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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급제 붕괴...개인장사 성행
 닉네임 : nkchosun  2002-08-06 18:10:44   조회: 4055   

골동품·전자제품 팔아 '떼돈'… 신흥부자 속출

평양 대동강구역에 거주하는 이건호(가명)씨는 지난 94년 초까지 상업관리소(국영상점 관리)의 평범한 자재인수원이었다. 당시 김정일의 지시로 평양에 단고기(보신탕)집이 속속 등장했지만 국가에서 재료를 제대로 공급해주지 못해 자재인수원들이 직접 지방에 가 능력껏 구해와야 했다.

개 한마리 값이 300원(북한돈)에서 1000원 이상으로 급등해 상업관리소에서 주는 재료값으로는 어디 가서 얼굴도 내밀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개인적 수완을 발휘할 수 없는 자재인수원은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자재인수원으로 여행증을 발급받으면 전국 각지를 비교적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어 편하게 장사를 할 수 있었다. 이씨는 옷장사를 택했다. 일본에서 흘러들어온 작업복이 실용성이 좋아 주민들에게 인기였다. 정품 한벌은 4000원 이상이었다. 이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화교를 통해 이 겨울 작업복을 중국에서 대량 복제해 1600원에 사들여 평남 회창군으로 달려갔다. 회창군은 북한 최대의 금광촌으로 당시 금 밀매가 성행해 이곳 주민들은 상당량의 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가 가지고 간 옷은 순금 1g에 팔렸다. 당시 평양이나 국경지대에서 순금 1g은 2500원에 거래됐다. 옷 한벌에 900원의 이익을 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자본금이 부족해 한번에 옷 10벌 정도로 시작했다. 한 달에 두 번만 움직이면 2만원 정도의 이득을 남겼다. 이중 3000원 정도는 상업관리소에 개 값으로 내고 나머지는 고스란히 개인 소득으로 남았다. 점점 장사 규모도 늘려 3년만에 1만 달러이상 벌게 됐다. 당시 근로자의 평균 월급이 100원(암시세로 0.5달러)정도 였으니 엄청난 돈이다.

요즘은 너도나도 이 장사에 달려들어 이득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단속도 심해져 많은 금을 갖고 있다가 기찻칸이나 초소에서 걸리면 압수당하기도 한다. 그가 속해있던 상업관리소의 자재인수원 7명 중 이런식으로 큰 돈을 번 사람은 3명이라고 한다.

북한에서 경제난으로 배급제가 붕괴되면서 개인장사가 확산돼 이씨처럼 돈을 번 신흥부자들이 속속 생겨났다. 가장 앞선 사람들은 국가기관에서 외화벌이를 전문으로 한 사람들이다. 지금도 외화벌이 업종은 최고의 직업으로 통한다. 요즘 북한의 부자들은 1만달러 정도는 우습게 알 정도라고 한다.

큰 돈을 버는 사람들은 암달러ㆍ골동품ㆍ금ㆍ해산물ㆍ외제 중고차ㆍ중고전자제품 등을 취급하는 장사꾼들이다. 골동품으로 큰 돈을 모았던 한 탈북자는 『대부분 부자는 장사 초기 때 남보다 한발 앞서 돈을 번 사람들』이라고 했다. 어떤 게 돈이 된다는 소문이 나면 금세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것이다. 그만큼 장사가 일반화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북한주민들은 각자 알아서 사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는 구호를 빗대『당만 믿으면 굶어죽는다』는 유행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북한당국이 물가와 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인센티브제를 도입한 것도 결국 이런 사회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강철환기자nkch@chosun.com
2002-08-06 18: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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