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전문가
 영양부족의 북한에게 월드컵의 의미
 닉네임 : NK조선  2014-07-07 14:16:08   조회: 1648   
/출처 - 자유아시아방송<주성하의 서울살이>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요즘은 월드컵으로 지구가 뜨겁습니다. 벌써 8강이 정해졌고 이번 주말에 4강전이 벌어지게 됩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다보니 생중계를 보자면 새벽 1시부터 5시 사이에 일어나야 합니다. 아침에 직장에 출근해야 하는데, 한국의 축구광들에겐 참 힘든 6월과 7월입니다.

북한은 새벽에 하는 TV도 없거니와, 또 안 내보낼 장면을 자르고 녹화중계를 하다 보니 잠은 설치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항상 50분짜리나 60분짜리로 줄여서 보여주니 축구 애호가들에겐 참 불만스러운 일입니다. 이번에 한국팀은 16강에서 탈락했는데 이번에는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층이 별로 좋지 않아서 저도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월드컵 출전 9회로 아시아에선 제일 많이 나간 나라인데, 2002년 한국에서 열린 월드컵 때 4강 가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16강 간 것을 내놓고는 항상 예선탈락입니다.

예전엔 제가 북에 살 때 월드컵 열리면 체육구락부 앞에 있는 게시판에 조별리그 일정을 적은 표가 있는데 한국이 나가면 한 칸이 국가 이름 적지 않은 빈칸입니다. 미국도 이름을 쓰는데, 빈칸인 국가가 있으면 그게 남조선이죠. 어느 조가 3개 나라만 적고 한개 칸을 빈칸으로 남기면 저는 아, 남조선이 월드컵 나갔구나를 압니다. 8강에서 그 빈칸이 사라지면 아 조별리그에서 떨어졌구나 하고 알았습니다. 한국팀을 응원하는 감정을 보면 우리가 민족 동질의 감정이 이때만큼 잘 나타나는 때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유엔에 나간 북한 외교관이 한국 기자들을 만나서 한국 응원하겠다고 하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한국도 계속 번번이 세계의 높은 벽에 가로 막히고 있습니다. 세계의 벽이란 것도 가만히 보면 결국 인종의 차이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세계에서 인기가 높은 축구 야구 농구 배구 테니스 이런 것들을 보면 아시아 사람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힘듭니다. 대개 인기 있는 체육이란 것은 체격이 큰 서방사람들이라든가 하체 근육이 탄탄한 흑인 선수들에게 유리하지 아시아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힘에 버겁습니다.

아시아가 우세를 차지하는 종목을 찾아보면 정말 많지 않습니다. 지난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하고 이번에도 8강까지 간 네덜란드의 경우 남성의 평균키가 세계에서 제일 큰데, 평균키가 183입니다. 아시아에서 평균키가 제일 큰 한국인의 평균키가 173인데, 이것보다 또 10센치나 더 큽니다. 일본은 평균키가 171입니다. 평균키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선수 후보가 될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네덜란드 가면 190도 키가 크단 소리 못 듣습니다. 키부터 10센치가 차이가 나니 달리기도 다리가 긴 사람이 더 빠르고 헤딩도 높은 사람이 유리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꼭 같은 기술이라면 결국 체격에서 아시아가 밀린다는 것이죠.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북한은 그나마 남아공 월드컵에 나간 것만 해도 기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 봅니다. 1966년 런던 월드컵에서 8강 갔던 기록이 있긴 하지만, 그때도 따져놓고 보면 이탈리아 한 개 나라만 이긴 것에 불과합니다. 그때는 16개국이 참가해서 북한은 조별리그에서 소련에 3-0으로 지고, 칠레에 1-1로 비기고, 마지막 이탈리아전에서 1-0으로 이겼습니다. 그리고 8강에 가서 포르투갈의 흑인선수 유세피오에게 연거푸 골을 먹혀 5-3으로 졌죠. 이탈리아 이겼다는 것은 물론 대단한 기록이고, 의미를 폄훼하고 싶진 않지만 지금 같이 32개국이 참가한 월드컵에선 16강 간 정도의 의미라는 겁니다.

지금은 북한의 평균키가 그때보다 더 작아져서 승산이 없습니다. 탈북자들을 조사하니 20대 남성 평균키가 165센치입니다. 이러니 평균키가 183인 네덜란드와 축구하면 경쟁이 안 됩니다. 북에선 키가 180센치 정도만 되면 “어이구 아주 큰 놈이 나타났구나”하면서 체육을 시키려 합니다. 또 키만 크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닙니다.

4.25체육단 지도원들은 열 살 넘어 선수 뽑아서 그때부터 잘 먹어서 되냐고 한탄합니다. 어렸을 때 영양상태가 매우 중요한데, 아이 때는 고기도 먹지 못하고 크다가 선수 되면 그나마 먹이려 하니 안되는 겁니다. 한국은 아시아에선 제일 키도 크고 영양상태도 좋으니 아시아에선 강호라 하지만 서방하고 붙으면 확실히 밀립니다.

이런 신체 기술적 조건을 기본으로 다 갖추고도 빠르게 변화되는 선진 축구 흐름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면 또 뒤떨어집니다. 저번 대회 우승팀이고 세계 최강이라 불리던 스페인이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했고 이탈리아, 잉글랜드와 같은 축구 강국들도 16강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이걸 보면 영원한 제국이란 게 없습니다. 변화를 주도적으로 개척하고 잘 적응시키지 못하면 급변하는 환경에서 1등을 지키기가 어렵습니다.

이건 축구만 그런 것이 아니고, 인터넷으로 연결된 글로벌화된 지구촌의 모든 것들이 그러합니다. 기업들도 1등을 지키려면 부단히 혁신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 지구상에서 북한은 영원한 제국, 백두 혈통의 왕국을 꿈꾸고 있습니다. 지구촌 경쟁 체제에 들어가면 망하니까, 일부러 폐쇄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이 왕인 김정은의 명맥은 조금 더 유지시킬지 몰라도 망하는 것은 어차피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김정은의 폐쇄 정책 때문에 현대 사회에서 태어난 의미를 박탈당하고 사는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면 정말 안쓰럽습니다. 전깃불도 없어 축구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수돗물도 안 나오고, 키도 크지도 못하고, 이게 뭡니까. 아무리 김정은이 스포츠 강국을 소리쳐봐야 지금 같은 정치 경제 체제에선 여러분은 영원히 한국팀을 응원하는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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