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표
 북, 경제난에 '배급제' 포기했나
 닉네임 : nkchosun  2002-07-19 17:17:52   조회: 3166   

◇ 북한 주민들은 배급이 중단되기 전까지는 매달 두 번씩 양정사업소에 가서 배급카드를 내고 1 kg당 8전 정도의 헐값에 탔다./조선일보 DB사진

북한이 체제 유지의 근간인 배급제를 폐지할 것인가. 아니면 벌써 그 준비에 착수한 것인가. 여러 소식과 정황들은 그 가능성을 유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북한당국이 공식 확인하고 있지 않아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배급제 폐지와 이에 따른 임금 대폭인상 가능성은 그 동안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 조심스레 관측돼 온 것이다. 중국의 탈북자들 중에는 『7월 1일부터 이런 조치를 실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하는 사람도 있다. 북한의 경제특구인 나진·선봉 지역에서는 1997년부터 배급제가 폐지되기도 했다.

▲ 식량공급(배급) 카드. 세대별로 배급받은 식량의 종류과 양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조선일보DB사진

북한의 이 같은 변화 조짐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것이 북한당국의 적극적인 개혁 의지라기보다는 경제난에 따른 불가피한 고육책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우선 북한의 배급제는 사실상 붕괴된 상태라 어떤 형태로든 손질이 불가피한 상태다.

일부 특권층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현재의 배급제를 고집할 경우 대부분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은 더욱 커지게 되고, 이는 결국 체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들이다.

통일연구원의 오승렬 경협실장은 『북한 배급제가 거의 붕괴된 상태로 비공식 영역이 확대돼 경제전반이 심하게 왜곡돼 있다』면서 『북한 당국이 이를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공식부문을 재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신지호 연구위원도 『북한의 계획경제 메커니즘이 10년 가까이 허물어진 상태』라면서 『이제 북한당국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식량배급 사정은 형편에 따라 들쭉날쭉이지만 현재 평양을 비롯한 일부 지역과 고위 간부계층, 특급 기업소와 군부대 등에서 한 사람이 하루 250∼300g(국제기준 최소량은 500g) 정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절대 다수 주민들은 물물교환을 통해 쌀을 구하거나 장마당에서 돈을 주고 사서 연명하고 있는 형편이다. 배급제에서 1㎏에 8∼10전인 쌀이 장마당에서는 40∼100원에 달한다. 일반 근로자 한 달 평균 임금 100원으로는 쌀 1~2㎏ 정도밖에 살 수 없다.

배급제를 폐지할 경우, 쌀 1㎏의 국정 가격은 거의 장마당 수준인 40~50원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대신 근로자의 평균 임금도 10~15배 올리되 생산성 등을 따져 차등을 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것이 북한 계획경제의 틀을 허물거나 시장경제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보적이거나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북한 수준에서 획기적인 변화이긴 하지만 「시장(市場)사회주의」로 진입하는 신호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이지수 명지대 북한학과 교수는 『명분을 중시하는 북한당국이 변화를 공식화하지는 않을 것이며, 그렇다면 배급제의 「폐지」라기보다 「포기」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라면서 『변화가 북한 경제 운용 전반으로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변화가 사실이라면 장마당이나 암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돈을 공식 경제영역으로 흡수할 수 있고, 부분적으로 민생과 주민들의 심리적 안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반면 통화량 증대로 인한 물가앙등과 빈부격차 심화와 같은 부정적 영향도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계획경제의 범위 내에서라도 자유로운 물품 거래를 허용하는 등 실용적 사고를 수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임에 틀림없다고 지적한다.

신지호 연구위원은 『북한 변화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지만 일단 주민들의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당국이 통제할 수 없는 더 큰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 金光仁기자 kki@chosun.com
2002-07-19 17:17:52
203.xxx.xxx.242


닉네임 :  비밀번호 :  자동등록방지 :    


번호
제 목
작성자
첨부
날짜
조회
4
  [ 北 경제개혁 진단]⑨ 문화계 파급영향   nkchosun   -   2002-07-26   2511
3
  英誌 '北, 시장경제 체제로 첫 발걸음'   nkchosun   -   2002-07-26   2632
2
  [ 北 경제개혁 진단 ]⑧ `국가가격제정국'이란?   nkchosun   -   2002-07-26   2666
1
  [ 北 경제개혁 진단]⑦ 이론적 근거   nkchosun   -   2002-07-26   2624
0
  [ 北 경제개혁 진단]⑥ 개방으로 이어질까?   nkchosun   -   2002-07-26   2529
-1
  [ 北 경제개혁 진단 ]⑤ 주민의식에 미치는 영향   nkchosun   -   2002-07-26   2383
-2
  [ 北 경제개혁 진단 ]④ 공장·기업소 운영   nkchosun   -   2002-07-26   2540
-3
  [ 北 경제개혁 진단]③ 물가와 임금 인상   nkchosun   -   2002-07-26   2377
-4
  [北 경제개혁 진단 ]② 조선신보 보도 요약   nkchosun   -   2002-07-26   2574
-5
  [北 경제개혁 진단 ]① 배경과 의미   nkchosun   -   2002-07-26   2770
-6
  北, 기업 상품거래 위해 물자교류시장 가동   nkchosun   -   2002-07-26   2688
-7
  '北, 임금·물가인상'[조선신보 전문]   nkchosun   -   2002-07-26   3420
-8
  조선신보, 北경제변화 보도   nkchosun   -   2002-07-26   4722
-9
  北. '아리랑 관람자 300만 돌파'   nkchosun   -   2002-07-26   2933
-10
  북한, 경제개혁 모델로 중국 채택...결과는 미지수   nkchosun   -   2002-07-26   2549
-11
  방북자가 전한 '북주민 표정'   nkchosun   -   2002-07-25   2899
-12
  中 ' 北, 市場경제 안할 것'   nkchosun   -   2002-07-25   2400
-13
  北 김정일의 '경제관리 지침'   nkchosun   -   2002-07-25   2625
-14
  北, 주요 산업체에 '경제지도원' 파견   nkchosun   -   2002-07-25   2363
-15
  임특보 `북한 경제개혁' 발언 (요약)   nkchosun   -   2002-07-25   2567
제목 내용 제목+내용 이름
 161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  Tel : (02)724-6650,6523  |  E-mail : nkchosun@chosun.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SITE_MANAGER
Copyright © 2013 NK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