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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기자 칼럼] 자본주의를 학습하라
 닉네임 : nkchosun  2002-09-25 17:15:19   조회: 4359   

朴勝俊

북한이 신의주를 ‘특별행정구’로 지정한 법률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6개 장(章) 101개 조항으로 된 이 법률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를 지난 12일 통과했다고 발표됐다. 이 법률에 따라 신의주는 별도의 입법·행정·사법권을 갖게 될 것이며, 외교와 국방에 대해서만 중앙정부가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한다. 초대 행정장관에 39세의 네덜란드 화교 양빈(楊斌)이 임명됐다고도 한다.

한마디로 신의주를 홍콩처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특별행정구’라는 이름 자체가 ‘홍콩특별행정구(SAR·Special Administrative Region)’에서 그대로 따온 것이다. 법률이름을 ‘신의주 특별행정구 기본법’이라고 한 것도, ‘홍콩 특별행정구 기본법(Basic Law)’의 복사본이다. 김정일(金正日)이 지난해 9월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지구를 둘러보고 “천지개벽을 했다”고 감탄한 결과, 벌어지고 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홍콩을 특별행정구로 만든 구상은 덩샤오핑(鄧小平)의 것이었다. 1984년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당시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에게 “1997년 홍콩의 주권을 되돌려 주겠다”고 약속했고, 덩은 “주권을 반환받은 뒤에도 50년간은 홍콩의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다짐했다. ‘홍콩 특별행정구’는 그렇게 해서 탄생하게 됐다.

“가난한 것이 사회주의는 아니다”, “시장경제가 자본주의의 전유물은 아니다”는 말을 외치며 개혁개방 정책을 주도하던 덩샤오핑의 목표는 중국인민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었다. 덩샤오핑이 홍콩의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대처에게 다짐한 것도 한창 자본주의의 꽃을 피우고 있던 홍콩의 경제체제를 학습하겠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덩은 홍콩 바로 옆에 붙어있는 선전(深 )과 마카오 바로 옆의 주하이(珠海)를 ‘경제특구’로 지정, 홍콩과 마카오의 자본주의 경제를 학습하고 실험하게 했다. 덩샤오핑의 전략은 맞아떨어져 홍콩과 마카오의 자본주의는 선전과 주하이를 통해 중국대륙 내부로 퍼져 나갔고, 현재 불붙고 있는 중국경제의 불쏘시개가 됐다.

가난을 트레이드 마크로 하던 마오쩌둥(毛澤東)의 중화인민공화국을 잘사는 나라로 바꾸어 놓기 시작한 덩샤오핑은 프랑스 유학생 출신이었다. 반면 마오는 자본주의 국가로의 여행은 해본 일이 없는 사람이었다. 덩은 1966년부터 10년간 계속된 정치투쟁인 문화혁명 과정에서 같은 프랑스 유학생 출신인 저우언라이(周恩來)를 비롯, 외국물을 먹은 동지들과 함께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마오가 죽고 1979년 권력을 잡은 덩샤오핑은 개혁개방 정책 추진과 동시에 미국 여행에 나섰다. 자신이 후계자로 양성하던 자오쯔양(趙紫陽)도 미국을 보고 오게 했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덩샤오핑과 ‘인민복’을 벗고 양복에 선글라스를 쓴 중국공산당 총서기 자오의 모습은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중국식 개혁개방 전략에 따라 특별행정구로 지정된 신의주에 자유경제가 싹터 자라기를 바란다면, 김정일을 비롯한 북한 지도자들이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으로의 여행을 계획하는 일이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의 자본주의 국가들이나 일본으로의 여행도 좋다.

가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자본주의 살림살이를 구경하는 것과 신의주 특별행정구의 외국투자 유치는 결코 별개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 추진을 위해 인민해방군을 100만명 이상 감축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전문기자 sjpark@chosun.com
2002-09-25 17: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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