 지금은 수만 달러만 내면 입학할 수 있다고 한다.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뇌물로 얼룩진 북한 사회가 대학 교육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대량 아사자가 발생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 이후 생존을 위한 자구책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대학도 예외 없이 부정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교육비리가 확산되면서 돈 많은 가정에서 적극적으로 자식들을 명문대에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대학에서의 부정부패 확산 현상은 북한에서 한 번 출세의 길에 들어서면서 권력이 대물림되는 현상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명문‧일류대학을 나온 학생들은 대부분 간부의 자녀들이거나 해외 외화벌이 일꾼 등 부유한 계층의 자녀들이다.

이들은 졸업 후에도 좋은 직장에 우선 배치될 뿐 아니라 결혼도 이들 명문대 출신끼리 이루어지고 있어 부와 권력이 함께 대물림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야말로 선택된 도시에 거주하는 선택받은 자들만의 아리랑인 셈이다.

최근 평양 시내에서는 와인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김정은이 와인 마니아란 소문이 퍼지면서 간부들이 선호하는 술이 김정일 시대의 코냑에서 와인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와인을 꺼내놓고 해당 와인의 ‘스토리’ 정도는 읊어줘야 신 권력층이라 인정받는 분위기라 한다.

북한의 ‘와인 시대’ 열풍은 무역 통계가 증명한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2년 북한의 수입품에서 가장 크게 늘어난 항목이 와인 등 주류와 음료로 1년 동안 무려 3,011만 달러어치나 구입했다.

2013년에는 불가리아산 14달러짜리 2008년산 루빈 와인 두 컨테이너가 북한으로 수출됐다. 14달러면 북한의 일반적인 노동자 7개월에서 1년 치 봉급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와인 값으로 거금을 아까워하지 않고 쓰는 것은 아마도 김정은의 와인 사랑 취향을 따라가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 평양의 명물이 택시다. 최근 평양거리에는 형형색색의 택시들이 크게 늘었다. 개인 경제활동으로는 주머니 사정이 나아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데다 북한 당국이 장롱속에 숨겨진 주민들의 돈을 끌어내기 위해 택시를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평양에 운행하고 있는 택시는 수천 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요금은 미화 2달러, 북한 돈으로 하면 만원이 넘는 돈이다. 요즈음은 북한 돈뿐만 아니라 달러나 중국 위안화 등 외국화폐로도 결제가 가능하다고 한다. 개인차량 소유가 제한돼 있는데다, 평양의 대중교통도 부실하다보니 주로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야간과 주말에는 운행이 제한된 일반 차량과 달리 24시간 영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평양에서 택시회사를 운영하는 기관은 예닐곱 군데이다. 이들은 가격을 낮추고 콜택시
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 평양에서는 택시가 낯선 풍경이 아닌 것이다.

그런 평양이 최근에는 공포와 불안 속에 휩싸였다. 지난 5월13일 평양에서 고위층이 몰려 사는 23층 아파트가 붕괴됐기 때문이다. 사상자만 수백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정권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혁명의 도시’에서 일어난 아파트 붕괴 사건은 북한 정권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다.

사고가 난 지 5일이 지난 후에 노동신문에 아파트 붕괴사건을 보도하고, 인민보안부장(경찰청장)이 머리 숙여 사과하는 사진을 실었다. 북한 정권이 받은 충격의 강도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속도전으로 단기간에 완공된 평양의 고층아파트들이 대부분 붕괴된 아파트처럼 자재부족 속에 건설 전문 인력이 아닌 동원된 노동자들에 의해 지어졌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아파트 붕괴 사고 후 고층에 살고 있는 고위층 가족들은 남편을 닦달하여 저층의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가자고 조르는 통에 때 아닌 이사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빨리빨리’와 ‘조선속도’만을 외쳤던 북한 정권의 슬픈 자화상이다.

북한 주민들은 평양에서 살거나, 평양을 관광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한다. 소위 ‘혁명의 수도’ 평양을 관광하기 위해 국경지역이나 강원도에 거주하는 주민이 평양을 가려면 열악한 교통 사정으로 인해 최소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의 인정을 잡아야 가능하다.

거리상이나 시간상으로 너무 먼 도시이긴 하지만, 수령이 거주하는 ‘꿈의 수도’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많은 북한 사람들은 평양에 가고 싶어 한다. 그러나 특별통행증이 필요하다. 장애인도 없고 난장이도 없는 도시. 평양 사람이 지방 사람과 결혼하면 평양을 떠나야 하는 도시.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감춰진 일그러진 두 얼굴의 도시가 평양이다.

그래서 많은 북한 주민들이 평양을 더 보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평양은 선택받은 자들만의 또 다른 세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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