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선시에 위치한 연길상업회사의 상점의 모습.
‘라진·선봉경제무역지대’로 불리는 북한의 경제특구인 라선시에선 개방 6년째인 지난 97년부터 식량배급제가 폐지돼 주민들은 대폭 인상된 월급으로 식량을 구입하고 있다.
북한은 97년 7월 라선시에서 1달러=2.21원인 기존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을 암시장 시세인 1달러=200원 안팎으로 현실화시켰다. 또 식량 배급제를 폐지하고 대신 평균 100~200원에 불과했던 월급을 30~40배 올려 주민들이 월급으로 식량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라선시 주민들은 소속 기업소나 공장 등 직장에서 매월 3000~4000원의 급여를 받으면서 1㎏ 당 60~70원인 중국산 쌀을 비롯한 식량도 자유롭게 사먹을 수 있게 됐다.
라선시 출신의 한 탈북인은 “라선시 주민의 80% 이상이 매일 쌀밥을 먹는다”면서 “이 때문에 라선시는 북한에서 식량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이곳 주민들에게는 자영업도 허용돼 합법적인 장사로 이윤도 낼 수 있게 됐다.
이런 사정이 알려지면서 타지역 주민들이 시 외곽에 쳐진 전기철조망을 넘어 라선시로 들어가려는 ‘북한판 엑소더스’가 끊이질 않으며, 고위층 자녀들도 대학을 졸업한 뒤 라선시로 배치받기를 가장 원한다고 한다.
북한이 라선시에서 이런 조치를 취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지역이 외자(外資) 유치를 강화해야 하는 경제특구이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 배급제 폐지 등이 실시된다면 이는 라선시의 경우를 북한 전지역으로 확대하는 것을 의미하는 셈인데, 특구에서의 실험이 다른 지역에서도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 李敎觀기자 haedang@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